1

1 [한나의 기도] 에브라임 산간 지역에는 숩씨 집안이 모여 사는 라마다임이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거기에 엘가나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여로함이요, 여로함의 아버지는 엘리후요, 엘리후의 아버지는 도후요, 도후의 아버지는 숩이었다.

2 당시에는 자식을 낳기 위해 첩을 둘 수가 있었는데, 엘가나도 한나에게서 아이를 낳지 못하자 브닌나를 아내로 더 두었다. 그녀에게서는 아들과 딸들을 많이 낳았다.

3 엘가나는 해마다 한 번씩 온 가족을 거느리고 실로의 성소로 올라가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 제물을 바치며 예배하였다. 거기에서는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가 제사장으로 봉직하고 있었다.

4 그런데 엘가나는 이렇게 예배드릴 때마다 희생의 짐승을 잡아 제물로 바쳤으며, 그때마다 식구들에게 희생제물의 고기를 고루고루 나누어 주었다.

5 그러나 한나의 몫은 특별히 맛있는 부위로 크게 떼어 주었다. 여호와께서 비록 한나의 태를 닫아서 자식을 낳지 못하게 하셨을지라도 엘가나는 그녀를 더 사랑하였던 것이다.

6 하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브닌나도 토라져서 한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자식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어찌나 업신여기는지, 한나는 슬픔 때문에 아무 것도 먹을 수 없었다.

7 (6절과 같음)

8 그러면 엘가나가 한나에게 가까이 다가가 `당신은 왜 울기만 하고 있소? 왜 아무 것도 먹지를 않소? 당신이 이토록 슬퍼하고 괴로워할 것이 무엇이란 말이오? 당신에게는 내가 열 아들보다도 더 낫지 않소?' 하면서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다.

9 그런데 한번은 식구들이 모두 희생제물의 고기를 나누어 먹고 포도주까지 마셨을 때였다. 그 무엇 하나 입에 대지 않던 한나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성전 안으로 들어갔다. 성전 문밖에는 제사장 엘리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10 한나는 슬프고 괴로운 심정에서 울면서 기도하였다.

11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이 비천한 계집종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제발 제게 아들 하나만 허락하셔서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그 아들을 주께 바치겠습니다. 그 아들을 일평생 주님의 사람으로 삼겠습니다. 그 아들의 머리에 칼을 대어 깍지도 않겠습니다.'

12 [기도로 얻은 아들] 한나가 성전 안에서 오래도록 기도드리고 있을 동안에 엘리는 문밖에서 그녀를 지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엘리에게는 달싹거리는 한나의 입술만 보였지 기도 소리는 들이지 않았다.

13 한나는 마음속으로만 기도드렸기 때문에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14 그래서 엘리는 한나를 술취한 여자로 보고 큰소리로 그녀를 꾸짖었다.`이보시오.! 언제까지 성전 안에서 이렇게 주정이나 하고 있을 참이오? 어서 술에서 깨어나시오.'

15 그러자 한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저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불쌍한 여자로서, 제 슬픈 마음을 여호와 앞에 그대로 쏟아 놓았을뿐입니다.

16 제가 이토록 오랫동안 기도드리게 된 것은 제 슬픔의 고통을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저를 그토록 나쁜 여자로만 보지 말아주십시오.'

17 엘리는 한나의 딱한 사정을 듣고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자, 이제는 안심하고 편안히 돌아가 있으시오. 이스라엘을 돌보시는 하나님께서 부인의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오'

18 그러자 한나가 엘리에게 작별을 고하고 가족에게 돌아와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았다.

19 다음날 아침에 엘가나와 그의 가족들은 일찍 일어나 성전으로 들어가서 여호와께 다시 예배드리고 라마의 고향으로 돌아왔다. 엘가나가 고향집에서 아내 한나와 동침하자 주께서 한나의 간구를 들어주셨다.

20 그래서 한나의 태가 열리고 잉태하여 아들을 낳았다. 한나는 그 아이의 이름을 사무엘이라 불렀는데, `여호와께 간구해서 얻은 아들'이라 하여 그렇게 지었다. 사무엘이란 히브리 말로는 하나님의 이름과 관련된 표현이지만 간구한다는 말과도 연관될 수 있기 때문이다.

21 [사무엘의 봉헌] 해가 바뀌어 엘가나가 다시 온 가족을 거느리고 실로의 성소로 올라가 해마다 드리는 제물을 바치게 되었다. 이번에는 그가 여호와께 바치기로 서약하였던 특별 예물까지 준비하였다.

22 그러나 한나는 함께 가기를 거절하며 남편에게 이와같이 말하였다. `아이가 서너 살쯤 되어 젖이나 떨어지면, 그때에 내가 그 아이를 데리고 주님의 성전으로 올라가 아이가 영영 그곳에 머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3 엘가나는 아내의 의견을 좋게 생각하였다. `당신 생각에 좋을 대로 하시오. 당신이 아이가 젖뗄 동안 집에 데리고 있더라도 여호와께서는 이 아이에게 약속하신 일을 그대로 이루어 주실 것이오.' 그래서 한나는 사무엘이 서너 살이 되어 젖땔 때까지 성소에 올라가지 않고 그냥 집에서 아이만 키우고 있었다.

24 사무엘이 마침내 서너 살이 되어 젖을 뗄 수 있게 되자, 어머니 한나는 그를 데리고 실로에 있는 여호와의 성전으로 올라갔다. 이때에 그녀는 3년된 황소 한 마리와 밀가루 한 포대와 포도주 한 가죽부대를 제물로 가져갔다.

25 사람들이 끌고 간 황소를 잡아 제물로 바쳤을 때 한나는 아이를 데리고 엘리 앞으로 나아갔다.

26 한나가 엘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제사장님, 저를 기억하시겠습니까? 저는 몇 해 전에 이 성전에서 기도드렸던 여자입니다.

27 여기 이 아이를 얻으려고 제가 그때에 여호와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었습니다. 그런데 주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28 그때에 제가 그 아이를 여호와께 바치겠다고 서약하였기 때문에 이제 그 약속을 지키려고 합니다. 제사장님, 이 아이를 받아주셔서 아이가 일평생 주께 속한 사람이 되도록 키워 주십시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주님 앞에 엎드려 함께 기도를 드렸다.

2

1 [한나의 찬양] 한나는 아들을 주께 바치고 이렇게 찬양하였다. `여호와여, 주께서 제 마음을 기뻐 뛰게 하시고 주께서 제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우셨으며 주께서 제게 힘을 주셨습니다. 주여, 이제야말로 저도 원수들 앞에서 활짝 웃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께서 도와주셨으므로 이제는 제 마음도 기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2 거룩하신 분은 주님밖에 없습니다. 주님밖에는 어디에도 거룩하신 이가 없습니다. 약한 자를 반석처럼 보호해 주시는 분은 주님밖에 없습니다.

3 원수들아, 너희는 그토록 떠들며 자랑하지 말아라. 너희들 생각대로 뻐기며 건방지게 굴지 말아라. 너희가 무슨 짓을 하든지 주께서는 이미 다 알고 계신다. 주께서는 사람의 모든 행동을 달아 보고 더러운 것마다 심판하신다.

4 강한 사람들에게서는 지닌 무기도 빼앗아 부러뜨리지만 약하고 기죽은 사람들에게는 새 힘을 주신다.

5 부자들은 밥먹기 위하여 품을 팔아야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울며 탄식하지 않아도 영영 굶주림을 잊고 잔치하게 되었다. 자식이 없던 여인은 일곱 아들을 낳지만 자식이 많던 여인은 한 자식도 남기지 못하고 신음하다가 죽는다.

6 주께서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시어 사람을 지하로 내쫓기도 하고 다시 끌어 올리기도 하신다.

7 주께서는 가난하게도 하고 부유하게도 하시며 사람을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하신다.

8 주께서는 억울한 사람을 불쌍한 처지에서 건져내어 영광스러운 자리에 앉게도 하신다. 주께서는 천대받는 자들을 일으켜 존귀한 무리가 되게 하시고 멸시받던 자들에게 영예로운 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하신다. 온 세상이 주님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을 지어 흔들리지 않는 터전 위에 올려놓으신 분도 여호와이시기 때문이다.

9 주께서는 자기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보호하고 인도해 주신다. 그러나 주께 대항하는 자들은 캄캄한 인생에서 헤메다가 죽게 하신다. 자기 자신의 힘만을 의지하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승리할 수 없으며

10 여호와께 맞서는 사람은, 누구든지 깨어지고 만다. 그런 원수에게는 지극히 높으신 주께서 하늘 우레로 벼락을 치실 것이다. 주께서는 땅끝까지 심판하시고 당신의 마음에 드는 왕을 뽑아 앉혀 그에게만 큰 권세와 승리의 영광을 안겨 주신다.'

11 [성소에서 일어난 비행들] 한나의 찬양이 끝나자 엘가나는 가족들과 함께 고향 ㄱ) 라마로 돌아갔고, 어린 사무엘은 실로의 성소에 남아 엘리 밑에서 제사장의 일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ㄱ. 예루살렘 북쪽 약 8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해 있다)

12 그런데 이러한 사무엘과는 달리 엘리 제사장의 아들들은 점점 쓸모없는 자식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제사장이면서도 주님의 일을 위해서는 전혀 힘을 쓰지 않았다.

13 오히려 그들은 성전을 찾아와 제물 바치는 백성들을 괴롭혔는데, 제사장의 몫으로 돌아오는 고기만을 받지 않고 여러 가지 행패를 부렸다. 어떤 사람이 희생제물을 바치기 위하여 양이나 소를 끌고 오면, 그 고기를 삶아 예물로 바치기도 전에 시종들을 내보냈다. 그러면 시종들은 커다란 갈고리를 들고 다니며

14 아직도 냄비나 노구솥이나 옹솥이나 가마솥에서 펄펄 끊고 있는 국물 속으로 갈고리를 찔러 넣어 거기에 찍혀 나오는 고기를 그대로 제사장 몫이라고 우기면서 그들의 상전에게 갖다 바쳤다. 이런 식으로 엘리 제사장의 자식들은 실로에 와서 제물 바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괴롭혔다.

15 심한 경우에는 제물의 기름을 떼어 주님의 제단에 태워 바치기도 전에 제사장의 시종이 다가와 제물 바치는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말투로 `우리 제사장님께 구워 드릴 고기를 내놓아라. 제사장님은 삶은 고기를 좋아하시지 않으니 날고기로 그냥 달라' 고 강요하기도 하였다.

16 제물을 준비하던 사람이 `안 되오! 제물이란 먼저 주님 앞에 기름부터 태워 바치는 법이니 기다렸다가 그 다음에나 살코기를 떼어 가든지 하시오.' 하고 대답하면 시종은 `지금 당장 시키는 대로 내놓지 않으면 내가 강제로라도 고기를 떼어 가겠다' 하고 노골적인 폭언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17 엘리의 자식들은 이런 식으로 점점 더 무거운 죄를 짓고 있었다. 그들은 주께 바칠 제물을 하찮게 여김으로써 주님을 무시하고 모독하였던 것이다.

18 [사무엘을 바치고 축복받은 한나] 한편 사무엘은 어리지만 제사장의 예복인 세마포 에봇을 입고 여호와 앞에서 자신의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19 또한 사무엘은 이따금 작은 겉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의 어머니 한나가 손수 실을 잣고 천을 짜서 지은 옷이었다. 한나는 해마다 이와같이 새겉옷을 사무엘의 몸에 잘 맞도록 만들어 놓았다가 남편 엘가나와 함께 일년에 한 번씩 드리는 제물을 바치기 위하여 성소로 올라올 때에 가져다 주었다.

20 그럴 때마다 엘리 제사장은 사무엘의 부모에게 `여호와께서 그대들 가정에 더 많은 자녀를 허락하셔서 여기 주께 바친 아이를 대신할 수 있도록 축복해 주시기를 빕니다.' 하고 기도해 주었다. 그러면 엘가나와 한나는 기쁜 마음이 되어 고향집으로 돌아가곤 하였다.

21 과연 여호와께서 한나를 돌보아주셔서 그녀는 아들 셋과 딸 둘을 더 낳게 되었다. 그리고 실로의 성소에 사는 사무엘도 잘 자라났다.

22 [엘리의 아들들과 사무엘] 이제는 엘리의 나이가 아흔이 넘어 아주 늙어 있었다. 그런데 그의 아들들이 성소를 찾는 이스라엘의 순례자들에게 행패를 부릴 뿐더러 회막 입구에서 실을 자아 옷을 만들고 세탁도 하는 여인들까지 농락하고 있다는 소문이 그에게도 들어갔다.

23 엘리는 아들들을 불러 호되게 책망하였다. `어째서 너희들은 그토록 더러운 짓들을 하고 다니느냐? 이 나라의 모든 백성이 지금 너희들의 악행에 대하여 수군대고 있는 사실을 아느냐, 모르느냐?

24 이 어리석은 놈들아! 얼마나 못된 짓들을 하고 다녔으면 그 흉칙한 소문이 내 귀에까지 들어오겠느냐? 너희들의 부끄러운 행실들을 당장 고치도록 하여라.

25 사람이 실수해서 다른 사람에게 죄를 짓는다면 혹시 하나님께서 불쌍히 보시고 그 사람의 죄를 덮어 주고 용서해 주실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이 하나님께 바칠 제물을 더럽히고, 더군다나 하나님께 바쳐진 몸으로 회막에서 일하는 여자들까지 더럽혀서 여호와께 죄를 짓는다면 그런 사람을 누가 구해 주려 하겠느냐?' 그런데도 엘리의 자식들은 그 아버지의 말을 새겨 듣지 않고 여전히 탐욕과 음욕에 빠져 지냈다. 경고나 책망을 들어도 귀머거리가 되도록 주께서 그들을 버려 두셨기 때문이다.

26 그러나 나이 어린 사무엘은 몸이 점점 자라감에 따라 여호와와 뭇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27 [엘리에게 선포된 형벌] 어느 날 하나님의 사람인 예언자 한 사람이 엘리를 찾아와서 여호와의 말씀을 전하였다. `여호와께서 그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 조상 아론이 온 가족을 거느리고 애굽에서 바로의 권세에 붙잡혀 종노릇하고 있을 때에 내가 그의 앞에 나타나 자신을 똑똑하게 보여주었는데, 너는 그것을 벌써 있었느냐?

28 나는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 가운데서 레위 지파만을 선택하여 나의 제사장으로 삼고, 그의 후손인 아론의 자손들이 에봇을 제사장의 옷으로 입고 내 앞으로 나아와 제단에 제물을 불살라 분향하게 하였다. 또 나는 이스라엘 백성이 내게 불살라 바치는 모든 번제물 가운데에서 일정한 몫은 그들이 차지하도록 특별히 생각해 주었다.

29 그런데 너희는 어찌하여 내 백성이 나의 명령에 따라 내게 바치는 제물과 예물들을 탐내며 더럽혀 놓느냐? 너 엘리야, 너는 왜 네 자식들을 나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며, 이스라엘 백성이 내게 바치는 제물 가운데서 가장 좋은 것들만 골라다 먹고 너희들만 살찌느냐?

30 비록 내가 예전에는 `너와 네 집안이 언제까지나 나를 섬기는 제사장 집안이 될 것이라'고 약속한 적이 있었으나 이제는 내가 그 약속을 깨버리고 새로운 선포를 하겠다. 누구든지 나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나도 귀하게 여기겠다. 그러나 나를 멸시하고 업신여기는 자들은 나도 그들을 깔보아 수치를 당하도록 내버려 두겠다. 이는 내가 온 세계의 주인이며 이스라엘의 하나님으로서 하는 말이니 그대로 될 것이다.

31 잘 들어라! 이제 세월이 얼마남지 않았다. 그때가 오면 내가 너희 집안의 사내들은 물론 이요, 너희 지파에 속한 사내들까지 모조리 요절시켜 어느 한사람도 노령에 이르지 못하게 할 것이다.

32 그때에는 내가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온갖 좋은 것들을 선물로 주어서 그들 모두가 번영과 장수를 누리게 할 것이다. 그러면 너희 집안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부러운 나머지 괴로워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너희 집안에서 장수를 누리고 존경받는 사람은 하나도 없게 할 것이다.

33 너희 집안의 모든 자손이 한창 피어날 나이에 죽을 것이며, 혹시 내가 한 사람을 남겨 놓는다 할지라도 그는 네게 고통과 슬픔만을 안겨 줄 것이다.

34 이제 네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가 한 날에 죽게 되리니 그것이 이러한 일이 일어나게 될 표징인 줄 알아라.

35 그날에는 내 마음에 드는 일만을 하며 내게 충성을 다하는 사람만을 제사장으로 세울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훌륭한 후손들을 주어 그가 집안을 튼튼하게 세워 놓으면, 그의 후손들이 제사장이 되어 내가 기름 부어 왕으로 세울 메시야까지 섬기게 될 것이다. 이렇게 그의 후손들이 언제까지나 나의 제사장이 될 것이다.

36 그때에 혹시 네 집안에서 살아남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단지 몇 푼의 은전과 한덩이의 떡을 얻기 위하여 왕을 찾아가 엎드려 이렇게 애걸할 것이다. `제발, 제사장 일이라도 맡겨 주어 밥술이라도 얻어 먹고 살게 해주십시오!'

3

1 [사무엘을 세 번 부르심] 어린 사무엘은 엘리를 도와가며 제사장의 일을 정성껏 수행하였는데. 그 당시에는 여호와께서 어떤 사람에게 직접 말씀을 하시거나 꿈에 나타나시는 일이 거의 없었다.

2 더구나 엘리는 늙은데다가 눈까지 어두워져서 거의 앞을 보지 못하고 지냈다. 어느날 밤에도 엘리는 늘하던 대로 자기의 침실에서 자고 있었고,

3 사무엘은 성소에 있는 법궤 옆에다 자리를 정하고 누워 잤다. 그런데 성소의 등불이 아직 꺼지지 않은 새벽녘이었다.

4 이때에 여호와께서 `사무엘아!' 하고 부르셨다. 어린 사무엘은 `예!' 하고 대답하면서

5 즉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엘리에게 가서 `저를 부르셨습니까? 제가 여기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엘리는 `아니다! 나는 너를 부른 적이 없다. 다시 돌아가서 자거라!' 하고 말하였다. 그래서 사무엘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자리에 누웠다.

6 그때에 여호와께서 `사무엘아!' 하고 다시 부르셨다. 사무엘이 또 일어나 엘리에게로 가서 `저를 부르셨습니까? 제가 여기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엘리는 이번에도 `아니다! 나는 너를 부른 적이 없다. 가서 자거라!'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7 사무엘은 그것이 주님의 음성인 줄을 미처 몰랐다. 그는 주님의 음성을 이제까지 한번도 들어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8 여호와께서 세번째로 사무엘을 부르셨다. 사무엘은 이번에도 일어나 엘리에게로 가서 `저를 부르셨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엘리는 그제야 사무엘을 부르는 분이 여호와이신 줄을 깨닫고

9 사무엘에게 이와 같이 일러주었다. `너는 다시 가서 누워 있거라! 그러다가 또 너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거든 `여호와여, 말씀하소서! 주님의 종이 듣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여라.' 그래서 사무엘은 자리로 돌아가 다시 누웠다.

10 [사무엘에게 하신 첫 말씀] 사무엘이 다시 누워 자는데, 여호와께서 환상 중에 그에게 오셔서 전과 같이 `사무엘아, 사무엘아!' 하고 부르셨다. 사무엘이 `주님, 말씀하소서! 제가 듣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11 여호와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이스라엘 백성이 깜짝 놀랄 일을 할 작정이다. 그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너희는 그 소식을 듣기만해도 두 귀가 먹먹해질 것이다.

12 그때가 되면 내가 엘리의 집안에 대하여 이제까지 말하였던 모든 형벌을 그대로 내리겠다.

13 엘리는 자기의 자식들이 내게 범죄하는 줄을 잘 알면서도 그들의 악행을 막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그의 집안을 싹쓸어 버리겠다. 이것은 아무도 말릴 수 없으며, 나는 이같은 사실을 이미 엘리에게 알려 주었다.

14 내가 이미 엘리의 집을 향하여 말하기를 `나는 이제 네 집안을 완전히 쓸어 버리겠다. 이제는 너희가 어떠한 짐승을 제물로 바쳐도 너희의 죄악을 씻을 수 없고, 어떠한 곡식을 예물로 드려도 죽게 된 너희의 허물을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라고 맹세하였기 때문이다.'

15 이런 환상을 본 다음에도 사무엘은 계속 더 잠을 잤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일어나 성전의 모든 문을 열어 놓았다. 그러나 그는 그가 환상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두려웠기 때문에 엘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6 그때 엘리가 사무엘을 불렀다 `내 아들 사무엘아, 이리 오너라!' 사무엘이 `예, 제가 여기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17 엘리가 물었다. `주께서 네게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내게 아무 것도 숨기지 말고 말하거라! 만일 주께서 네게 하신 말씀 가운데서 어느 것 하나라도 숨기고 내게 말하지 않는다면, 주께서 네게 벌을 내리실 것이다.'

18 사무엘은 간밤에 있었던 일을 하나도 숨김없이 그에게 모두 말하였다. 그러자 엘리는 `그분은 여호와이시니 그분께서 선하게 보시는 대로 행하실 것이다. 나는 무조건 순종할 따름이다.' 라고 말할 뿐이었다.

19 [온 이스라엘의 예언자로 인정받음] 사무엘이 장성하였다. 여호와께서 항상 그와 함께 계셔서 사무엘이 말한 것은 그대로 이루어지게 하셨다. 이렇게 그의 말가운데서 어느 것 하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게 되자

20 여호와께서 그를 예언자로 세우신 줄을 온 이스라엘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북쪽 끝에 있는 단에서부터 남쪽 끝에 있는 브엘세바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사람이 그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떠받들게 되었다.

21 여호와께서는 그 뒤에도 실로의 성전에서 계속 사무엘에게 말씀으로 나타나 가르쳐 주셨다. ㄱ) 이제 사무엘의 말은 온 이스라엘에서 여호와의 말씀과 같이 되었다. 그러나 엘리는 아주 늙어 앞도 보지 못하였고, 그의 아들들은 여호와를 두려워하기는커녕 점점 더 무서운 죄를 지었다. (ㄱ. 70인역을 따랐다)

4

1 [피할 수 없는 하나님의 형벌] 그 당시에 블레셋 족속이 이스라엘에 쳐들어왔다. 그러자 사무엘이 온 이스라엘에 출전 명령을 내렸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백성은 블레셋 족속과 싸우기 위하여 국경 지역으로 나아가 에벤에셀에 진을 쳤다. 블레셋 족속은 바로 맞은편의 아벡에 진을 치고 있었다.

2 블레셋편에서 열을 지어 공격해 오자 이스라엘 백성도 이에 맞섬으로써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이 전투에서 크게 패하여 전사자가 무려 4천 명이나 되었다.

3 이스라엘의 패잔병들이 진지로 돌아오자 장로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렇게 상의하였다. `여호와께서 왜 우리 편이 이토록 크게 패하도록 내버려 두셨습니까? 블레셋 족속이 어떻게 우리를 이길 수 있었습니까?' 이는 여호와 하나님께서 우리를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실로에 있는 여호와의 법궤를 가져다가 우리의 영내에 둡시다! 그러면 여호와께서 우리 가운데 계셔서 적군을 쳐부수어 주실 것입니다!'

4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이 실로의 성소로 사람들을 보내 법궤를 모셔왔는데, 그 법궤 위에는 의자 모양으로 새겨 놓은 그룹이라는 천사들이 있었다. 그 의자는 이스라엘의 모든 군대를 지휘하시는 여호와 하나님께서 앉으시는 자리였다.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항상 법궤를 모시는 제사장으로 그 곁에 함께 하고 있었다.

5 여호와의 법궤가 진지에 도착하자 이스라엘 군인들은 땅이 울릴 정도로 환호성을 질렀다.

6 그 엄청난 함성은 블레셋 족속의 진지에까지 울려 퍼졌다. 놀란 그들은 서로 의아해서 물어 보았다. `히브리 족속의 진지에서 저런 함성이 들리다니 웬일일까?' 그러다가 여호와의 법궤가 이스라엘의 진지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퍼지자

7 그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 이스라엘의 진지에 하나님이 들어오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우리는 망하였다! 우리는 일찍이 신과 싸워 본 적이 없었다!

8 이제 우리는 꼼짝없이 죽게 되었다. 도대체 누가 우리를 저 무서운 신의 권세에서 건져내 줄 수 있겠는가? 그 신은 바로 애굽 사람들에게 온갖 재앙과 전염병을 퍼부었던 이스라엘의 여호와 하나님이다!'

9 블레셋 군인들이 이렇게 수군대며 떨고 있자 그들의 사령관이 이렇게 군인들을 독려하였다. `너희 블레셋 용사들아,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너희는 용맹을 떨쳐 사나이답게 싸우기만 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히브리 족속이 지금까지 너희의 노예가 되어 강제 노동에 시달렸던 것처럼, 이제는 너희가 그들의 노예가 되어 강제 노동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최후의 결전을 다짐하며 용맹스럽게 싸워 너희가 누군가를 보여주어라!'

10 과연 블레셋 군인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공격하자 이스라엘이 크게 패하여 군인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저마다 집으로 도주하였다. 싸움이 끝난 벌판에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시체가 3만이나 뒹굴고 있었다.

11 이스라엘은 이 싸움에서 블레셋 족속에게 법궤를 빼앗겼다. 제사장으로 법궤를 모시고 참전하였던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도 그날 전사하였다.

12 [충격을 받아 죽은 엘리] 베냐민 지파에서 출전하였던 군인 한 사람이 그날 싸움터에서 빠져 나와 이스라엘의 패전 소식을 실로의 성소에까지 전하였다. 30킬로미터 이상을 달려온 그는 전사한 사람들을 슬퍼하는 표시로 자기 옷을 찢고 머리에다 흙을 끼얹으면서 실로로 들어갔다.

13 이때에 엘리는 98세된 노인으로 눈이 흐려져 소경과 다를 바 없었으나 성전의 문밖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 멀리 성읍을 가로질러 성밖으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하나님의 법궤가 걱정이 되어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싸움터에서 달려온 군인이 성안으로 들어와 패전 소식을 전하자, 온 성읍 사람들이 놀라서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엘리가 그 소리를 듣고 물었다. `저게 웬 아우성이냐?' 그 사람이 급히 엘리에게로 뛰어가서 소식을 전하였다.

14 (13절과 같음)

15 (13절과 같음)

16 `저는 지금 싸움터에서 달려오는 길입니다. 적진의 포위망을 뚫고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하였습니다.' 이때에 엘리가 말을 막으며 조급하게 물었다. `어서 사태가 어찌되었는지부터 말하여라!'

17 그 군인이 이렇게 보고하였다. `우리 편이 패하여 많은 군인들이 전사하였고, 살아 남은 이들은 모조리 도주하였습니다. 제사장님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도 전사하였고, 하나님의 법궤도 블레셋 군인들에게 빼앗겼습니다.'

18 엘리는 하나님의 법궤를 빼앗겼다는 소리를 듣고 앉았던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목뼈가 부러져 죽었다. 그는 너무 늙은데다가 살이 쪄서 몸이 무거웠던 것이다. 그는 40년 동안을 이스라엘의 사사로서 민족을 이끌어 오다가 이렇게 끝을 맺었다.

19 [갑자기 죽은 비느하스의 아내] 엘리의 며느리 가운데 비느하스의 아내는 해산이 가까운 만삭된 몸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하나님의 법궤가 블레셋 족속의 손에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시아버지와 남편이 모두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갑자기 진통을 일으키며 쓰러져 아이를 낳았다.

20 갑작스런 진통 끝에 아이를 낳은 비느하스의 아내는 사경을 헤맸다. 그녀의 곁에서 시중 들던 여인들이 `아들을 낳았으니 이제 걱정하지 말아요! '' 하고 위로해 주었으나 비느하스의 아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21 그녀는 죽어 가면서도 빼앗긴 법궤와 죽은 시아버지와 남편을 생각하면서 `이제는 이스라엘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떠났다! 하나님의 법궤를 빼앗겼으니 남을 것이 무엇이냐?' 하고 중얼거렸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그 갓난아기의 이름을 이가봇이라고 지었는데, 이는 `영광이 이스라엘에서 떠났다!' 는 뜻이다.

22 (21절과 같음)

5

1 [재앙을 당한 블레셋의 다곤 신] 블레셋 족속은 법궤를 전리품으로 처리하여 에벤에셀에서 자기 나라의 중심지에 있는 도성 아스돗으로 가져갔다.

2 그곳에는 그들이 섬기는 신 다곤의 신전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만을 이긴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신까지도 자기들의 신에게 굴복시키기 위하여 여호와의 법궤를 다곤의 신전으로 메어다가 신상 곁에 갖다 놓았다.

3 아스돗 사람들이 그 다음날 아침에 신전으로 들어가보니 다곤의 신상이 거꾸러져서 여호와의 법궤 앞에 엎어져 있었는데, 그 얼굴이 땅바닥에 닿아 있었다. 그들은 즉시 신상을 일으켜서 제자리에 세워 놓았다.

4 아스돗 주민들이 그 다음날에도 아침에 일찍 다곤의 신전으로 들어가 보니 다곤의 신상이 또 여호와의 법궤 앞에 거꾸러져 있었는데, 이번에는 머리와 두손이 부러져서 문지방 위에 뒹굴고 있었다.

5 그래서 다곤을 섬기는 제사장들이나 그 신전에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오늘날까지 다곤 신전의 문지방을 밟지 않고 다녔다.

6 [법궤 때문에 받은 재앙] 법궤를 전리품으로 가져다 두었던 아스돗 주민과 그 주변 마을의 모든 주민들도 여호와께 무서운 재앙을 받게 되었다. 여호와께서 그들의 ㄱ) 직장에 견디기 어려운 종양이 돋아나게 하셨기 때문이다. 또 이때에 그 일대에는 갑자기 쥐가 들끓어 많은 사람이 무서운 공포에 사로잡혀 정신을 잃고 죽어 갔다. (ㄱ. `직장에 종양이 돋아나서 주민들이 앉거나 눕지도 못한 채 다곤 신처럼 엎어져서 땅에 얼굴을 대고 울부짖다가 죽어갔다'는 70인역에 따라 내용을 보충하였다)

7 사태가 이렇게 험악해지자 아스돗 주민들이 아우성을 쳤다. `이스라엘 신의 법궤를 당장 치워라! 그 신은 우리 인간들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신 다곤까지도 죽이려 한다!'

8 그래서 할 수 없이 그들은 블레셋 족속의 다섯 왕을 모아놓고 이렇게 물었다. `우리가 이스라엘 신의 법궤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습니까?' 그러자 가드에서 온 왕과 지도자들이 법궤를 가져가겠다고 자청하였다. 그러면 `이스라엘 신의 법궤는 가드에 가져다 놓도록 하시오!' 이렇게 해서 법궤가 가드로 옮겨졌다.

9 그러나 여호와께서는 가드의 주민들에게도 무서운 재앙을 내리셨다.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간에 모든 사람의 직장에 악성 종양이 돋아나게 하셨다. 그러자 온 성읍 사람이 공포에 사로잡혀 정신을 잃고 죽어 갔다. 종양이 돋은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시달리며 울부짖다가 죽었기 때문에 온 장안이 엄청난 공포에 휩싸였다.

10 그러자 자청해서 법궤를 맡았던 가드의 주민들도 그것을 다시 유다의 국경선에서 가장 가까운 에그론으로 보냈다. 그러나 법궤를 메고간 사람들이 에그론에 이르자, 그곳 주민들이 반대하며 아우성을 쳤다. `이제는 우리까지 모두 죽이려고 그 무서운 법궤를 이리로 가져왔느냐?'

11 그리고 그들은 즉각 블레셋의 왕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주장하였다. `이스라엘 신의 법궤를 돌려보내 주시오. 그것을 본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냅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민족도 결국 망하고 말 것입니다!' 이는 어느 도성이나 여호와 하나님의 법궤가 머무는 곳에는 악성 종양이 번져 주민들이 공포에 시달리다가 비명을 지르며 죽어 갔기 때문에 어느 성읍이나 법궤와 관련만 있으면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12 또한 아직 죽지는 않았다고 해도 살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악성 종양의 쓰라린 고통으로 인해 쉴 새 없이 울부짖고 있어서, 온 성읍 사람들의 비명은 하늘에까지 사무쳤다. 그들은 직장에 종양이 돋았기 때문에 앉거나 눕지도 못한 채 다곤 신처럼 엎어져서 땅에 얼굴을 대고 울부짖다가 죽어 갔다.

6

1 [법궤의 귀환] 법궤가 블레셋 땅으로 옮겨온 지 7개월이 되어서였다.

2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법궤를 이스라엘 백성에게 돌려주기로 작정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법궤를 잘못 다루어 또 다시 무서운 화를 입을까 염려되어 제사장들과 전국의 유명한 점쟁이들을 불러 놓고 물었다. `우리가 여호와의 법궤를 어떻게 하였으면 좋겠습니까? 우리가 그것을 잘못 다루었다가는 또다시 어떤 변을 당할지 몰라 여러분을 부른 것이오. 법궤를 무사히 제자리로 돌려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겠소?'

3 그들이 이렇게 대답하였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법궤만 그냥 돌려보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이스라엘 신에게 합당한 예물을 바쳐서 당신들의 과오를 씻어야 합니다. 그러면 당신들이 법궤를 잘못 다루었던 허물도 용서받고 당신들의 병도 고쳐질 것입니다. 이스라엘 신이 무엇 때문에 계속 당신들만 치고 있겠습니까? 그 신은 틀림없이 당신들에게서 떠날 것입니다!'

4 그러자 블레셋 사람들이 물었다. `그러면 우리가 이스라엘의 무서운 신을 잘못 건드려서 화를 입었는데, 그분에게 어떤 예물을 바치며 용서를 빌어야 옳겠습니까?' 그들이 대답하였다. `블레셋 사람들이 살고 있는 다섯 도성의 왕의 숫자대로 여러 분의 몸에 난 종기와 이 땅을 망치는 쥐의 모양을 금으로 각각 다섯 개씩 만들어 보내십시오.! 이는 다섯 도성의 주민과 왕들이 모두 똑같은 재앙을 당하였기 때문입니다.

5 당신들은 이렇게 함으로써 이스라엘 신의 우월한 권능을 인정한다는 표시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신이 노여움의 손길을 당신들에게서 거두어 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6 당신들은 이제 조금도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오래 전에 애굽 백성과 그들의 왕 바로가 완고하게 고집을 부리다가 오히려 엄청난 재앙만 더 당하였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스라엘 신은 그들에게 점점 더 무서운 권능을 보여주셔서 결국 그들은 온갖 재앙을 당할 대로 다 당한 뒤에야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켜 보내고 말았습니다.

7 이제 그와 같은 전철을 다시 밟지 말고 이와같이 해보십시오. 수레를 새로 하나 만들어서 이제 막 새끼를 낳아 젖은 먹이지만 아직 멍에를 메어 보지 않은 암소 두 마리를 구해다가 새 수레를 끌게 하고, 송아지들은 어미 소로부터 떼어다가 외양간에 가두어 두십시오.

8 그리고 이스라엘 신의 법궤를 수레에 싣고, 그 신에게 예물로 바치는 물건이 담긴 작은 상자를 법궤 곁에 실은 다음, 그 암소 두 마리에게 제멋대로 수레를 끌고 가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9 그러면 이토록 무서운 재앙이 어디서 왔는지 저절로 밝혀질 것입니다. 그 암소 두 마리가 자기 고향 땅을 향하여 벧세메스로 올라간다면, 이번에 우리에게 재앙을 내리신 분은 그 법궤의 주인이신 여호와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그렇지 않으면 최소한 우리는 `여호와께 재앙을 당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그런 재앙이 우리에게 덮쳐 온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10 블레셋 사람들은 그들이 일러준 대로 즉시 실행하였다.

11 (10절과 같음)

12 그런데 새끼를 떼어놓을 때까지도 펄펄 뛰며 울어 대던 소들이 그저 눈물만 흘릴 뿐 수레를 끌고 벧세메스 쪽으로 유유히 올라갔다. 더구나 좌우로 나 있는 어느 샛길로도 치우치지 않고 벧세메스만을 향하여 곧장 걸어갔다. 블레셋의 다섯 도성을 다스리던 왕들 모두가 이 놀라운 일들을 벧세메스의 국경선에 이르기까지 수레를 따라가며 지켜 보았다.

13 [벧세메스에 머문 법궤] 벧세메스의 주민들은 마침 골짜기에서 보리 추수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잠시 일손을 멈추고 멀리 바라보니 여호와의 법궤가 실려 오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기뻐하면서 뛰어가 맞이하였다.

14 암소 두 마리가 끌고 온 수레는 여호수아의 밭에 이르러 어느 바윗돌 곁에 멈추어 섰다. 벧세메스 사람들은 거기서 그 수레를 부수어 장작으로 삼고 수레를 끌고 온 암소 두 마리는 여호와께 온전한 번제물로 바쳤다. 이 제물 중에서는 제사장 몫을 떼어놓지 않고 모조리 여호와께 살라 바쳤다.

15 물론 수레를 부수기 전에 레위 지파 사람들이 수레에서 여호와의 법궤와 금으로 만든 예물들이 담긴 작은 상자를 내려다가 바윗돌 위에 모셔 놓았다. 벧세메스 사람들은 이렇게 그날로 번제물도 드리고, 짐승을 잡아 화목제물도 드리면서 여호와께 경배하였다.

16 블레셋의 다섯 왕들은 이러한 광경을 낱낱이 지켜 본 뒤 그날에 에그론으로 돌아갔다.

17 그들은 하나님의 법궤를 무시하고 잘못 다룸으로써 여호와께 지은 죄를 씻기 위하여 금으로 종기 모양의 예물 다섯 개를 만들어 주께 보냈는데, 자기들이 다스리는 다섯 도성 아스돗과 가사와 아스글론과 가드와 에그론을 위한 것이었다.

18 그들은 또 블레셋의 제사장들이 제안하였던 것보다 더 많은 쥐를 금으로 만들어 보냈는데, 블레셋의 다섯 왕들이 다스리던 모든 지역의 요새화된 도성뿐만 아니라 시골의 작은 마을들을 위해서도 그 숫자대로 각각 한 마리씩 금쥐를 만들어 속죄예물로 보냈기 때문이다. 벧세메스의 주민들이 법궤를 모셔 놓고 제물을 바쳤던 그 큰 바윗돌은 오늘날까지도 벧세메스 사람, 여호수아의 밭에 남아 있어 그때의 옛일을 증거해 주고 있다.

19 [기럇여아림으로 가는 법궤] 그런데 벧세메스 사람들이 여호와의 법궤를 보고 기뻐하며 뛰어가 맞이할 때에 ㄱ) 여고니아의 아들들은 이렇게 하지 않고 방관만 하였다. 이렇게 몇 사람이 여호와의 법궤를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호와께서는 벧세메스 주민들 가운데서 70명을 쳐죽이는 중한 벌을 내리셨다. 여호와께서 무서운 형벌을 내리셨기 때문에 백성이 아주 슬퍼하였다. (ㄱ. 70인역에 따라 내용을 보충하였다)

20 그래서 살아 남은 벧세메스 사람들이 모여 `도대체 누가 그토록 거룩하신 하나님 곁에서 가까이 지내며 살아 남을 수 있겠는가? 법궤를 이제 여기서 다른 곳으로 보내야 되겠는데 어디로 보내면 좋단 말인가?' 하고 탄식하였다.

21 결국 그들은 기럇여아림으로 심부름꾼들을 보내 `블레셋 족속이 여호와의 법궤를 되돌려 보냈습니다. 내려와 법궤를 가져가십시오.' 하고 전하게 하였다.

7

1 그래서 기럇여아림 사람들이 내려와 법궤를 모셔 갔다. 그들은 온 도성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는 집에 법궤를 모셔 놓고, 그 집 주인인 아비나답의 아들 엘리아살을 성별하여 여호와의 법궤를 지키게 하였다.

2 [다시 구출되는 이스라엘 백성] 법궤가 기럇여아림으로 돌아와서 머문 날로부터 20년이 지났을 때에야 비로소 이스라엘 백성이 자기들의 비참한 처지에서 여호와를 생각하고 그분께로 돌아왔다.

3 그러자 여호와를 찾아온 백성에게 사무엘이 올바른 회개를 가르쳐 주었다. `여러분이 진심으로 여호와를 찾아 돌아올 작정이라면 남신이든 여신이든 그동안 섬기던 다른 나라의 우상들을 모조리 없애 버리십시오. 오직 여호와만 의지하고 그분만을 섬기시오! 그러면 여호와께서 분명히 여러분을 블레셋 족속의 권세에서 해방시켜 주실 것입니다.'

4 이스라엘 백성은 사무엘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랐다. 그들은 바알과 아스다롯의 온갖 신상들을 가져다가 깊은 땅속에 묻어 버리고 오직 여호와만을 섬겼다.

5 백성들이 이렇게 순종하자, 사무엘은 온 이스라엘 백성에게 `여호와께서 다시 여러분을 도와주시도록 내가 기도를 드리겠으니, 모두 미스바로 모이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6 그러자 이스라엘 백성이 모두 그곳에 모였다. 그들은 자신의 온 마음을 여호와께 쏟아 붓는다는 뜻으로 물을 길어다가 여호와 앞에 부으면서 종일 금식하고, 자기들의 모든 허물과 죄를 고백하였다. 사무엘은 그곳 미스바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법적인 문제들을 판가름해 주고, 온 백성의 사사가 되어 다스리기 시작하였다.

7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이 미스바에 모였다는 소문이 블레셋 족속에게 전해지자, 그들은 즉각 전쟁을 준비하는 모임으로 판단하였다. 그래서 블레셋 족속의 다섯 도성을 다스리던 왕들은 모두 엄청난 병력을 동원해 이스라엘을 치러 올라왔다. 이때 여호와 하나님 앞에 금식하며 회개하던 이스라엘 백성은 느닷없는 블레셋 군인들의 출현에 모두 정신을 잃고 어쩔 줄을 몰라하였다.

8 놀란 그들은 사무엘에게 몰려와서 `저희를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두지 말아 주십시오. 제발 여호와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셔서 블레셋 족속을 물리쳐 주시고, 우리가 이 위기에서 살아나도록 쉬지 말고 기도해 주십시오!' 하고 호소하였다.

9 사무엘은 젖먹는 어린 양 한 마리를 잡아서 통째로 살라 여호와께 번제로 바치며 이스라엘을 살려내 주시도록 여호와께 부르짖었다. 그러자 여호와께서 즉시 다음과 같은 사건을 통하여 그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10 사무엘이 제단에 어린 양을 살라 제물로 바치고 있을 때에 블레셋 족속은 이스라엘을 치려고 가까이 밀고 들어왔다. 그러나 여호와께서 갑자기 천둥과 벼락을 무섭게 내리치자 밀고 들어오던 블레셋 족속이 놀라 정신없이 도주하였다.

11 그러자 이스라엘 백성이 사기가 충천하여 미스바에서 도주하는 적군을 계속 추격하였는데, 벧갈 아래까지 그들을 쫓아가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12 사무엘은 미스바와 센 사이에다 기념비를 하나 세우고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와주셨다.' 는 뜻으로 그 돌의 이름을 에벤에셀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도움의 돌'이라는 뜻이다.

13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블레셋 족속을 무섭게 쳐서 쫓아내셨기 때문에 그들은 더 이상 이스라엘 지역으로 침범해 들어오지 못하였다. 사무엘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여호와께서 언제나 블레셋 족속들을 막아 주셨는데, 그들에게는 사무엘이 마치 살아 있는 법궤와 같이 무서운 재앙을 일으키는 존재로 보이게 하셨다.

14 블레셋 족속이 이미 빼앗아 갔던 성들도 에그론에서부터 가드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스라엘에 다시 돌아왔고, 그 도성에 딸렸던 지역도 다시 이스라엘 사람들의 차지가 되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제 가나안 땅의 원주민인 아모리 족속과도 평화롭게 지냈다.

15 사무엘은 죽는 날까지 이처럼 이스라엘의 사사로서 평화롭게 백성을 다스렸다.

16 그는 해마다 한번씩 전국을 순회하면서 벧엘과 길갈과 미스바와 같은 성소들을 방문하여 백성들의 법적인 소송문제들을 해결해 주었다.

17 그는 라마에 상주하면서 항상 백성의 사사로서 이스라엘을 다스렸고, 그곳에 여호와를 위하여 제단을 쌓았다.

8

1 [타락한 사무엘의 두 아들] 사무엘이 늙어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자기의 두 아들을 사사로 세워 이스라엘을 다스리게 하였다.

2 큰 아들의 이름은 요엘이고, 작은 아들의 이름은 아비야였다. 그들은 유다 남부의 성소 브엘세바에서 재판관의 직책을 수행하였다.

3 그러나 이들은 아버지의 모범적인 사사 활동을 본받지 않고 재산을 모으려고만 하였다. 그들은 부당한 이익을 탐하여 뇌물을 받고 부정한 재판을 하면서 법을 지키지 않았다.

4 [왕의 병폐를 설명하는 사무엘] 사무엘이 세운 사사들의 악행으로 백성의 원성이 높아지자, 이스라엘의 장로들이 모두 모여 라마에 있는 사무엘을 찾아가

5 사사 대신에 왕을 세워 달라고 요구하였다. `당신은 늙으셨고, 당신의 아들들은 당신을 본받지 않아 백성을 공평하게 다스리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도 이방의 모든 나라와 똑같이 왕을 세워 주셔서 우리를 다스리게 해주십시오!'

6 그러나 사무엘은 장로들의 요청을 악한 일로 보고서 이 문제를 여호와께 아뢰었다.

7 여호와께서는 사무엘에게 이와같이 대답하셨다. `너는 이스라엘 백성의 소원대로 해주어라. 그들은 지금 너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버리고 있다. 그들은 나를 더 이상 그들의 왕으로 모시려 하지 않고 있다.

8 내가 그들을 애굽에서 데리고 나온 이후로 그들은 나를 버리고 다른 신들을 찾아다니며 살았다. 그런데 이제 네게도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9 그러므로 너는 그들의 소원대로 해주어라! 그러나 왕을 세움으로 인한 온갖 병폐를 그들에게 엄히 경고해 왕이 누리는 온갖 특전과 그것 때문에 당하는 백성의 고통이 어떠한 것인지를 자세히 알게 하여라.'

10 사무엘은 여호와의 말씀을 그대로 백성에게 전하였다.

11 `여러분이 왕을 세워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그렇게 하였을 때 왕에게 얼마나 많은 특권이 주어지는가를 명백하게 알아야 합니다. 왕은 여러분의 아들들을 데려다가 온갖 일을 다 시킵니다. 자기가 타는 말을 키우게 하고 수레도 맡겨 놓고, 자기가 행차할 때에는 여러분의 아들들을 그 앞에서 달려가게도 합니다.

12 그는 또 여러분의 아들들을 데려다가 장교나 사병도 만들고, 자기의 밭에서 일하는 농부도 만들고, 무기나 전차를 만들게도 합니다.

13 그는 여러분의 딸들도 데려다가 자기의 왕궁에서 온갖 일을 시키며 부려먹습니다. 왕을 위하여 요리도 하고 떡도 굽고 향유도 만들고 옷에 수도 놓게 합니다.

14 그는 여러분의 농토와 포도원과 감람원에서 나는 가장 좋은 것들을 강제로 거두어다가 자기의 관리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15 그러고 나서 여러분이 수확하는 곡식과 포도 가운데서 10분의 1을 세금으로 거두어다가 자기의 신하와 종들에게 줍니다.

16 그는 여러분의 남종과 여종들도 데려다가 자기 일을 시키고, 여러분의 소와 나귀 중에서도 제일 좋은 것만 끌어다가 부려먹습니다.

17 그는 여러분의 양 떼 중에서도 열 마리에 한 마리씩은 세로 받아 갑니다. 결국 여러분 자신은 모두가 왕의 종이 됩니다.

18 여러분이 그렇게 당하는 날이 오면, 지금 소원하던 왕 때문에 탄식하며 부르짖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에는 여호와께서 여러분의 호소를 들어주지 않으실 것입니다.'

19 그런데도 이스라엘 백성은 사무엘의 말을 무시하고 모두 이렇게 부르짖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왕을 세워야 되겠습니다.

20 다른 이방 나라들이 모두 왕을 세우는 것처럼 우리도 똑같이 왕을 세워야 되겠습니다. 왕이 있어야 우리의 법적인 문제도 판결해 주고, 전쟁이 나면 우리를 이끌고 나가서 싸우기도 합니다!'

21 사무엘이 백성의 주장을 그대로 여호와께 아뢰었다.

22 이스라엘 백성이 어떤 경고도 무시한 채 왕만을 요구하였기 때문에 여호와께서는 사무엘에게 말씀하시기를 `너는 그들의 소원대로 왕을 세워 주어라!' 하고 결정을 내려주셨다. 사무엘은 백성에게 왕을 세워 주기로 약속하고, 이스라엘의 장로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9

1 [나귀보다 왕관을 찾은 젊은이] 그 당시 베냐민 지파에는 기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비엘이요, 아비엘의 위로는 스롤과 베고랏과 아비아 등 유명한 선조들이 있었다. 기스는 재산도 많고 존경도 받는 베냐민 지방의 유지였었는데,

2 그에게는 사울이라는 훌륭한 아들이 있었다. 그는 이스라엘의 어떤 젊은이들보다 더 잘생겼고, 키도 뭇사람들보다 어깨 위로는 더 컸다.

3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아버지가 기르던 암나귀 떼가 모조리 달아나 버렸다. 그래서 기스가 아들에게 `종을 하나 데리고 나가 암나귀들을 찾아오라!'고 하였다.

4 사울은 즉시 종을 하나 데리고 북쪽의 에브라임 산지로 올라가 사방으로 두루 찾아보았으나 암나귀들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북서쪽으로 살리사 지방과 사알림 지방을 온통 돌아다녔으나 헛수고였고, 다음에는 베냐민 지방까지 다녔어도 나귀 떼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5 그들이 숩 지방으로 들어섰을 때에는 사울이 더 이상 찾을 생각을 포기하고 같이 다니던 종에게 이와 같이 말하였다. `차라리 이제 그만 돌아가자!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께서 암나귀보다 우리 때문에 더 걱정하시겠다'

6 그러나 종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저 건너편에 보이는 성읍 라마에는 아주 존경받는 하나님의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는 무엇이든 알아내지 못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므로 우리의 암나귀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그분을 찾아가 물어 봅시다! 그가 아마 우리들을 도와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울은 이렇게 걱정하였다.

7 `무슨 예물이라도 들고가야 되지 않겠느냐? 우리가 주머니에 떡을 담아가지고 왔으나 이미 다 먹은 뒤라 뭘 가지고 갈 것이 없는데, 그분에게 예물로 드릴 남아 있는 물건이 있으면 좋으련만....'

8 종이 대답하였다. `마침 제 수중에 작은 은돈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이 돈을 그분에게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그분이 어디로 가야 암나귀들을 찾을 수 있는지 우리에게 가르쳐 줄 것입니다.'

9 사울이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좋다! 그러면 우리가 그분을 찾아가자!' 뜻이 모아진 그들은 성읍을 향하여 걸어갔는데, 그 성읍은 상당히 높은 언덕 위에 있었다. 그들이 언덕으로 오르려 할 때 맞은편에서 처녀들이 물을 길으러 내려왔다. 사울이 처녀들에게 물었다. `이 성읍에 선견자가 계십니까?' 당시에는 예언자를 선견자라고 불렀다. 그래서 또 누가 하나님께 어떤 답답한 일을 묻고자 할 때에는 `우리가 선견자를 찾아가 보자!' 고 말하였다.

10 (09절과 같음)

11 (09절과 같음)

12 처녀들이 대답하였다. `예! 그분은 성안에 계십니다. 다른 성소를 순회하시다가 마침 오늘 돌아오셨습니다. 오늘은 성읍의 주민들이 뒷산에 모여 제사 드린 후에 함께 음식을 나누면서 잔치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13 지금 곧장 성으로 들어가시면 그분이 뒷산으로 올라가 음식을 나누기 전에 만나 뵐 수 있을 것입니다. 주민들은 지금 모두 그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분이 제물을 축복한 후에야 모든 사람이 음식을 나누어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둘러 올라가세요. 곧 길에서 만나게 되실 거예요!'

14 사울과 그의 종이 언덕을 지나 성문에 들어섰을 때에 마침 사무엘이 뒷산으로 올라가려고 성문을 향하여 나오고 있었다.

15 그런데 여호와께서는 사울이 오기 전날에 사무엘의 귀를 여시어 이 만남을 준비하도록 알려 주셨다.

16 `내일 이맘 때에 내가 베냐민 지파 사람 하나를 너에게 보낼 것이다. 너는 그 사람에게 기름을 부어 내 백성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삼아라! 그는 블레셋 족속의 압박으로부터 내 백성을 해방시킬 사람이다. 내 백성의 울부짖는 소리가 너무도 간절하여 이제 내가 그들을 해방시켜 주려고 한다'

17 사무엘이 사울을 처음 보는 순간에 여호와께서 그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어제 말하였던 사람이 바로 네 앞에 와 있구나. 그가 바로 내 백성을 다스릴 사람이다!' 하고 알려 주셨다.

18 사울이 성문으로 들어가는 입구에까지 나아가 사무엘에게 물었다. ''이 성안에 사는 선견자의 집이 어디에 있는지 제게 가르쳐 주십시오!'

19 사무엘이 대답하였다. `내가 바로 선견자요! 그러니 이제 안심하고 어서 먼저 산당으로 올라가시오! 오늘의 두분은 내게 온 손님들이니 나와 함께 음식을 나눕시다. 내일 아침에 돌아갈 때 당신이 걱정하는 모든 문제도 해결해 드릴 터이니 염려하지 마시오.

20 특히 사흘 전에 도망간 암나귀들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소. 그것들은 벌써 찾았소. 그런데 그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 있소. 지금 온 이스라엘이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시오.? 그것은 바로 당신과 당신의 집안이오!'

21 사울이 겸손하게 대답하였다. `제가 어떻게 그러한 말씀을 들을 수가 있습니까? 저야말로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 가운데서 가장 작은 베냐민 지파의 사람이 아닙니까? 더구나 베냐민 지파에 속한 모든 집안 가운데서도 가장 보잘 것 없는 집안에 불과합니다!'

22 그들이 제사를 드리는 뒷산에 오르자, 사무엘이 사울과 그의 종을 식당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이미 초대받고 앉아 있는 손님들의 상좌에 앉혔다. 손님들은 30명쯤 되었다.

23 사무엘이 요리사에게 말하였다. `내가 맡겨 두었던 그 고기를 내오라!'

24 요리사가 양의 넓적다리와 별미로 먹는 꼬리까지 들어다가 사울 앞에 갖다 놓았다. 사무엘이 이렇게 권하였다. `맛있게 드시오! 내가 당신을 위하여 따로 준비해 두었던 것이니, 안심하고 들기 바라오!' 그날에 사울은 이렇게 사무엘과 그곳에 초대된 손님들과 함께 식사를 하였다.

25 사무엘은 사울과 함께 뒷산에서 내려와 성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용한 자기 집의 ㄱ) 지붕으로 올라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ㄱ. 중동 지방의 지붕은 평평해서 조용히 기도하고 이야기하는 장소로 많이 쓰였다)

26 그날밤 사울은 지붕 위에서 잤다. 다음날 날이 밝아 오자 사무엘이 지붕에 대고 사울을 부르며 깨웠다. `일어나시오! 내가 배웅해 드릴 터이니 어서 일어나시오!' 사울이 일어나서 내려오자 그들은 곧 길을 떠났다.

27 그들이 성밖으로 나와서 언덕을 내려와 그 성읍에 딸린 지역이 끝나는 곳에 이르자 사무엘이 사울에게 조용히 일렀다. `저 종은 앞서 보내고 그대는 잠깐 서 있으시오.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하신 말씀을 내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사울은 동행하였던 그 종만 먼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앞서 보냈다.

10

1 [하나님의 영이 사울을 사로잡다] 사무엘은 준비해 두었던 기름병을 꺼내서 사울의 머리에 붓고 빰에 입을 맞춘 뒤에 이렇게 말하였다. `이는 바로 여호와께서 당신에게 기름을 부어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세우신 것을 뜻하오. 이제 당신은 주님의 백성을 다스리며 사방에서 괴롭히는 원수들로부터 이 백성을 해방시키시오! 여호와께서는 당신에게 기름을 부어 자신의 기업을 다스리는 영도자로 세우고, 그 징조를 보여줄 것인데, 이제 가면서 그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오.

2 이제 내게서 떠나 저 멀리 베냐민 지파로 들어가는 경계선을 넘다 보면 라헬의 무덤 근처에 있는 큰 바위 그늘에서 쉬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오. 그 사람들이 당신에게 이런 소식을 전해 줄 것이오. '당신이 찾아다니는 암나귀들은 벌써 찾았으나 이제는 아들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아버지께서 걱정하고 계십니다.'

3 또한 거기서 떠나 더 가다가 다볼의 상수리나무에 이르면 벧엘의 성소로 올라가는 세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오. 한 사람은 세 마리의 염소 새끼를 안고, 또 한 사람은 떡 세 덩이를 들고, 다른 한 사람은 포도주 한 가죽부대를 메고 올 것이오.

4 그들이 당신에게 반가운 인사를 하면서 떡 두덩이를 줄 것이니 받으시오.

5 그 다음에는 기브아로 가서 하나님의 산으로 올라가시오! 당신이 그 성읍으로 들어가다 보면 산당에서 제사드리고 내려오는 예언자들의 무리와 마주칠 것이오. 그들은 비파와 소고와 저와 수금을 연주하고 내려오면서, 그들 자신이 예언자의 황홀경에 빠져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를 것이오.

6 그때에는 여호와의 영이 당신에게도 내리 덮쳐서 당신도 예언자들의 황홀경에 빠져 그들과 더불어 춤추고 노래 부르게 될 것이오. 그 순간부터는 당신도 변화되어 새사람이 될 것이오.

7 당신에게 이런 징조가 모두 일어나거든 당신은 더 이상 아무 것도 망설이지 마시오! 당신에게 의욕이 생기는 대로 행동하시오! 하나님께서 당신을 도와주실 것이기 때문이오.

8 그 다음에는 당신이 나보다 먼저 길갈 성소로 내려가서 7일 동안 나를 기다리고 있으시오! 나도 그곳으로 내려가서 주께 온전한 번제물과 화목제물을 바치겠소! 당신이 그 다음에 하여야 될 일은 내가 그때에 가서 모두 알려 드리겠소!'

9 사울이 사무엘에게서 떠나려고 어깨를 돌리는 순간에 하나님께서 사울의 마음을 변화시켜서 새사람을 만들어 주셨다. 사무엘이 예고한 모든 징조도 그날에 차례차례로 다 이루어졌다.

10 사울이 종과 함께 기브아에 이르자 과연 예언자들의 무리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 순간에 하나님의 영이 사울을 사로잡아 그 역시 예언자의 황홀경에 빠져서 기뻐하였다.

11 전부터 사울을 잘 알던 사람들이 그런 광경을 보자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 수군거렸다. `사울이 저렇게 변하다니, 이게 웬일인가? 귀한 집에서 태어난 사울이 저 천한 예언자들과 한 패가 되었다니, 어디 그게 말이나 되겠는가?'

12 이 말을 들은 구경꾼들 가운데서 한사람이 나서서 `저 예언자들이란 본래 누구네 자식인지도 모르는 천민들이 아닌가!' 하고 응수하였다. 그래서 이때에 `사울도 예언자들 패거리에 물들었느냐?'는 말이 유행하게 되었다.

13 사울은 예언자들의 황홀경에 빠져서 기뻐한 뒤에 기브아의 집으로 돌아갔다.

14 사울이 종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자 그의 숙부가 먼저 나서서 물었다. `어디에 가 있었느냐?' 사울이 대답하였다. `암나귀들을 찾으러 다니다가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어서 마침내 사무엘을 찾아가 물어 보았습니다.'

15 사울의 숙부는 다시 `사무엘이 도대체 너희에게 무슨 말을 하였느냐?' 하고 물었다.

16 `암나귀들은 집에서 이미 찾았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일러주었습니다.' 하고 사울이 대답하였다. 그리고 사무엘이 자기를 왕으로 세웠다는 이야기는 입밖에 내어 말하지 않았다.

17 [왕으로 추대되는 사울] 이스라엘의 장로들이 왕을 세워 달라고 아우성을 치자 사무엘이 마침내 민족 대회를 소집하였다. 성년이 된 남자들은 모두 미스바 성소로 모였다.

18 거기서 사무엘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는 바로 여러분의 왕이셨습니다. 그분이 애굽에서 여러분을 해방시켜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뿐입니까? 여러분을 사방의 모든 원수들로부터 해방시켜 주신 분이 아닙니까?

19 여러분이 환란과 고통에 빠질 때마다 그분은 언제나 여러분을 구해 주셨습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는 여러분이 그분을 저버리고 이방족속들과 똑같이 왕을 세워 달라고 아우성 쳤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여러분의 소원대로 왕을 세워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지파와 씨족별로 줄을 지어 여호와 앞으로 나와 서십시오!'

20 사무엘이 우선 각 지파의 우두머리들을 여호와 앞으로 불러내어 제비를 뽑게 하였다. 그러자 베냐민 지파가 뽑혔다.

21 그 다음에 사무엘은 베냐민 지파의 씨족 대표자들을 여호와 앞으로 불러내어 제비를 뽑게 하였다. 그러자 마드리 집안이 뽑혔다. 그 다음에 사무엘이 마드리 집안의 남자들을 여호와 앞으로 불러내어 제비를 뽑게 하였다. 그러자 기스의 아들 사울이 뽑혔다. 그래서 사울을 앞으로 나오게 하였으나 그를 찾을 수가 없었다.

22 온 백성이 여호와께 여쭈어 보았다. `왕이 될 사람이 오늘 이곳에 와 있지 않습니까?' 여호와께서 대답하셨다. `그는 지금 마차 사이에 숨어 있으니 찾으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3 사람들이 뛰어가 마차의 짐짝 사이에 숨어 있는 그를 찾아 데리고 왔다. 그가 사람들 사이로 들어와 서자 그의 키가 온 백성보다 어깨 위로는 더 컸다.

24 사무엘이 온 백성에게 말하였다. `이 사람을 보시오! 그는 여호와께서 뽑아 주신 왕으로, 이스라엘의 온 백성 가운데 이처럼 잘 생긴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똑똑히 잘들 보시오!' 그러자 온 백성이 `임금님 만세!'를 외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25 사무엘은 왕에게 어떤 특권이 있는가를 온 백성에게 다시 한 번 알려 주고, 그것을 기록하여 미스바의 성소에 보관하였다. 사무엘이 민족대회를 해산시키자 백성들은 제각기 집으로 돌아갔다.

26 사울도 기브아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는데, 이스라엘의 군인들 가운데서 마음속으로 여호와께 감동받은 용감한 자들이 그를 경호하면서 따라갔다.

27 그러나 백성 가운데는 소수의 불량배도 있어서 사울을 조롱하였다. `저러한 자가 우리를 외세에서 해방시켜 강대국으로 부흥시켜 주겠는가?' 그들은 이렇게 사울을 멸시하고 비방하면서 그에게 예물도 바치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울은 그러한 소리에 대하여 일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1

1 [등극하는 사울] 사울이 집에 와 있은 지 한 달쯤 지나서 전쟁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요단강 동쪽에 살던 암몬 족속의 왕 나하스가 길르앗 지역으로 밀고 들어와 야베스 성을 포위한 것이다. 그러자 성읍의 주민들이 나하스에게 애원하였다. `우리의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고 약속해 주시오! 그렇게만 해주시면 우리가 기꺼이 항복하고 노예가 되어 섬기겠습니다.'

2 그러나 암몬 족속의 왕은 그들의 애원을 조롱으로 바꾸어서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내가 너희의 오른쪽 눈알을 모두 빼어서 온 이스라엘에 씻을 수 없는 수치와 모욕을 당하게 한다면 너희를 살려 줄 뿐만 아니라 너희가 원하는 계약에 기꺼이 응하겠다'

3 이때에 야베스 장로들이 슬기로운 제안을 하였다. `우리에게 칠일 동안만 여유를 주십시오! 그러면 저희가 이스라엘의 모든 지역으로 심부름꾼들을 보내겠습니다. 그런 다음에도 우리를 구해 줄 사람이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항복하겠습니다.'

4 심부름꾼들은 즉각 사울이 살고 있는 기브아 언덕으로 달려와서 그곳의 주민들에게 자기들의 기막힌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그러자 온 백성이 큰소리로 울기 시작하였다.

5 바로 이런 순간에 사울이 겨릿소 두 마리를 몰고 밭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는 온 성읍이 울음바다가 된 것을 보고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온 성읍 사람들이 목놓아 울고 있느냐?' 사람들이 야베스에서 일어난 사건을 그에게 알려 주었다.

6 그러자 하나님의 영이 사울을 감동시켜 그는 엄청난 분노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7 그는 몰고 오던 겨릿소 한 쌍을 끌어다가 여러 토막으로 자른 다음 그것들을 야베스의 심부름꾼들에게 나누어 주고 이스라엘 전지역으로 가지고 가게 하였다. 그리고 사울은 그들에게 어디서나 이렇게 외치도록 하였다. `누구든지 사울과 사무엘을 따라서 싸움터로 나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집의 소도 이런 꼴이 될 것이다.' 온 백성은 이 소리를 듣고 공포에 사로잡혔다. 이런 소식은 여호와께서 직접 전하시는 것인 줄을 모든 백성이 온 몸으로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온 백성이 싸움터로 나갔다.

8 사울이 베섹에서 온 백성을 집결시키고 검열해 보니 이스라엘 자손이 30만 명이요, 유다 사람이 3만 명이었다.

9 사울이 길르앗야베스에서 온 심부름꾼들에게 명령하였다. `고향으로 돌아가서 주민들에게 내일 정오쯤에는 너희가 해방될 것이다.' 하고 전하여라. 암몬 족속에게 포위되었던 성읍에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모두 안도의 숨을 쉬었다.

10 그러나 그들은 슬기롭게도 암몬 족속에게 이와 같이 전하였다. `우리는 내일 성문을 열고 나아가서 너희들 앞에 항복하겠다. 그때 너희가 원하는 대로 우리를 처단하여라!'

11 그러나 그 다음날에는 사울이 벌써 자기의 군인들을 세 부대로 나누어 놓고, 이른 새벽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사방에서 암몬 족속의 진지로 기습해 들어가도록 하였다. 사울의 군인들은 방심하고 잠만 자던 암몬 족속의 군인들을 이른 새벽부터 쳐죽이기 시작하여 정오쯤에는 그들을 거의 다 쳐죽였다. 칼을 피해 달아났던 몇몇 암몬 군인들도 사방으로 흩어져서 더 이상 싸우러 나설 수가 없었다.

12 사울이 이렇게 암몬 족속을 쳐서 멸하자, 이스라엘 백성이 그를 찬양하면서 사무엘에게 제안하였다. `전에 사울은 왕이 될 수 없다고 떠들던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런 자들은 이제 저희 손에 맡겨 주십시오. 당장에 죽여 없애겠습니다.'

13 그러자 사울이 나서서 반대하였다. `오늘은 어느 누구도 죽일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몰살당하게 된 것을 여호와께서 직접 개입하셔서 살려내 주신 날이기 때문입니다.'

14 사무엘이 온 백성에게 제안하였다. `이제 우리는 길갈로 갑시다! 우리는 거기서 사울을 왕으로 세우고 만세를 부릅시다!'

15 그래서 모든 백성이 사무엘을 따라 길갈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여호와의 성소에서 사울을 왕으로 세우고, 많은 짐승을 잡아 제물로 바친 다음에 온 백성이 큰 잔치를 벌이며 즐거워하였다.

12

1 [사무엘의 고별 설교] 사무엘이 사울을 왕으로 세운 뒤에 그곳에 모인 이스라엘 백성 앞에서 작별 인사를 하였다. `나는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왕을 세워 놓았습니다.

2 그 왕이 지금 여러분 앞에 서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그가 여러분 앞에 서서 인도해 줄 것입니다. 나는 이미 백발노인이 되었으며, 나의 두 아들도 이미 장성해서 지금 여러분과 같이 이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나는 젊어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분을 인도하며 살아왔으나

3 이제는 그러한 자리를 떠나면서 여러분의 정직한 판단을 받고 싶습니다. 내가 그동안에 무슨 불법을 행하였다면 지금 여호와 앞에서 나를 규탄하고, 우리가 세운 왕 앞에서 나를 고발하십시오! 내가 어느 누구의 소나 나귀를 빼앗은 일이 있었습니까? 내가 어느 누구의 물건을 강탈하거나 어느 누구를 억압한 일이 있었습니까? 내가 뇌물받고 그릇된 판결을 내린 일이 있었습니까? 만일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내가 전부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4 이스라엘 백성이 대답하였다. `저희들 중에서 어느 누구를 억압한 일도 없으셨고, 어느 누구에게서 무엇을 강탈하거나 무슨 뇌물을 받은 일도 없으셨습니다'

5 사무엘이 이렇게 선언하였다. `여러분은 내게서 아무런 부정도 찾아내지 못하였습니다. 여호와께서 이제 그 일의 증인이 되시고, 여호와께서 기름 부어 세우신 왕 또한 그 일의 증인이 되셨습니다.' 그러자 온 백성도 `확실히 그렇습니다!' 하고 응답하였다.

6 이때에 사무엘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제까지 지은 죄악을 열거하면서 설교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이제 여러분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묻겠습니다. 여호와께서는 여러분과 여러분의 조상을 위하여 얼마나 진실하게 도와주셨습니까? 나는 이제 여호와께서 도와주신 일들을 모두 여러분 앞에 들추어내겠습니다. 야곱이 많은 식구들을 거느리고 애굽으로 내려가서 살자 애굽 왕궁에서 그들을 억압하였습니다. 그들이 애굽 사람들의 억압에 견디지 못하여 여호와께 호소하며 부르짖자, 여호와께서 그들에게 모세와 아론을 보내주셔서 그들을 애굽에서 데리고 나와 이 땅에 정착시키도록 하셨습니다.

7 (6절과 같음)

8 (6절과 같음)

9 그러나 그들은 여호와께서 자기들을 구해 주셨던 그 사실을 금방 잊어버리고, 여호와를 떠나 다른 신들을 쫓아다녔습니다. 여호와께서는 이러한 그들을 사방의 원수들에게 넘겨 주셔서 블레셋 족속과 모압 족속의 왕과 도시 국가인 하솔의 왕 야빈의 군사령관 시스라가 쳐들어와서 여러분을 괴롭히게 하셨습니다.

10 그러자 여러분의 조상들은 여호와께 부르짖으면서 `저희가 우리의 하나님 여호와를 버리고 남신 바알의 신상과 여신 아스다롯의 신상들을 섬겨 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뉘우침을 용납해 주시고 지금 우리를 죽이려고 쳐들어온 저 원수들의 손아귀에서 구해 주십시오! 그러면 저희가 주님만을 섬기겠습니다.' 하고 도움을 구하였습니다.

11 그러자 여호와께서 여룹바알과 베단과 입다와 나 사무엘까지 보내 주셔서 여러분을 사방으로 둘러싼 원수들의 손아귀에서 건져내 주셨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오늘날과 같이 이 땅에서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수 있게 되었습니다.

12 그런데도 암몬 족속의 왕 나하스가 전군을 거느리고 여러분을 치러 오자, 여러분의 태도가 달라져서 `우리 민족에게는 왕이 없어서 안되겠습니다! 우리에게도 왕을 세워 주십시오!'라고 내게 강요하였습니다. 여러분의 왕은 이미 하나님 여호와이심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13 이제는 여러분이 그토록 원하던 왕이 여기 이렇게 서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여러분에게 왕을 주신 것입니다.

14 이제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여호와를 두려워하고 그분에게 순종하며, 항상 그분의 가르침에 따라서 살고, 그분의 명령을 거역하지도 않고, 여러분과 여러분을 다스리는 왕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언제나 그분에게만 충성을 바쳐야 복을 받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린다는 사실입니다.

15 그러나 여러분이 만일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않고 그분의 명령에도 따르지 않는다면 여호와께서 여러분의 조상을 치셨던 것처럼 여러분과 여러분의 왕을 쳐서 멸망시키실 것입니다.

16 그 징조를 똑똑히 보여주겠으니, 여호와께서 여러분의 눈앞에서 행하실 놀라운 기적을 보십시오!

17 지금은 5월말, 마침 밀을 거두어들이는 계절입니다. 천둥과 비 내릴 철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저 맑은 하늘에서 천둥과 비를 내려 달라고 여호와께 간구하겠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그것을 보고 여호와 대신에 왕을 세워 달라고 요구함으로써 얼마나 큰 죄악을 저질렀는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18 사무엘이 두 손을 높이 들고 하늘을 향하여 기도를 올리자 주께서 갑자기 천둥을 치며 비를 내려 주셨다. 그러자 이스라엘 백성이 여호와와 사무엘을 두려워하였다.

19 천지를 진동하는 뇌성벽력에 놀란 백성은 사무엘에게 몰려와 호소하였다. `저희들을 위하여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기도해 주십시오! 죽이지 말도록 기도하여 주십시오! 저희는 범죄한 백성입니다. 더욱이 왕을 요구함으로써 주님의 분노까지 폭발시켜 놓았습니다.'

20 사무엘이 그들을 위로하며 권고하였다. `여러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비록 범죄하기는 하였으나 이후로는 여호와만을 섬기면서 온전한 마음으로 순종하십시오!

21 여러분을 도와주지도 못하는 우상들을 다시는 쫓아다니지 마십시오! 우상들은 전혀 유익하지도 않고 힘도 없어서 원수들의 손에서 아무도 해방시켜 줄 수가 없습니다.

22 여호와께서는 항상 진실하시고 변함이 없으십니다. 주님은 이미 여러분을 당신의 백성으로 삼으시고 보호해 주기로 작정하셨기 때문에 이제 와서 다시 여러분을 버리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23 나도 계속 여러분을 위하여 여호와께 기도드리고, 가장 옳고 좋은 것이 무엇인가를 여러분에게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내가 만약 기도하기를 그친다면 스스로 죄짓는 일이 될 것입니다.

24 이제 여러분은 여호와만을 경외하면서 온전한 마음으로 진실하게 순종하십시오! 여호와께서 여러분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일들을 도와주셨는지 항상 생각하십시오!

25 그런데도 여러분이 또다시 그분을 배반하고 헛된 우상들을 따라다닌다면 여러분과 여러분의 왕이 다함께 멸망할 것입니다.'

13

1 [블레셋 족속에 대한 항거] 사울은 ㄱ) 40세에 왕이 되어 이스라엘을 2년 동안 다스렸다. (ㄱ. 원문 판독에 따라 21세나 30세일 수도 있다)

2 사울은 자기에게 모여든 이스라엘의 군인들 가운데서 3천 명만을 골라 놓고 나머지는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 3천 명 가운데서 2천 명은 믹마스와 벧엘의 산지에 주둔하면서 직접 사울의 지휘를 받았고, 1천 명은 베냐민 지파의 기브아 언덕에 주둔하면서 사울의 아들 요나단의 지휘를 받았다.

3 요나단은 블레셋 족속들이 게바에 세워 놓은 전승비를 때려 부수고, 그것을 지키던 수비대들도 쳐죽였다. 이 소식이 블레셋 족속에게 전해지자 사울은 온 나라에 비상 나팔을 불고 이렇게 널리 알렸다. `블레셋 족속이 세워 두었던 전승비는 나 사울이 직접 때려부수었다. 이제는 블레셋 족속이 원수 갚으러 올 것이니 이에 맞서 싸우자' 이스라엘 백성은 이 소식을 듣자 모두 길갈로 와서 사울과 함께 싸울 준비를 하였다.

4 (3절과 같음)

5 블레셋 족속도 이미 싸울 태세를 갖추고 이스라엘을 치러 올라왔다. 그들은 3천 대의 전차를 6천 명의 기마병들이 몰고 올라왔으며, 그 뒤를 따르는 보병들의 숫자는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들은 벧아웬의 동쪽 믹마스에 진을 치고 이스라엘과 대치하였다.

6 이를 본 이스라엘 군인들은 엄청난 병력 앞에서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들은 자기들이 꼼짝없이 궁지에 빠진 것으로 알고 전의를 상실해 제각기 굴속이나 숲속이나 바위틈이나 무덤 속이나 우물 속으로 기어들어가 숨었다.

7 그리고 주력부대들은 대부분 요단강의 얕은 여울을 건너서 갓 지역과 길르앗 지역으로 도주하였다.

8 [제사장 노릇을 하는 사울] 사울은 여전히 길갈에 남아 있었고, 그를 따르던 군인들은 사기를 잃은 채 공포에 빠져 있었다. 사무엘은 본래 사울에게 길갈에서 7일 동안을 기다리고 있으라고 명령하였다. 그러나 상황이 아주 위급해져 가는데에도 불구하고 사무엘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남아 있던 군인들마저 사울을 버리고 떠나기 시작하였다.

9 그래서 사울은 할 수없이 번제와 화목제에 쓸 짐승들을 가져오게 한 다음에 제 손으로 제물을 바치기 시작하였다.

10 사울이 막 번제를 드리고 나자 사무엘이 도착하였다. 사울이 그를 맞으러 나가 인사를 하자,

11 사무엘은 대뜸 `왕은 어째서 그토록 제멋대로 행동하였소?' 하고 책망하였다. 사울이 길게 변명하였다. `블레셋 족속이 이미 믹마스에 와서 진을 치고 있는데, 우리 군인들은 놀란 나머지 산지 사방으로 도주해 버리고 그나마 따르던 군인들도 점차 떠나가는데, 제사장님마저 약속된 시각에 오시지 않았습니다. 돌아가는 사정을 보니

12 여호와께 번제를 드려 도와 달라고 빌기도 전에 적군들이 길갈로 내려와서 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감히 번제를 직접 드렸습니다.'

13 그러나 사무엘은 사울을 향해 여지없는 심판을 선언하였다.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말았어야 하오. 어째서 그대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대에게 내리신 명령을 지키지 않았소? 아무리 위태로운 처지에서라도 그 명령만 지켰더라면 여호와께서 그대와 그대의 후손들에게 이스라엘을 다스리도록 영구한 왕조를 약속해 주셨을 것이오.

14 그러나 그대가 여호와께 순종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위대한 약속을 놓치고 말았소. 여호와께서는 이미 당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서 당신의 백성을 다스릴 영도자로 정해 놓으셨소'

15 [열세에 몰린 이스라엘 진영] 그러고 나서 사무엘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없이 길갈을 떠나 자기 집으로 가버렸다. 아직도 사울과 함께 길갈에 남아 있던 군인들은 베냐민 땅의 게바로 올라가서 요나단의 휘하에서 그곳에 남아 있던 아군과 합류하였다. 거기서 사울이 자신과 자기의 아들을 따라 남아 있는 모든 군인을 점검해 보니 겨우 600여 명 정도였다.

16 이렇게 하여 사울과 요나단은 군인들을 거느리고 베냐민 지파의 게바에 주둔하고, 블레셋 족속은 믹마스에 진을 치고 있었다.

17 그런데 블레셋 진영에서는 이스라엘을 약탈하고 후방을 교란시킬 특공대를 세 방향으로 출동시켰다. 한 부대는 북쪽의 오브라 쪽으로 가 수알 지역으로 들어갈 작정이었고,

18 또 한 부대는 서쪽의 벧호론 쪽으로 향하였고, 나머지 한 부대는 ㄱ) 여우 골짜기 너머로 멀리 광야를 바라볼 수 있는 동쪽의 산마루를 향해 떠나갔다. 남쪽은 사울이 진치고 있어서 약탈부대가 들어가지 못하였다. (ㄱ. `스보임'은 `여우들'이라는 뜻이다)

19 그 당시 이스라엘에는 전국적으로 대장장이가 한 명도 없었다. 이미 고도의 기술을 가진 블레셋 족속은 특별히 이스라엘에서 칼이나 창과 같은 무기를 제조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기술을 단속하였기 때문이다.

20 그래서 온 이스라엘에서는 보습이나 곡괭이나 도끼나 낫을 벼리려고 해도 일일이 블레셋 족속을 찾아가야만 되었다.

21 보습과 낫을 벼리는 값은 은화 3분의 2세겔이었고, 도끼날을 벼리거나 쇠채찍을 만드는 값은 은화 3분의 1세겔이었다.

22 그래서 사울과 요나단을 따르던 군인들에게는 칼이나 창과 같은 무기가 없었고,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단에게만 그런 무기가 있었다.

23 블레셋 족속은 특공대를 파견한 다음 약화된 본부 진영의 수비를 강화하기 위하여 믹마스로 들어오는 통로에 전초부대를 배치해 두었다.

14

1 [요나단의 기습과 성공] 어느 날 요나단은 자기의 무기를 들고 다니는 부관에게 `자, 우리는 저 건너편에 있는 블레셋의 전초부대로 건너가자!' 고 말하였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자기의 아버지에게는 전혀 알리지 않고 갔다.

2 사울은 이 시각에 마침 게바 평원의 맨 끝으로 올라가서 미그론이라는 타작마당의 석류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거기서 그는 600명쯤 되는 군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3 그의 수행원 가운데는 제사장 아히야도 있었는데 그는 아히둡의 아들이었고, 아히둡은 실로에서 여호와의 제사장으로 있던 엘리의 둘째 아들 비느하스의 유복자 이가봇의 형이었다. 아히야는 에봇을 입고 가슴에는 하나님의 뜻을 알려고 할 때 제비로 사용하는 우림과 둠밈이 들어 있는 주머니를 달고 다녔다. 그런데 사울과 함께 있던 사람들 가운데는 아무도 요나단이 적진을 향해 떠나간 줄을 알지 못하였다.

4 한편 요나단이 블레셋 군대의 전초부대로 침투하기 위하여 통과하던 길목 양편에는 거대한 기둥처럼 생긴 바위가 치솟아 있었다. 북쪽에서 치솟아 올라와 믹마스를 굽어보는 바위의 이름은 ㄱ) 보세스였고, 남쪽에서 치솟아 올라와 게바를 굽어보는 바위의 이름은 ㄴ) 세네였다. (ㄱ. `빛나는 바위',`미끄러운 바위'라는 뜻. ㄴ. `가시나무와 같은 바위'라는 뜻)

5 (4절과 같음)

6 이렇게 험한 바위로 둘러싸여 접근하기 어려운 길목에서 요나단이 부관에게 말하였다. `자, 저 건너편의 전초부대를 향하여 돌진해 보자! 저들은 할례도 받지 않은 족속이 아니냐? 여호와께서는 틀림없이 우리를 도와주실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겨우 두 사람인들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여호와의 일에는 사람의 많고 적음이 문제 되지 않는 법이다.'

7 이 말에 요나단의 부관도 찬성하였다. `계획대로 단행하십시오. 앞장만 서십시오! 저는 충실히 따라가며 싸우겠으니 저를 믿어 주십시오!'

8 요나단이 작전을 설명하였다. `우리는 이제 이 물이 마른 개울 속으로 숨어 들어가서, 적들이 가까이 보이는 저쪽 언덕에 이르러 우리의 몸을 드러내 보이자.

9 거기서 그들이 만약 우리를 향하여 `꼼짝 말아라. 우리가 내려갈 때까지 그대로 기다려라!' 하고 소리치면 우리가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자!

10 그러나 그들이 만약 `우리에게로 올라오너라!' 라고 외치면 우리가 올라가자! 우리는 이것으로 여호와께서 그들을 우리 손에 넘겨 주셨다는 표시로 삼자'

11 그들이 이렇게 약속하고 출발해서 적진의 전초 부대에 이르러 온몸을 드러냈다. 블레셋 군인들이 그들을 보자 서로 이렇게 떠들었다. `저것 봐라! 히브리 사람들이 숨었던 구멍에서 기어 나왔다!'

12 그러면서 요나단과 그의 부관을 향하여 이렇게 외쳤다. `우리에게로 올라와 보아라! 너희에게 할 말이 있다!' 요나단이 즉각 부관에게 지시하였다. `너는 내 뒤만 따라오너라! 저들은 이미 여호와께서 우리의 손에 넘겨 주신 것들이다!'

13 요나단이 살금살금 기어서 언덕을 오르자 그의 부관도 따라서 올라갔다. 마침내 요나단이 블레셋 군인들 앞으로 다가서자 놀란 그들은 모두 쓰러져 정신을 잃었고, 무기를 들고 따라가던 요나단의 부관은 재빠르게 그들을 칼로 쳐죽였다.

14 요나단과 그의 부관은 이렇게 블레셋 군대와의 첫 접전에서 즙은 지역을 마음껏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쳐죽였는데, 겨우 600평쯤 되는 들판에서 20여 명이나 죽였다.

15 일이 그렇게 된 것은 바로 요나단이 나타나는 순간에 땅이 진동하면서 블레셋 군인들을 엄청난 공포감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영 안에 있던 군인들이나 들판에서 보초 서던 군인들이나 모두 무서워서 떨었고, 심지어는 약탈하러 나갔던 특공대원들도 무서워서 떨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블레셋 군인들을 무서운 공포에 빠뜨리셨던 것이다.

16 [블레셋 군인들의 자멸] 게바에서 망을 보던 사울의 파수꾼들이 건너다보니 블레셋 진영에서 엄청난 소요가 일고 있었다.

17 사울은 자기의 군인들 가운데서 혹시 빠져 나간 사람이 있는지 점검해 보라고 명령하였다. 요나단과 그의 부관이 없어진 사실이 그제야 드러났다.

18 그래서 사울이 제사장 아히야에게 명령하였다. `하나님께서 이번 출전을 허락하시는지 알아보게. ㄷ) 에봇 주머니가 달린 예복을 입고 나오시오!' 이때에 제사장 아히야는 우림과 둠밈이라는 제비가 담긴 에봇을 모시고 이스라엘 진영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ㄷ. 70인역에 따라 내용을 보충)

19 사울이 아직도 제사장과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사이에 블레셋 진영의 소동이 너무나 확연하게 격화되어서 사울은 조금도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다시 제사장에게 `다 취소하고 그냥 출동합시다!' 하고 말하였다.

20 그리고 사울은 즉시 군인들을 거느리고 적진을 향해 함성을 지르며 밀고 올라갔다. 이렇게 사울이 적진에 이르러 보니 블레셋 군인들이 칼을 빼들고 서로 자기 편을 쳐죽이고 있었다. 그곳은 이미 많은 블레셋 군인들이 쓰러져서 피를 흘리는 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21 그런데 블레셋 족속에게 점령되었을 때 군인으로 끌려갔던 히브리 사람들은 그 혼란 속에서도 이스라엘 진영으로 넘어와 사울편이 되었다.

22 그리고 전에 에브라임 산지로 도주하여 숨었던 이스라엘 군인들도 블레셋 족속이 패주하였다는 소식을 듣자 모두 뛰어나와 도망가는 블레셋 군인들을 뒤쫓아가며 쳐죽였다.

23 여호와께서 그날에 이와같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큰 승리를 선물로 주셨다. [지나친 맹세가 승전을 방해함] 그러나 전쟁의 불길은 벧아웬 너머에까지 번져 갔다. 사울이 거느린 군인은 이제 1만명이나 되었으며, 전투는 에브라임 산지 전역으로 확산되어 어디서나 블레셋의 패잔병을 뒤쫓게 되었다.

24 그런데 그날 이스라엘 군인들은 매우 굶주리고 지쳐 있었다. 이는 사울이 `오늘 해가 지기 전에 무엇이든지 먹는 사람은 저주받고 처형될 것이다! 우리는 그때까지 먼저 원수를 갚자!' 하고 전군에게 맹세를 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군은 그 맹세를 지키며 종일 굶었다.

25 그런데 그들이 블레셋의 패잔병들을 추격하던 에브라임 산지에는 벌집이 흔하여 어디서나 땅으로 흘러넘치는 꿀투성이였다.

26 이렇게 온 땅에 벌집이 많고 꿀이 흔하였으나 아무도 감히 그것을 찍어 먹지 못하였다. 누구나 사울의 저주를 두려워하였기 때문이다.

27 그러나 요나단은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의 아버지 사울이 그런 저주를 선포할 때에 다른 곳에 있었으므로 그는 들고 다니던 막대기 끝으로 꿀을 찍어서 핥아먹었다. 그러자 새 기운이 그의 몸 속으로 들어왔다.

28 이때 군인들 가운데서 한사람이 나서서 `누구든지 오늘 해 지기 전에 무엇이든 먹는 사람은 저주를 받아 처형될 것이라'고 그대의 아버님께서 우리에게 맹세를 시키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우리는 이렇게 지쳐 있습니다!' 하고 알려 주었다.

29 요나단이 투덜거리면서 `나의 아버님께서 우리 모두를 불행에 빠뜨리시는구나! 내가 꿀을 조금만 찍어 먹어도 이렇게 새 힘을 얻게 되는데 생각해 보아라!

30 오늘 우리가 적진에서 빼앗은 군량만 먹었더라면 얼마나 더 힘을 얻어 큰 공을 세웠겠느냐? 그랬더라면 블레셋 사람들을 더 많이 죽일수도 있었을 것이다.'

31 이스라엘 군인들은 그날 블레셋 군인들을 믹마스에서 아얄론까지 추격하였는데, 25킬로미터나 되는 거리였다. 그래서 해가 질 무렵에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모두 허기져 있었다.

32 이제 해가 저물어 저주의 맹세를 지키지 않아도 되자 군인들은 모두 약탈해 나섰다. 그들은 양이나 소나 송아지를 닥치는 대로 끌어다가 아무 곳에서나 잡고, 짐승의 피를 그냥 땅바닥에 흘린 채 그 자리에서 그대로 고기를 먹었다.

33 이러한 사실이 즉각 사울에게 보고되었다. `사람들이 짐승의 피를 아무 데나 쏟아 놓고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고기를 먹는 허물을 범하고 있습니다!' 사울이 선언하였다. `그것은 아주 크나큰 허물이구나! 즉각 큰돌을 하나 이곳으로 굴려 오너라!

34 그리고 너희는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모든 짐승을 이곳으로 끌고 와서 이 돌 위에서 잡아먹게 하여라!' 그래서 군인들은 모두 약탈한 짐승을 사울 앞으로 끌어다가 그 돌 위에서 잡았다.

35 사울은 이로써 여호와께 제단을 하나 쌓아 바친 셈이 되었고, 이것이 그가 여호와께 바친 첫 제단이었다.

36 [처형될 뻔한 요나단] 군인들이 블레셋의 짐승을 약탈해서 배불리 먹자 사울이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가 오늘 밤에 블레셋 군대를 추격하여 내일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밤새도록 한사람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쳐죽이기로 하자!' 그러자 그의 부하들이 모두 찬성하였다. `좋습니다. 임금님께서는 명령만 하십시오!' 그러나 제사장은 하나님의 동의를 받자고 제안하였다. `우리가 이제 제단도 쌓았으니 먼저 그 앞에서 하나님께 여쭈어 봅시다!'

37 그러자 사울이 하나님께 여쭈었다. `제가 이 밤에 블레셋 족속을 추격하여 해안의 평야에까지 내려가도 되겠습니까? 주께서 그들을 우리들의 손에 넘겨 주시겠습니까?' 이번에는 하나님께서 사울에게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으셨다.

38 그러자 사울이 지휘관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놓고 단언하였다. `누군가가 여호와께 죄를 범한 것이 틀림없소. 그런 자가 누구인지 당장 찾아내시오.

39 죄인으로 밝혀지는 사람은 처형될 것이오! 살아 계신 여호와 앞에 맹세하지만 내 아들 요나단이 죄인으로 드러나더라도 처형될 것이오' 그러나 온 군인들 가운데서 그 말에 찬성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40 그러자 사울이 이렇게 제안하였다. `나는 내 아들 요나단과 함께 저편에 가서 서 있겠으니, 여러분은 모두 이편에 서 있으시오!' 그러자 온 백성이 그 말에 응해 주었다. `임금님께서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41 그러자 사울이 여호와께 기도를 드렸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이시여, 왜 주께서 오늘 제게 응답해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이제는 제비로 확실하게 대답해 주십시오! 오늘 우리의 허물이 저나 요나단에게 있다면 우림을 나오게 하십시오! 그러나 그 허물이 백성에게 있다면 둠밈을 나오게 하십시오!' 그러자 사울과 요나단에게 제비가 뽑히고 백성은 그 허물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42 사울이 또 명령하였다. `너희는 이제 제비를 뽑아 나와 요나단 중에서 죄인을 찾아라!' 또 다시 제비를 뽑으니 죄는 요나단에게 떨어졌다.

43 [죽음 직전에서 구출된 요나단] 사울이 요나단에게 물었다. `네가 무슨 잘못을 하였는지 나에게 숨김없이 말하여라!' 요나단이 대답하였다. `제가 막대기 끝으로 꿀을 조금 찍어 먹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죽을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44 사울이 그의 처형을 단언하였다. `내가 너를 살려둔다면 하나님께서 내게 벌을 내리실 것이다.'

45 이때에 이스라엘 백성이 요나단을 위하여 간청하였다. `그는 오늘 이스라엘을 위하여 큰 전과를 올렸습니다. 그런 그가 죽어야 한다면 말이 안 됩니다. 그런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됩니다. 분명히 살아 계신 여호와 앞에 맹세하지만, 그의 머리카락 하나도 땅에 떨어뜨려서는 안 됩니다! 그가 오늘 이렇게 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여호와께서 도와주셨기 때문입니다.' 백성들은 이렇게 입을 모아 요나단을 죽음 직전에서 구출하였다.

46 그러자 사울은 더 이상 블레셋 족속을 뒤쫓지 않았다. 그는 군대를 이끌고 다시 기브아 산지로 올라가고, 블레셋 군인들은 고향으로 돌아갔다.

47 [사울의 업적과 그의 가족 관계] 사울은 이스라엘의 왕이 된 뒤로 일평생 사방에 있는 원수들과 전쟁을 하였다. 그는 동으로 모압 족속과 암몬 족속을 쳐서 국경밖으로 몰아내고, 남으로는 에돔 족속을 추방하고, 북으로는 아람 족속의 소바 왕들을 치고, 남서로는 블레셋 족속을 쳤다. 그는 어느 쪽에 가서 싸우든지 이스라엘 백성을 원수들의 손아귀에서 해방시켰다.

48 그는 특히 이스라엘 남부의 사막지대에서 유목생활을 하던 아말렉 족속까지 쳐서 용맹을 떨쳤다. 이렇게 이스라엘 땅을 침략하거나 약탈하는 모든 원수의 손아귀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켰다.

49 사울에게는 세 아들과 두 딸이 있었다. 세 아들의 이름은 요나단과 ㄱ) 리스위와 말기수아였고, 큰딸의 이름은 메갑이고 작은딸의 이름은 미갈이었다. (ㄱ. 리스위는 원문에서 `이쉬비'로서 `이스보셋'(에스바알)의 애칭일 것이다)

50 그의 아내는 아히마아스의 딸 아히노암이었다. 사울의 군사령관은 아브넬이었는데, 그는 사울의 숙부 넬의 아들이었다.

51 사울의 아버지는 기스요, 아브넬의 아버지는 넬이었는데, 그들은 아비엘의 아들들이었다.

52 사울은 사방에 있는 원수들 중에서도 특히 블레셋 족속과는 일평생 치열한 전쟁을 하였다. 그래서 사울은 용감한 사람이나 힘센 사람을 보면 언제나 그들을 데려다가 자기의 군인으로 삼았다.

15

1 [아말렉 족속을 치는 사울왕] 하루는 사무엘이 사울왕을 찾아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전에 그대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운 것은 여호와께서 나에게 부탁하신 일이었소. 그러므로 그대는 이제 여호와께서 전하는 말씀을 잘 듣고 그 명령에 순종하시오!

2 온 세상의 주인이신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그대에게 이런 명령을 내리셨소. `내가 애굽에서 내 백성 이스라엘을 해방시켜 데리고 올라올 때에 아말렉 족속이 내 백성의 길을 막으며 괴롭혔던 일을 내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말렉 족속이 누구냐? 그들은 에서의 후손이 아니냐? 유다 남쪽의 사막에 살면서 추수 때에는 농경지대로 침입하여 식량이나 약탈하던 버릇대로 내 백성까지 약탈하지 않았느냐?

3 그러므로 너는 이제 사막으로 내려가서 아말렉 족속을 없애 버려라. 사람만이 아니라 그들에게 딸린 것까지 모두 없애 버려라. 남자와 여자, 어린아이와 젖먹이, 소와 양, 낙타와 나귀를 가릴 것 없이 죽이되 어느 것 하나라도 아끼거나 사정보지 말고 모두 죽여 버려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4 사울이 즉시 온 나라에 징집 명령을 내리고, 유다 최남단에 있는 들라임으로 군인들을 집결시켰다. 사울이 거기서 군인들을 점검해 보니 보병이 20만 명이요, 유다에서 온 군인도 1만 명이나 되었다.

5 사울은 그들을 거느리고 아말렉 족속의 수도를 향하여 진군하였다. 그리고 물이 마른 개울 골짜기에 군인들을 매복시켜 놓고 공격 준비를 하였다.

6 [겐 족속을 살린 사울] 그 사이에 사울은 겐 족속에게 전갈을 보냈다. `너희는 그 성읍에서 즉시 떠나 아말렉 족속에게서 빠져 나오라! 그렇지 않으면 그들과 함께 몰살당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희를 죽일 수가 없다. 너희는 아말렉 족속과 피를 나눈 미디안의 유목민이기는 하지만 모세의 장인과 같은 족속인데다가 우리가 애굽에서 올라올 때에 우리에게 친절히 대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겐 사람들은 아말렉 족속의 성읍에서 떠나 멀리 다른 족속의 땅으로 피난하였다.

7 [아각왕과 짐승을 살린 사울] 사울이 공격을 개시하여 하윌라 지역에서부터 애굽의 국경선에 있는 술 지역에 이르기까지의 아말렉 족속을 전멸시켰다.

8 사울은 그들을 모조리 칼로 쳐죽였으나 사로잡은 아말렉 족속의 왕 아각은

9 그대로 살려 두었고, 이스라엘 군인들도 양 떼와 소 떼 중에서 가장 기름진 짐승을 골라내어 남겨두었으며, 어린 양들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은 아깝게 여겨서 남겨 두었다. 그들은 오직 여위고 보잘 것없는 짐승만 쳐죽였다.

10 [여호와께 버림받은 사울]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11 `내가 사울을 왕으로 세웠으나 후회스럽다. 그가 내게서 떠나고 내 명령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사무엘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여호와의 마음을 바꾸어 보려고 밤새도록 부르짖으며 기도하였다.

12 다음날 아침 일찍 사무엘은 사울을 만나려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에게 `사울은 유다 남부에 있는 갈멜 성읍에다 자기의 승전비를 세운 후에 길갈 성소로 내려갔습니다.' 하고 말해 주었다.

13 사무엘이 길갈로 가자, 사울이 그를 맞으며 이렇게 인사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저는 여호와의 명령대로 하였습니다.'

14 그러나 사무엘은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내 귀에 들려 오는 저 양 떼와 소 떼의 울음소리는 무엇이오?'

15 사울이 변명하였다. `그것은 우리 군인들이 끌고온 것입니다. 그들은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제물을 바치기 위하여 저렇게 가장 좋은 양과 소만 골라서 끌고 왔습니다. 그러나 나머지는 우리가 모조리 쳐죽였습니다.'

16 사무엘이 사울을 책망하였다. `그만 변명하시고, 지난 밤에 여호와께서 내게 말씀하신 것을 들어 보시오!' 사울이 물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17 사무엘이 입을 열었다. `당신은 지금 이스라엘 모든 지파의 수령이오! 당신은 자신이 왕이 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하였지만 여호와께서 당신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셨소

18 여호와께서는 당신을 왕으로 세운 뒤 당신을 아말렉 족속에게 보내면서 `너는 그들과 싸워 전멸시켜라! 가서 싸우되 그들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없애 버려라! 그들은 내 백성을 괴롭힘으로써 나를 모욕한 자들이니, 사람이나 짐승을 가리지 말고 몰살시켜라!' 하고 명령하셨소.

19 그런데 왕께서 어찌하여 여호와의 말씀에 귀기울이지 않고, 약탈하는 데에만 급급하여 그분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저질렀소?'

20 그러나 사울은 여전히 변명하였다. `나는 분명히 여호와의 말씀대로 하였습니다. 나는 여호와께서 내게 명령하신 대로 가서 아말렉 족속과 싸웠으며, 그들을 전멸시켰습니다. 더구나 그들의 왕까지 사로잡아 이곳으로 끌고 왔습니다.

21 오직 우리 군인들이 양 떼와 소 떼 중에서 가장 좋은 놈들을 살려 두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순전히 여기 길갈의 성소에서 하나님 여호와께 제물로 바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22 그런데도 사무엘이 또 다시 사울을 책망하였다. `여호와께서 무엇을 더 좋게 보실지 스스로 판단해 보시오. 자신의 명령에 따르는 것보다 번제물이나 화목제물을 더 좋게 생각하실 것 같소? 똑똑히 들으시오. 당신이 여호와의 말씀을 듣고 순종하면, 그보다 더 좋은 제물이 없을 것이오!

23 여호와의 말씀을 거역하는 것은 점쟁이의 속임수와 같고, 여호와의 말씀보다 자기의 고집을 내세우는 것은 우상숭배와 같은 죄악이오. 이제 당신이 여호와의 명령을 저버린 것같이 여호와께서 당신을 저버릴 것이오. 당신은 이제 더 이상 하나님의 백성을 다스리는 왕이 될 수 없소.'

24 [용서받지 못한 사울] 사울이 자기의 죄를 시인하였다. `내가 죄를 지었습니다. 내가 여호와의 명령을 어기고 당신의 지시를 따르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우리 군인들이 두려워서 그들이 하자는 대로 하였습니다.

25 그러나 제발 나의 허물을 용서해 주시고, 우리가 함께 제물을 바치도록 나를 데리고 성소로 들어가 주십시오.'

26 그러나 사무엘은 거절하였다. `나는 당신과 함께 여호와 앞으로 나갈 수가 없소. 당신이 여호와의 명령을 저버렸기 때문에 여호와께서도 그대를 이스라엘 왕의 자리에서 저버리셨소. 그대는 더 이상 이스라엘의 왕이 될 수 없소'

27 [사무엘과 사울의 결별] 그러고 나서 사무엘이 즉각 거기서 떠나려고 몸을 돌이키자, 사울이 그의 옷자락을 어찌나 꼭 잡았던지 옷이 찢어졌다.

28 그러자 사무엘이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이 내 옷자락에서 한 조각을 찢어낸 것처럼 여호와께서도 오늘 당신에게서 이스라엘 나라를 다스리는 왕의 직분을 찢어내어 당신보다 더 자격 있는 다른 사람에게 주셨소.

29 이스라엘을 보호하시는 하나님은 능력이 많으셔서 거짓말도 하지 않으시고, 한번 판결을 내리시면 번복하지도 않소. 그분은 사람처럼 변덕을 부리거나 자기의 판단을 뒤엎는 분이 아니오'

30 그러자 사울이 이렇게 간청하였다. `나는 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군인들과 이 백성의 장로들 앞에서는 나를 왕으로 대접해 주시어 내가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제물을 드릴 수 있도록 나와 함께 성소로 올라가 주십시오!'

31 사무엘이 마음을 돌이켜 사울을 데리고 성소로 올라가자 그가 여호와께 제물을 바쳤다.

32 [아각을 처형한 사무엘] 사무엘이 길갈 성소에서 사울에게 명령하였다. `아말렉 족속의 왕 아각을 내게로 끌어오너라!' 아각은 `이제야 죽음의 괴로움에서 벗어났구나!' 하고 좋아하면서 사무엘 앞으로 걸어왔다.

33 그러나 사무엘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하였다. `네 칼이 뭇 여인들을 자식 없는 슬픔으로 몰아넣었으니, 이제는 네 어미도 자식 없는 쓰라림을 당할 것이다!' 사무엘은 이렇게 외치면서 길갈 성소의 제단 앞에서 아각을 토막내어 죽였다.

34 그러고 나서 사무엘은 즉시 라마의 집으로 돌아갔고, 사울도 자기가 왕의 도성으로 세운 기브아의 궁전으로 돌아갔다.

35 그 뒤 사무엘은 죽는 날까지 사울을 만나지 않고 피하였으나 사울 때문에 늘 슬퍼하며 괴로워하였다. 여호와께서도 사울을 이스라엘 왕으로 세우신 것에 대하여 슬퍼하셨다.

16

1 [다윗의 등장]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사울 때문에 언제까지 슬퍼할 작정이냐? 나는 이미 그를 버렸다. 그는 더이상 이스라엘의 왕이 될 수 없다. 너는 이제 올리브 기름을 뿔에 가득 채워 가지고 베들레헴으로 가서 이새라는 사람을 만나라. 나는 그의 아들 가운데서 새 왕이 될 사람을 하나 골라 놓았다.'

2 사무엘이 이의를 제기하였다. `제가 지금 어떻게 그러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사울이 알면 당장 저를 죽일 것입니다.' 그러자 주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너는 암송아지 한 마리를 끌고 가서 `내가 여호와께 희생제물을 바치러 왔다.'고 말하여라.

3 그리고 그 제사에는 이새와 그의 아들들도 초청하여라. 그러면 내가 그때 그의 아들 가운데서 네가 누구에게 기름을 부어 왕으로 삼을 것인가를 알려 주겠다'

4 사무엘이 여호와의 말씀에 순종하여 즉시 길을 나섰다. 그가 베들레헴에 이르자 그 성읍의 장로들이 걱정스럽게 나와 맞으며 물었다. `혹시 불길한 일로 오신 것은 아니겠지요?'

5 사무엘이 대답하였다. `불길할 일이 아닙니다. 여호와께 희생제물을 바치러 왔습니다. 여러분은 어서 몸을 씻은 뒤 새 옷으로 갈아 입고 와서 나와 함께 화목제사를 드리고 식사를 합시다!' 사무엘은 이새와 그의 아들들도 제사에 초대하고 그들 역시 몸을 씻은 뒤 새 옷으로 갈아 입고 오게 하였다.

6 이새가 자기의 아들들을 거느리고 성소로 들어서는데, 맨 먼저 엘리압이 사무엘의 눈에 띄었다. 그래서 사무엘은 속으로 `그가 틀림없이 여호와께서 선택하신 아들이겠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7 그러나 여호와께서는 사무엘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너는 그의 용모가 특출하고 키가 큰 것만을 가지고 판단하지 말아라. 내가 이미 그를 버렸다. 사람은 눈에 뜨이는 외모를 보지만 나는 사람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본다' 하고 말씀하셨다.

8 다음으로 이새는 아비나답을 불러 사무엘 앞으로 지나가게 하였다. 그러자 사무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 아들도 주께서 뽑으신 사람이 아니오.' 하고 대답하였다.

9 그 다음에는 이새가 삼마를 불러 그의 앞으로 지나가게 하였으나 사무엘은 `이 아들도 여호와께서 뽑으신 사람이 아니오' 하고 말하였다.

10 이렇게 이새가 자기 아들 일곱을 모두 사무엘 앞으로 지나가게 하였으나 사무엘은 매번 `이 아들은 여호와께서 뽑으신 아들이 아니오' 하는 것이었다.

11 그러더니 사무엘이 이새에게 물었다. `그대의 아들은 일곱뿐이오?' 이새가 대답하였다. `막내 아들이 아직 남았는데 그 아이는 지금 들에서 양 떼를 지키고 있습니다.' 사무엘이 이새에게 명하였다. `어서 그 아들을 데려오시오! 그가 오기 전에는 우리가 화목제물을 나누어 먹지 않겠소!'

12 이새가 사람을 보내어 막내 아들을 데려왔다. 그는 눈에 총기가 있고 힘도 세 보이는 혈색 좋은 청년이었다.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셨다. `그가 바로 내가 택한 사람이니 그에게 기름을 부어라!'

13 그래서 사무엘이 가져온 뿔에서 올리브 기름을 다윗에게 붓고, 그의 형들이 보는 앞에서 그를 왕으로 삼았다. 그 순간에 여호와의 성령께서 다윗을 사로잡고, 그 이후로는 그에게서 떠나지 않고 함께 계셨다. 사무엘은 라마의 집으로 돌아갔다.

14 [사울을 섬기게 된 다윗] 이제 여호와께서는 사울에게서 성령을 거두어 가시고, 그대신 악령을 그에게 보내어 자주 그를 괴롭히도록 하셨다.

15 그러자 사울의 신하들이 이렇게 말하였다. `임금님께서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지금 임금님을 괴롭히는 것은 악한 영입니다.

16 이럴 때는 수금 소리가 좋으니, 저희가 수금 잘 타는 사람을 찾아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그러면 악한 영이 와서 괴롭힐 때 수금을 타도록 하시고, 그 소리를 들으시면 기분이 좋아지실 것입니다'

17 사울이 대답하였다. `좋은 생각이오! 수금 잘 타는 사람을 하나 구해서 데려오시오!'

18 그러자 젊은 신하들 중에서 한 사람이 이렇게 아뢰었다. `제가 그런 사람을 압니다. 베들레헴에 사는 이새의 아들인데, 수금을 잘 탑니다. 그는 좋은 집안에 태어난 용감한 청년입니다. 그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적절하게 말도 잘하고, 용모도 잘생겼습니다. 한마디로 그는 여호와께서 함께 하시는 사람입니다.'

19 그러자 사울이 이새에게 신하를 보내어 `부디 그대의 아들 다윗을 양 떼를 지키는 들녘에 두지 말고 왕궁으로 보내 주시오.' 하고 전하게 하였다.

20 이새는 즉시 나귀를 끌어다가 떡과 포도주 한 가죽부대와 숫염소 새끼 한 마리를 등에 실은 뒤, 다윗이 그 나귀를 직접 끌고 가도록 하였다.

21 이렇게 해서 다윗은 왕궁으로 들어와 사울을 섬기게 되었다. 왕은 즉시 그를 좋아하게 되어서 다윗을 자신의 경호원으로 삼았다.

22 사울은 다윗의 아버지 이새에게 사람을 보내어 `다윗은 내 마음에 들기도 하지만 내게 꼭 필요한 사람이오. 그가 계속 나를 보좌하도록 허락해 주시오.' 하고 청하였다.

23 그리하여 왕궁에 머물게 된 다윗은 악한 영이 사울에게 덮칠 때마다 수금을 탔다. 그러면 사울의 답답한 마음이 가벼워지고 악한 영도 그에게서 떠나갔다.

17

1 [다윗과 골리앗] 블레셋 족속들이 자기들의 전병력을 유다 지파의 소고 지역에 집결시켰다. 그리고 그들은 소고와 아세가 사이에 있는 에베스담밈 근처에 진을 쳤다.

2 사울도 이스라엘 군인들을 집결시켜 베들레헴 서쪽 20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느티나무 골짜기에 진을 쳤다. 이스라엘이 느티나무 골짜기의 언덕으로 올라가 싸울 준비를 하자

3 블레셋 군인들도 골짜기 건너편의 언덕으로 올라와 대치하였다.

4 이때 블레셋 진영에서 어떤 용사가 홀로 이스라엘 진영을 향하여 걸어 나왔다. 그의 이름은 골리앗인데, 블레셋 족속의 도성 가드에서 태어난 사람이었다. 그의 키는 여섯 규빗하고도 한 뼘이 더 컸는데, 거의 3미터에 가까운 키였다.

5 그는 순전히 놋으로 만든 투구와 비늘 갑옷과 각반으로 무장을 하였는데, 그가 입은 갑옷의 무게만도 5천 세겔로서 60킬로그램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의 등에는 놋으로 만든 투창이 꽂혀 있었고

6 (5절과 같음)

7 손에는 자루가 베틀의 용두머리만큼 굵은 창이 들려 있었는데, 그 창날은 600세겔이나 되는 쇠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것은 7킬로그램에 가까운 무게였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호위병 한 사람이 큰 방패를 들고 걸어 나왔다.

8 이렇게 무장한 골리앗이 블레셋 진영에서 나와 서서 이스라엘 진영을 향하여 소리쳤다. `너희가 군대를 거느리고 나오면 어쩌겠다는 거냐? 나는 블레셋 족속의 장수요, 너희는 사울의 종들이 아니냐? 너희들 중에 나와 싸울 만한 사람을 한 명만 골라서 내게로 보내라!

9 그가 능히 싸워서 나를 쳐죽인다면 우리가 모두 종이 되어 너희를 섬기겠다. 그러나 만일 내가 승리하여 그를 쳐죽인다면 너희가 모두 종이 되어 우리를 섬겨야할 것이다.'

10 이스라엘편에서 아무런 대답도 없자, 그 블레셋 사람이 또 한 번 소리쳤다. `이스라엘 족속들아!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어서 나와 싸울 자를 내보내라!'

11 사울과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놀라서 몹시 떨기만 하였다.

12 [겁이 없는 다윗] 당시 유다 베들레헴의 변두리 마을 에브랏에는 이새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너무 늙어서 군대에도 나갈 수 없었다. 그는 아들 여덟을 두었는데, 그 막내 아들이 바로 다윗이었다.

13 큰 아들들은 이미 셋이나 사울을 따라 싸움터에 나가 있었는데, 맏아들 엘리압과 둘째 아들 아비나답과 셋째 아들 삼마였다.

14 이렇게 위로 큰형들 셋이 사울의 부하가 되어 싸움터에 나가 있는 동안에 막내 아들인 다윗은

15 자주 왕궁에서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양 떼를 지켰다.

16 그런데 골리앗은 그동안에도 아침 저녁으로 이스라엘 진영에 나타나 결투를 청해왔고 그런 지가 40일이나 지났다.

17 이때 이새가 다윗에게 심부름을 시키게 되었다. `네 형들에게 양식을 가져다 줄 때가 되었으니, 이번에는 네가 직접 최전방으로 형들을 찾아가 보아라. 이 볶은 곡식 ㄱ) 한 에바와 떡 열덩이를 등에 메고 진지로 뛰어가서 네 형들에게 주어라. (ㄱ. 36리터)

18 그리고 이 ㄴ) 건락 열 덩이는 네 형들이 있는 진지의 부대장에게 선사하고, 네 형들이 무사하다는 증거물을 받아오너라! (ㄴ. 치즈)

19 네 형들은 지금 사울과 이스라엘의 모든 군인이 집결해 있는 느티나무 골짜기에서 블레셋 족속과 싸우고 있다.'

20 다윗은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양 떼를 다른 목자에게 맡기고, 이새가 준비해 놓은 짐을 지고 길을 떠났다. 다윗이 진지에 도착하자, 군인들은 마침 전선으로 나아가 싸울 준비를 하면서 함성을 질렀다.

21 이스라엘 군대와 블레셋 군대는 서로 마주서게 되었다.

22 그때 다윗은 짐을 감시병에게 맡기고 최전선으로 달려가 형들을 만났다.

23 다윗이 형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그 블레셋 사람의 거인이 또 나타나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결투를 청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윗도 그 소리를 듣게 되었다.

24 이스라엘 군인들은 이 거인의 위세에 눌려서 점점 뒤로 물러서며

25 서로 이런 말을 주고 받았다. `방금 소리쳤던 그 거인을 잘 보았나? 그는 저렇게 아침 저녁으로 나타나 우리 이스라엘 백성을 조롱한다네. 누구든지 그 거인을 쳐죽이기만 하면, 임금님께서 그에게 많은 재물로 상을 내리시고, 임금님의 딸까지 아내로 주시고, 그의 집안 식구들에게는 이스라엘의 모든 세금과 병역 의무를 면제해 주신다고 하네.'

26 다윗은 자기 곁에 서 있는 군인에게 다시 한 번 그 사실을 확인하였다. `저 블레셋 사람을 쳐죽여 이스라엘의 수모를 씻어 내는 사람에게 어떤 보상이 있습니까? 저 할례받지 못한 블레셋 사람이 어떻게 살아 계시는 하나님의 군대를 조롱할 수가 있습니까?'

27 그러자 군인들은 왕이 내건 여러 가지 보상을 다시 한 번 다윗에게 들려주었다.

28 다윗이 이렇게 다른 군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그의 맏형 엘리압이 그 소리를 듣고 화를 내면서 다윗을 책망하였다. `도대체 네가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 이제 몇 마리도 안 남은 우리 양 떼는 그냥 들에 놓아 죽일 셈이냐? 누가 지금 그 양 떼를 지키고 있느냐? 나는 네가 얼마나 교만하고 망상에 가득 찬 녀석인지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만 지금이 어느때라고 전쟁 구경이나 하고 있느냐? 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녀석아!'

29 그러나 다윗은 이렇게 답변하였다. `내가 지금 잘못한 것이 무엇입니까? 나는 그저 말 한마디 물어 보았을 따름입니다'

30 그러고 나서 다윗은 형에게서 멀찌감치 떠나 다른 군인에게 가서 그 여러 가지 상에 관하여 또다시 물었으나 역시 똑같은 대답을 듣게 되었다.

31 [참된 무기] 다윗이 왕이 내건 보상에 대하여 자세하게 묻고 다녔다는 소문이 점점 멀리 퍼져 나갔다. 그리고 이 소문이 사울에게도 들어가자, 그는 다윗을 불러들였다.

32 사울 앞에 나온 다윗이 이같이 말하였다. `임금님, 저 블레셋 사람 때문에 너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제가 나가서 싸우겠습니다'

33 그러나 사울은 이렇게 말하였다. `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 너는 아직도 소년에 불과하고 골리앗은 어린 시절부터 무기를 다루며 자란 용사가 아니더냐!'

34 그런데도 다윗은 사울에게 굽히지 않았다. `임금님, 제가 아버지의 양 떼를 지킬 때에 사자나 곰이 와서 양을 한 마리라도 물어 가려고 하면,

35 당장 뒤쫓아가서 때려 죽이고 그 아가리에서 양을 살려 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맹수가 제게 덤벼들면, 그 머리채를 붙잡아 때려 죽이기도 하였습니다.

36 저는 이렇게 사자도 죽이고 곰도 죽였습니다. 그러니 저 할례받지 못한 블레셋 사람쯤이야 짐승보다 더 쉽게 쳐죽일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군대를 조롱하였으니, 그 죄값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37 다윗이 끝으로 사울에게 이와 같이 말하였다. `사자의 발톱이나 곰의 발톱으로부터 저를 보호해 주신 여호와이시니 저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도 틀림없이 저를 보호해 주실 것입니다.' 그제야 사울이 다윗에게 출전을 허락하였다. `자, 그러면 나가서 그와 싸워 보아라.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하시길 빈다'

38 그리고 사울은 자기의 군복을 다윗에게 입혀 주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머리에는 놋투구를 씌워 주었고, 그의 몸에는 비늘 갑옷을 입혀 주었다.

39 이렇게 완전무장을 한 다윗은 허리에 사울의 칼까지 차고 몇 걸음 걸어 보려고 하였으나 그에게는 걷기에 너무나 무거운 장비였다. 그래서 다윗은 이렇게 말하였다. `이대로는 걸을 수 조차 없습니다. 이렇게 안전무장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그것들을 모두 벗어 놓았다.

40 [골리앗을 쳐죽이는 다윗] 다윗은 목자의 지팡이와 물매만을 다시 집어 들었다. 그리고 시냇가에서 조약돌 5개를 주워 가지고 메고 다니던 목자의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그는 물매만을 손에 들고서 그 블레셋 거인 골리앗을 향하여 걸어 나갔다.

41 골리앗도 다윗을 향하여 다가왔다. 그의 앞에는 방패를 든 사람이 호위하고 다녔다.

42 골리앗은 상대편을 건너다보다가 어린 다윗을 보고서는 대번에 그를 우습게 여겼다. 다윗은 어린 소년이어서 얼굴이 붉고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43 그래서 골리앗은 다윗을 깔보며 호통을 쳤다. `네가 막대기를 가지고 어떻게 할 작정이냐? 혹시 나를 개로 여겼느냐?' 그리고 골리앗은 자기의 신들을 부르면서 다윗에게 온갖 저주를 퍼부었다.

44 골리앗은 끝으로 다윗을 이렇게 조롱하였다. `어서 내 앞으로 오너라. 내가 네 살을 하늘의 새와 들짐승들의 밥으로 주겠다!'

45 그러나 다윗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너는 칼과 창과 투창을 들고 내 앞에 나왔지만 나는 이스라엘의 전능하신 하나님 여호와의 도우심으로 무장하고 나왔다. 너는 만군의 여호와를 조롱하였으나

46 여호와께서는 오늘 너를 내 손에 넘겨 주실 것이다. 네가 여호와를 저주하였기 때문에 너는 그 벌로 죽게될 것이다. 이제 여호와께서 내가 너를 쳐죽이고, 네 목을 자르도록 도와주실 것이다. 그러면 내가 네 시체뿐만 아니라 블레셋 족속의 시체를 모조리 하늘의 새와 들짐승들의 밥으로 주겠다.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 백성을 보호해 주시는 하나님이 계신 것을 천하만민이 알게 될 것이다.

47 또한 여기에 모인 이스라엘 백성도 여호와의 승리가 칼이나 창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제 여호와께서 직접 나서서 싸우시어 너희 블레셋 족속을 모조리 우리 손에 넘겨 주실 것이다.'

48 골리앗이 앞으로 나아와 다윗에게 가까이 이르자, 다윗은 날렵하게 그의 앞으로 달려가면서

49 주머니에서 돌을 하나 꺼내어 물매로 던졌다. 그 돌이 골리앗의 이마에 정통으로 꽂혔다. 이렇게 돌이 이마에 박히자 골리앗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50 이렇게 다윗은 물매와 조약돌 한 개로 골리앗과 싸워 이기고 그를 단번에 죽였다. 그는 칼이나 창을 쓰지 않고도 블레셋 장수를 처치한 것이다.

51 다윗은 즉시 달려가 골리앗을 밟고 서서 그의 칼집에서 칼을 뽑아 그의 목을 잘랐다. 블레셋 족속들은 그들의 장수 골리앗이 어처구니없이 죽는 것을 보고 모두 도주하였다.

52 그러자 이스라엘과 유다 사람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블레셋 족속을 추격하여 가이를 지나 에그론 성문에까지 이르렀다. 사아라임에서 가드와 에그론에 이르는 길에는 블레셋 족속의 시체가 즐비하였다.

53 추격을 마치고 돌아온 이스라엘 군인들은 블레셋 족속들이 버리고 달아난 진지에서 약탈을 하였다.

54 이때에 다윗은 골리앗의 머리를 가져다 두었다가 나중에 예루살렘으로 가져갔고, 골리앗이 쓰던 무기는 놉에 있는 여호와의 성전에 가져다 두었다.

55 [사울에게 소개되는 다윗] 다윗이 골리앗과 싸우러 나갈 때였다. 전선에 서 있던 사울이 다윗을 보고 군사령관 아브넬에게 물었다. `저 소년이 도대체 누구의 아들이오?' 아브넬이 대답하였다. `임금님, 저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56 사울이 명령하였다. `저 소년이 누구의 아들인지 알아보시오!'

57 다윗이 골리앗을 죽이고 진지로 돌아오자, 아브넬이 그를 데리고 왕에게로 갔다. 다윗은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었다.

58 사울이 다윗에게 물었다. `자네의 부친이 누구이신가?' 다윗이 대답하였다. `제 부친은 베들레헴 사람 이새입니다.'

18

1 [다윗의 친구가 된 요나단] 다윗이 이렇게 사울과 몇 마디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에 곁에 있던 사울의 아들 요나단의 마음은 이미 다윗에게 끌려 있었다. 요나단은 다윗을 마치 자기의 분신인 양 사랑하게 되었다.

2 사울은 그날로 다윗을 왕궁에 붙잡아 두고 다시는 베들레헴에 있는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3 요나단은 다윗을 자기 생명처럼 사랑하여 그와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였고

4 자기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서 그에게 주었으며, 자기의 칼과 활과 허리띠도 그에게 선물로 주었다.

5 다윗은 사울이 시키는 일마다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다윗이 이렇게 가는 곳마다 크게 승리하고 돌아오자, 사울은 그에게 군사령관의 직책을 맡겨 주었다. 그러자 온 군대와 백성이 그 일을 기뻐하였고, 궁중의 신하들도 그 일을 당연하게 여겼다.

6 [다윗을 질투하는 사울] 블레셋 족속의 용사 골리앗을 쳐죽인 다윗이 이스라엘 온 군대를 거느린 사울과 함께 돌아오는데, 이스라엘 모든 성읍에서 여인들이 나와서 사울왕을 환영하였다. 여인들은 길가에 줄지어 서서 기뻐 뛰며 소고와 ㄱ) 경쇠 소리에 맞추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었는데, (ㄱ. 꽹과리)

7 이때에 그들은 다음과 같이 환호하는 노래를 불렀다. `사울왕이 쳐죽인 원수는 수천이지만 다윗이 쳐죽인 원수는 수만이라네!'

8 사울은 이 노래를 듣고 몹시 기분이 상해 이렇게 투덜대었다. `내게는 겨우 수천 명을 죽인 공로만 돌리고, 다윗에게는 수만명을 죽인 공로를 돌렸으니, 이제 그에게 모자란 것은 왕이 되는 것뿐이겠구나!'

9 사울은 이때부터 질투하는 심정으로 다윗을 바라보게 되었다.

10 다음날 하나님께서 사울에게 악령을 내려보내시자, 사울이 왕궁에서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미친 사람처럼 떠들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다윗은 전과같이 수금을 타기 시작하였다. 이때 사울이 갑자기 창을 손에 들어

11 다윗을 벽에 박아버릴 생각으로 내던졌다. 그러나 다윗은 이러한 사울 앞에서 두번이나 몸을 피하였다.

12 다윗이 사울을 살리려고 수금을 탈 때 사울은 다윗을 죽이려고 창을 두 번이나 던졌으나 실패하자 다윗이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사울도 여호와께서 자기에게서 떠나가고 다윗편에 서 계신 것을 알게 되었다.

13 그래서 사울은 다윗을 더 이상 왕궁에 두지 않고, 그를 작은 부대의 지휘관으로 임명하여 내보냈다. 그러나 다윗은 여전히 그 부대를 이끌고 출전하여 항상 승리하였다.

14 여호와께서 언제나 다윗과 함께 계셨기 때문에 그는 어떤 싸움에 나가든지 크게 승리하고 돌아왔다.

15 다윗이 이렇게 승전하는 것을 보고 사울은 더욱더 그를 두려워하였다.

16 그러나 온 유다와 이스라엘 백성들은 다윗을 점점 더 사랑하여 그가 온 나라의 군대를 거느리고 출전할 때마다 모두 기뻐하였다.

17 [다윗을 죽이려는 사울] 이제는 사울이 음모까지 꾸몄다. `내 손으로 직접 다윗을 죽일 것 없이 블레셋 족속의 손을 빌려서 그를 죽이도록 하자!' 이런 속셈으로 사울은 다윗에게 부마가 될 것을 제안하였다. `나는 자네에게 내 맏딸 메랍을 아내로 주겠소. 자네는 그 값으로 나의 훌륭한 용사가 되어 여호와께서 명령하시는 싸움에 나가 용감하게 싸워 주시오.'

18 그러나 다윗은 사양하였다. `제가 감히 부마가 될 수 있겠습니까? 제 집안으로 보나 혈통으로 보나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19 그러나 정작 2년이 지나서 다윗의 결혼 날짜가 다가오자 사울은 메랍을 다윗에게 주지 않고 므흘랏 사람 아드라엘에게 아내로 주었다.

20 그런데 사울의 둘째 딸 미갈이 다윗을 사랑하게 되었다. 누가 이 소식을 사울에게 전하자 그는 때마침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21 ㄱ) b. 그런데도 사울은 다윗에게 이와 같이 약속하였다. `오늘부터 2년만 지나면 내가 자네를 사위로 맞겠으니, 그동안에 훌륭한 용사로서 전공을 세워 주시오.' a. 또 다시 다윗을 죽일 음모를 꾸몄다. `내가 또 한 번 다윗에게 딸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이번에는 다윗이 이 올무에 걸려 죽도록 하겠다.' 블레셋 족속이 나를 대신해서 다윗을 죽이도록 하겠다.' (ㄱ. 문맥상 81절 이하로 옮기고 b에서 21절로 간다)

22 사울이 이번에는 신하를 시켜서 은근히 다윗에게 이런 말을 전하도록 하였다. `임금님께서 자네를 얼마나 끔찍히 여기고 계시는지 아시오.? 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임금님과 똑같이 자네를 좋아하고 있으니 이제 임금님의 부마가 되시오'

23 그러나 다윗은 여전히 사양하였다. `부마가 되는 영광은 아무나 얻는 줄 아시오? 나는 가난한 농부의 자식입니다.'

24 신하들이 이 말을 즉시 사울에게 전하자,

25 사울은 신복들에게 이와 같이 명령하였다. `너희는 다윗에게 가서 `임금님께서는 결코 신부의 값을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블레셋 사람의 포경을 백 개만 벗겨 와서 임금님의 적에게 원수를 갚아드리면 그만입니다.' 하고 말해 주어라.' 그러나 사울의 속셈은 여전히 다윗을 블레셋 족속의 손에 빠뜨려 죽이는 것이었다.

26 `다윗이 이번에는 사울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는 왕의 사위가 됨으로써 정당한 왕권 계승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윗은 기한도 차기 전에 부하를 거느리고 출전하여 블레셋 사람의 포경을 200개나 벗겨 왔다. 그러자 사울은 다윗에게 자기의 둘째 딸 미갈을 아내로 주었다.

27 (26절과 같음)

28 사울은 이제 여호와께서 다윗의 편에 서 계시고, 자신의 딸 미갈마저도 진심으로 다윗을 사랑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29 그래서 사울은 더욱더 다윗을 두려워하였으며 평생 그와 원수가 되었다.

30 그런데도 블레셋 족속의 왕들은 계속 다섯 도성에서 나와 이스라엘을 공격하였다. 그래서 전쟁이 벌어지면 언제나 다윗이 나아가 모든 장군들보다 더 큰 공을 세우게 되었다. 이로 인해 다윗의 명성은 점점 더 드높아졌다.

19

1 [우정을 입증하는 요나단] 사울은 이제 자기 아들 요나단과 모든 장군들에게 노골적으로 다윗을 죽여 없애야 되겠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요나단은 다윗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2 이 암살지령을 즉시 다윗에게 귀뜸해 주었다. `나의 아버지가 자네를 죽이려고 하니 자네는 내일 아침 일찍 몸을 피하게! 어디 은밀한 곳으로 들어가 숨어 있게.

3 그러면 자네가 숨어있는 들녘으로 내가 아버지를 모시고 나가겠네. 들녘을 거닐다가 자네가 숨은 곳에 가까이 이르면 자네에 대한 이야기를 화제로 삼겠네. 거기서 내가 무슨 정보를 얻으면, 그것을 즉시 자네에게 알려 주겠네.'

4 그런 다음에 요나단은 자기의 아버지에게 가서 다윗에 대하여 좋은 점들을 이야기하였다. `다윗은 참 좋은 신하입니다. 그토록 좋은 신하에게 죄를 지으시면 안 됩니다. 그는 아버님께 죄를 지은 일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그는 아버님을 위해서 좋은 일만 하지 않았습니까?

5 그가 골리앗을 쳐죽일 때에는 자기 목숨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다윗 때문에 여호와께서는 온 이스라엘을 골리앗의 손에서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그 일은 아버님 자신이 증인이요, 아버님께서도 그때에 얼마나 기뻐하셨습니까? 그런데 지금 무엇 때문에 다윗을 죽여 죄 없는 피를 흘리려고 하십니까?'

6 그러자 사울이 감동되어 이렇게 맹세하였다. `살아 계신 여호와를 두고 확실히 맹세하지만 다윗을 절대로 죽이지 않겠다!'

7 이렇게 해서 요나단은 다윗을 왕궁으로 불러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다음, 그를 다시 사울에게로 데리고 갔다 그래서 다윗은 전처럼 사울을 다시 섬겼다.

8 [죽을 고비를 넘기는 다윗] 블레셋 족속과 전쟁이 터지자 다윗이 출전하여 싸웠다. 다윗이 그들을 크게 쳐서 무찌르자 그들이 도주하였다.

9 다윗이 전선에서 왕궁으로 돌아오자 악령이 다시 사울에게 내리덮쳤다. 그래서 다윗은 다시 사울 앞에 앉아 수금을 타고 있었는데, 사울이 손에 창을 들고 앉아 있다가

10 갑자기 다윗에게 던졌다. 그러나 다윗은 사울 앞에서 날렵하게 피하고 창만 벽에 꽂혔다. 다윗은 즉시 집으로 도망하여 목숨을 건졌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밤에

11 사울이 무장한 군인들을 다윗의 집으로 보내어 밤새도록 지키고 있다가 아침에 그를 죽이도록 하였다. 그러나 다윗의 아내 미갈이 `당신이 이 밤에 어디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지 못하면 내일 아침에는 틀림없이 잡혀 죽을 것입니다' 하고 피할 것을 간청하였다.

12 마침 다윗 집에는 성벽으로 창문이 나 있었기 때문에 미갈은 다윗을 그곳으로 달아 내렸다. 그래서 다윗은 삼엄한 경계를 뚫고 멀리 성밖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13 미갈은 다윗의 잠자리에 드라빔이라는 집안 수호신을 대신 갖다 뉘었다. 그것은 나무를 깎아 만든 사람 모양의 신상이었는데, 그 몸에는 다윗의 겉옷을 덮어 놓고, 그 머리에는 염소털로 짠 그물을 씌워 놓았다.

14 이때에 사울이 보낸 군인들이 다윗을 잡으려고 들어서자 미갈은 `그가 아파서 누워 있다.' 고 속였다.

15 그러자 사울은 군인들을 다시 보내서 확인해 보도록 명령하였다. 그리고 사울은 `정말 그가 움직일 수도 없이 병들었거든 그를 침대째 들고 오너라. 내가 그를 죽여 버리겠다.' 하고 노골적으로 지시하였다.

16 사울의 부하들이 다윗의 집안으로 들어와 침대를 뒤져 보니 거기에는 집안 수호신이 염소털로 짠 그물을 머리에 쓰고 누워 있었다.

17 사울이 자기 딸 미갈에게 화풀이를 하였다. `네가 어째서 나를 속이고, 그 철천지 원수를 살려 보냈느냐?' 그러나 미갈은 그러한 처지에서 가능한 답변을 꾸며댔다. `그가 빠져 나가게 해주지 않으면, 나를 죽이겠다고 위협하였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18 [사무엘에게 피신한 다윗] 아내 미갈의 슬기로 살아난 다윗은 라마로 사무엘을 찾아가서 그동안 사울이 자기를 죽이려고 하였던 모든 일을 이야기하였다. 그러자 사무엘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즉시 다윗을 데리고 나욧으로 가서 살았다. 나욧은 예언자들이 사는 성역인데, 그곳으로 피신하는 사람은 안전하였기 때문이다.

19 다윗이 라마에 있는 예언자의 집에 들어가 숨었다는 소식이 사울에게 전하여지자,

20 사울은 거기서라도 다윗을 잡으려고 부하들을 보냈다. 그들이 와서 보니 마침 예언자 무리가 모두 황홀경에 빠져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기뻐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무엘은 맑은 정신으로 그들 앞에 서서 지도하고 있었다. 사울의 부하들도 이런 광경을 보고 있다가 어느새 하나님의 성령이 임하여 사무엘의 제자들과 똑같이 황홀경에 빠져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기뻐하였다.

21 이 소식이 사울에게 전해지자 그는 다시 부하들을 보냈다. 그러나 세번째로 보낸 부하들도 예언자의 황홀한 기쁨에 젖어 먼저 사람들과 똑같은 현상에 빠졌다.

22 이번에는 사울이 직접 라마로 향하였다. 그는 세구에 있는 큰 우물에 이르러 `사무엘과 다윗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라마 예언자의 집으로 기는 길을 사울에게 가르쳐 주었다.

23 사울이 라마 예언자의 집으로 가는데 도중에 하나님의 성령께서 그에게도 임하시자, 그도 예언자의 황홀경에 빠져서 라마 예언자의 집에 이르기까지 계속 그런 상태로 걸어갔다.

24 그가 마침내 사무엘 앞에 이르러서는 옷까지 모두 벗어 버린 채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추면서 사무엘의 주변을 맴돌다가 마침내 힘이 다 빠져서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사울은 그날 해가 저물어 밤이 새도록 그냥 땅바닥에 알몸으로 누워 있었다. 그래서 `사울도 예언자와 한패가 되었느냐?'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

20

1 [다윗을 탈출시키는 요나단] 다윗은 라마에 있는 예언자의 집에서 탈출하여 요나단을 찾아가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였다. `내가 임금님께 무엇을 잘못하였느냐? 그분이 계속 나를 죽이려고 하시니 그 이유가 무엇이냐?'

2 요나단이 대답하였다. `아버지께서 자네를 죽이지는 않을 것이네.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어.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을 하시려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더라도 언제나 내게 먼저 알려 주신다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이 일만을 내게 숨기시겠나.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니 내 말만 믿게.'

3 그러나 다윗은 이렇게 반대 의견을 말하였다. `자네가 내게 각별히 대하는 것을 임금님께서도 잘 알고 계셔. 그래서 이 일을 자네가 알게 되면 마음 상할까봐 일부러 알리시지 않은 것이네. 그러나 살아 계신 여호와를 두고 맹세하지만 나의 한 발은 이미 무덤 속에 들어가 있네.'

4 요나단이 다윗에게 물었다. `그러면 내가 자네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을 말해 보게! 무엇이든지 도와주겠네'

5 다윗이 요나단에게 대답하였다. `내일은 초하루이기 때문에 내가 여기 있다가는 임금님의 식탁에 나가야만 하네. 그러니 나를 성밖으로 내보내 주게. 그러면 내가 모레 저녁까지 들녘에 숨어 있겠네.

6 만일 임금님께서 나를 찾으시면 `다윗이 고향 베들레헴에서 온 집안을 위하여 매년제를 드릴 때가 되었기 때문에 급히 가봐야 되겠다고 휴가를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제가 보냈습니다.'라고 대답해 주게나.

7 그때에 만일 임금님께서 `잘했어!'라고 말씀하시면 내게 아무 위험도 없다는 표시로 알게. 그러나 만일 임금님께서 크게 화를 내시면 그분이 나를 죽이려고 작정하신 것으로 알게.

8 부디 나의 간청을 들어주게. 우리가 여호와 앞에서 맺은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나의 간청을 꼭 들어주기 바라네. 그러나 만일 내게 무슨 죄가 있다면, 차라리 자네가 나를 죽이게. 나를 꼭 자네 아버지의 손에 넘겨야 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은가?'

9 요나단이 대답하였다. `자네에게 죽을 죄가 있다고 말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만일 나의 부친께서 자네의 생명을 해치려고 결심한 줄을 내가 눈치 채기만 하면 그것을 즉각 알려 주겠네'

10 그러자 다윗이 이렇게 물었다. `임금님께서 화를 내시거나 나를 죽여버리라고 명령하시면, 감히 누가 그 소식을 내게 전해 주겠나?'

11 여기서 요나단이 제안하기를 `우리가 들녘으로 나아가 이야기하자' 하고 다윗을 데리고 나갔다.

12 거기서 요나단이 다윗에게 약속하였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걸고 자네에게 맹세하네. 내가 내일이나 모레 이맘때에 아버지의 뜻을 확실히 살펴보겠네. 물론 자네에게 아무런 위험도 없다고 나는 자신하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내가 즉시 사람을 보내 은밀히 그 소식을 전해주겠네.

13 내가 자네에게 미리 알려 주지 않는다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셔도 달게 받겠네. 나의 부친께서 정말로 자네를 죽이려고 결심하셨다면, 자네가 미리 안전하게 피할 수 있도록 은밀히 사람을 보내 전해주겠네. 만약 그런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여호와께서 나의 아버님과 함께 해주셨던 것처럼, 어디로 가든지 자네와도 함께 해주시기를 빌겠네. 그리고

14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자네가 왕이 되면, 여호와께서 자네에게 베풀어 주신 인자하심을 생각해 나의 목숨을 살펴 주게.

15 또한 나의 후손들에게서 피를 흘리지 말아 주게. 여호와께서 다윗의 원수들을 한 사람씩 지상에서 끊어 버리시는 때가 오더라도, 나의 후손들에게서 자네의 인자함을 끊어 버리지 말아 주게.

16 그때에 만일 요나단의 집안이 다윗의 집안 때문에 끊어져 버린다면, 여호와께서 다윗의 원수들을 일으켜 그 책임을 물으실 것이네'

17 이때에 요나단은 다윗에게도 이러한 맹세를 시켰는데, 다윗을 자기 생명처럼 사랑하였기 때문에 그 사랑을 걸고 그런 맹세를 시켰다.

18 그런 다음에 요나단은 다윗에게 이같이 말하였다. `내일 초하루에 자네의 자리가 비어 있으면, 아버님께서 틀림없이 찾으실 것이네.

19 모레가 되면 아버님께서 더욱 자네를 찾게 될 것이니, 전에 한번 일이 있을 때에 숨었던 그 에셀 바위 뒤에 숨어 있게나!

20 그러면 내가 어떤 표적을 맞추는 것처럼 화살 세 개를 그 바위 곁으로 쏘겠네.

21 그러고 나서 시종을 보내 그 화살을 주워 오도록 하겠네. 그런데 만일 내가 그 시종에게 `너무 멀리 갔다. 이쪽으로 오면서 화살을 주워 오너라' 하고 외치면 살아 계시는 여호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만 자네에게는 아무 위험도 없을 것이니 내가 있는 곳으로 나오게!

22 그러나 내가 만일 시종에게 `아직도 멀었다! 화살은 더 먼 곳에 있다.'라고 외치면, 여호와께서 자네를 떠나 보내시는 것이니 멀리 피하게.

23 이제는 우리가 서로 약속한 것을 굳게 지키세. 우리의 증인은 여호와이시요, 우리의 약속을 영원히 유효할 것이네!'

24 [사울에게서 피하게 된 다윗] 다윗은 약속대로 들녘에 숨어 있었다. 그리고 초하루가 되어 왕은 식사하려고 식탁에 나와 앉았다.

25 왕은 언제나 앉는 자리에 벽을 등지고 앉았다. 왕의 맞은편에는 요나단이 앉고, 군대장관 아브넬은 사울 곁에 앉았으며, 다윗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26 그러나 사울이 그날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윗에게 무슨 부정한 일이라도 있어서 아직은 그 몸으로 이곳에 나올 수 없어 그렇겠지!'라고 생각한 것이다.

27 그런데 그 다음날에도 다윗의 자리가 비어 있자 사울이 요나단에게 물었다. `다윗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 그가 어제도 오늘도 내가 마련한 자리에 나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

28 요나단이 대답하였다. `다윗이 급히 자기 고향 베들레헴으로 가봐야 되겠다고 제게 휴가를 요청하면서

29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우리 집안이 베들레헴에서 가문의 제사를 드리는데, 나의 형님께서 직접 찾아와 그 제사에 참여하도록 명령하였다네. 가서 친척들을 만날 수 있게 휴가를 보내 주게나!' 그래서 제가 할 수 없이 다윗을 보내 주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그가 어제와 오늘 임금님의 식탁에 나오지 못하였습니다.'

30 그러자 사울은 매우 화를 내면서 요나단에게 소리쳤다. `이 반역하는 더러운 놈아, 네가 달아난 놈하고 한패인 줄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이것은 너 하나만의 수치가 아니라 네 어미까지 부끄럽게 하는 수치이다.

31 그 놈이 세상에 살아 있는 한 네 목숨도 온전하지 못하고, 네가 왕이 될 전망도 전혀 없다. 당장 사람을 보내어 잡아오너라. 그는 죽어 마땅한 놈이다!'

32 그러나 요나단이 항의하였다. `다윗이 왜 죽어야 마땅합니까? 도대체 그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습니까?'

33 그 순간 사울은 요나단을 죽이려고 창을 겨누었다. 이로써 요나단은 아버지가 다윗을 죽이려고 결심한 줄을 깨닫게 되었다.

34 요나단은 북받쳐 오르는 분을 참지 못하여 식탁에서 일어났다. 그는 그날 온종일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는 아버지가 자신의 친구 다윗을 모욕한 것에 대하여 몹시 슬퍼하였다.

35 다음날 아침 요나단은 다윗과 약속한 장소로 나갔다. 그는 어린 시종만 한 사람 데리고 나갔다.

36 요나단이 시종에게 `너는 달려가서 내가 쏘는 화살을 다 주워 오너라' 하고 명령하였다. 시종이 앞으로 달려가자 요나단은 그의 머리 위로 화살을 쏘았다.

37 그리고 소년이 달려가 화살 떨어진 곳에 이르자 그의 등뒤에 대고 외쳤다. `더 달려가라! 화살은 더 먼 곳에 떨어졌다!

38 머뭇거리지 말고 빨리 더 달려가라!' 소년은 멀리 달려가서 화살을 주워 가지고 돌아왔으나

39 그 이상은 아무 것도 눈치 채지 못하였다. 오직 요나단과 다윗만이 그 일의 숨은 뜻을 알고 있었다.

40 요나단은 활과 화살을 시종에게 주면서 그를 도성으로 보냈다.

41 시종이 도성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자 다윗은 숨어 있던 바위 뒤에서 일어나 땅에 엎드려 요나단에게 큰 절을 세 번 하였다. 그런 다음 그들은 서로 입을 맞추며 울었는데, 다윗은 그칠 줄을 몰랐다.

42 요나단이 다윗에게 작별 인사를 하였다. `이제 잘 가게. 우리가 서로 여호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 것을 잊지 말기 바라네. 그 약속은 여호와께서 영원히 그 증인으로 살아 계시니, 우리의 후손들도 영원히 지켜야 할 것이네' 다윗은 거기서 떠나 다른 곳으로 서둘러 떠나고, 요나단은 도성으로 돌아왔다.

21

1 [아히멜렉을 찾아간 다윗] 다윗은 예루살렘 북쪽 아나돗 근처의 제사장들이 살고 있는 놉으로 가서 제사장 아히멜렉을 찾았다. 아히멜렉은 떨면서 다윗에게 나아와 `왜 혼자 오십니까? 부하들은 어디에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2 다윗이 대답하였다. `임금님께서 제게 중요한 일을 맡기셨는데,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부하들은 다른 곳에서 은밀히 만나기로 되어 있습니다.

3 지금 부하들에게 먹일 양식이 필요합니다. 혹시 떡이 있으면 다섯 덩이만 주시고, 아니면 무엇이든지 있는 대로 주십시오.'

4 그러자 제사장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지금 보통 떡은 없고 하나님 앞에 차려 놓은 거룩한 떡만 있습니다. 부하들이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았다면, 그 떡이라도 드릴 수는 있습니다.'

5 다윗이 대답하였다. `그러한 걱정은 마십시오! 우리는 이미 며칠 전부터 여자와 접촉이 없습니다. 물론 이번 출전이 여호와의 명령을 받은 거룩한 전쟁에 나가는 길은 아니지만 우리가 출발할 때 이미 모두 정결하였습니다. 그러니 오늘에 이르러서는 얼마나 더 정결하겠습니까?'

6 그제야 제사장은 다윗에게 거룩한 떡을 내주었다. 그러나 성소에 차려 놓은 떡은 본래 새로 만든 것으로서 바꿔 놓을 때에만 성소의 상에서 내갈 수 있었다.

7 그런데 바로 그날 우연히도 에돔 사람 도엑이 여호와의 성소에 와 있었다. 그는 사울의 목자들을 감독하는 용사로, 아마 무슨 병이나 죄나 맹세나 소원 때문에 성소에 와서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8 다윗이 아히멜렉에게 또 한 가지를 부탁하였다. `혹시 제게 주실 창이나 칼이 있으십니까? 제가 왕명을 급히 따르다 보니 무기를 가져올 수가 없었습니다.'

9 제사장이 대답하였다. `전에 느티나무 골짜기에서 죽인 블레셋 장수 골리앗의 칼이 여기에 있습니다. 저기 에봇 뒤에 있는 보자기에 싸여 있습니다. 여기에 다른 무기는 없으니 그 칼이라도 원하신다면 기자고 가십시오.' 다윗이 대답하였다. `그보다 더 좋은 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어서 그 칼을 제게 주십시오!'

10 [블레셋 족속에게 망명한 다윗] 다윗은 사울에게서 도망하던 바로 그날에 가드 왕 아기스에게로 갔다.

11 그러나 아기스의 신하들이 다윗을 알아보고 왕에게 보고하였다. `이 사람이 바로 다윗입니다. 그가 바로 저쪽 나라의 왕입니다. 저쪽 나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이 사람을 가리켜 `사울이 죽인 원수는 수천이지만 다윗이 죽인 원수는 수만이라네!' 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12 그렇게 다윗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자, 가드 왕 아기스에게 잡혀 죽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13 그래서 그는 그들이 보는 앞에서 갑자기 미친 척을 하였다. 그 당시 미친 사람은 종교적으로 죽이지 않는 풍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의 몸을 붙들자 그는 문짝을 꽝꽝 치고 수염에 침까지 흘렸다.

14 그러자 아기스가 자기 신하들에게 호령을 하였다. `보아하니, 저 자는 미치광이가 분명한데, 너희가 어찌해서 내 앞에 끌고 왔느냐?

15 어디 미친 놈이 부족해서 이런 자까지 끌어다가 내 앞에서 미친 짓을 하게 하느냐? 내 궁전에는 저러한 자가 있을 곳이 없으니 어서 내쫓아라!'

22

1 [유격 대장이 되는 다윗] 다윗은 가드에서 떠나 유다 광야의 높은 산성에 있는 굴이 많은 바위산으로 피신하였는데, 그곳은 아둘람 성읍에서 가까웠다. 마침 다윗의 형들과 그의 온 집안이 사울을 무서워하고 있었는데, 다윗이 아둘람굴에 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모두 내려와 다윗과 합류하였다.

2 그들뿐만 아니라 사울의 학정 밑에서 압제받는 사람과 빚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원통하고 억울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다윗에게 몰려들었는데, 400명쯤 되었다. 그들은 모두 다윗을 자기들의 우두머리로 추대하였다.

3 모압 족속과 다윗은 친족 관계가 있어서 서로 우호적이었다. 그래서 다윗은 모압의 미스베로 가서 모압 왕에게 이같이 간청하였다.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하나님께서 제게 알려 주실 때까지, 저의 부모님을 이곳에 머물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4 이리하여 다윗은 자기 부모를 모압 왕궁에 모셔다 놓았다. 다윗이 그 험악한 아둘람 산성에 머물러 있는 동안 그의 부모는 모압 왕궁에서 살았다.

5 어느 날 갓이라는 예언자가 다윗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산중에 머물지 마시고 유다 땅으로 가십시오!' 그래서 다윗은 그곳을 떠나 헤브론 남쪽의 십 광야에 있던 헤렛 숲으로 들어갔다.

6 [제사장들에게 복수하는 사울] 다윗이 유격대원들을 거느리고 유다 땅에 나타났다는 소문이 사울에게 들려 왔다. 그때 사울은 기브아 산당에 있는 위성류나무 아래에서 창을 들고 앉아 있었으며, 그의 수행원들은 모두 그의 곁에 둘러서 있었다.

7 사울은 즉각 신하들에게 호령을 하였다. `너희 남쪽 지방 사람들아, 이제는 남쪽에서 왕이 나왔으니 잘되었구나. 그 이새의 아들이 특별히 베냐민 지파의 출신인 너희들에게 밭과 포도원을 선물로 주고, 너희들만 골라서 모두 군대 지휘관으로 삼겠다더냐?

8 너희가 모두 그 사람과 한 패가 되어 나를 뒤엎으려고 공모라도 할 작정이냐? 내 아들이 이새의 아들과 작당하였어도 나에게 그것을 일러주는 자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이 나를 죽이려고 공모하였어도 아무도 그것을 염려해 주지 않았다. 내 자식이 내 신하를 부추겨서 나를 죽이려고 하는데도 그것을 나에게 알려 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9 사울 곁에 서 있던 지휘관들 중에는 에돔 사람 도엑이 끼여 있었다. 마침 그가 나서서 사울에게 일러바쳤다. `제가 이새의 아들을 보았습니다. 그가 놉으로 와서 아히둡의 아들 아히멜렉 제사장과 만날 때였습니다.

10 아히멜렉은 다윗을 위하여 하나님께 묻고, 그에게 먹을 것도 주고, 블레셋 장군 골리앗의 칼까지 그에게 넘겨 주었습니다.'

11 사울왕은 즉시 아히멜렉과 놉에 있는 그의 집안 제사장들을 모두 잡아들였다.

12 사울이 아히멜렉에게 말하였다. `내가 네게 할 말이 있어서 불렀다.' 아히멜렉이 대답하였다. `임금님, 제가 여기 대령하였습니다.'

13 사울이 그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네가 어째서 이새의 아들과 공모하여 나를 죽이려고 하였느냐? 네가 어째서 그에게 떡과 칼을 내주고, 그를 위하여 하나님께 물어 보았느냐? 그는 지금 나를 죽일 기회만 노리고 있다.'

14 그러자 아히멜렉이 대답하였다. `임금님의 신하들 중에서 다윗만큼 충직한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더구나 그는 이 나라의 부마요, 임금님의 신변을 보호하는 사람으로서 궁중에서도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사람이 아닙니까?

15 제가 그를 위하여 하나님께 물은 일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어떻게 임금님을 반역하려고 공모하였겠습니까? 그것은 저와 제 집안을 억울하게 모함하고 의심하는 일밖에 안 됩니다. 저는 그런 일에 대하여 조금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16 그러나 왕은 이렇게 간단히 대답하였다. `너와 네 온 집안은 죽음을 면할 수 없다.'

17 또한 왕은 둘러선 호위병들에게 명령을 하였다. `너희는 당장 이 여호와의 제사장이라는 자들을 쳐죽여라. 이들은 다윗과 공모하여 내게 반역한 자들이다. 다윗이 내게서 도망해 다니는 줄을 번연히 알면서도 내게 한 마디 귀띔도 해주지 않은 배신자들이다.' 그러나 둘러서 있는 사람들은 칼을 들고 있으면서도 감히 두려워서 여호와의 제사장들을 죽이지는 못하였다.

18 그러자 왕이 에돔 사람 도엑에게 명하였다. `네가 나서서 저놈들을 쳐죽여라.' 도엑은 서슴없이 달려들어 제사장들을 쳐죽였다. 그가 그날 거기서 이렇게 학살한 사람은 세마포 옷을 입은 제사장만도 85명이나 되었다.

19 도엑이 이렇게 제사장들을 학살한 다음에 그들이 사는 마을 놉으로 뛰어가서 남자와 여자, 어린아이와 젖먹이를 가릴 것 없이 온 주민을 학살하고 소 떼와 양 떼, 나귀 떼와 염소 떼까지 모두 쳐죽였다.

20 그런데도 아히멜렉의 아들 아비아달만은 그토록 엄청난 학살 속에서 살아 남을 수가 있었다. 이 아히둡의 손자는 다윗에게로 피신하여

21 여호와의 모든 제사장들이 사울에게 몰살당한 것을 전하였다.

22 다윗이 그 일을 슬퍼하면서 아비아달을 위로하였다. `그 당시 놉의 성소에서 내가 도엑을 보고, 그가 틀림없이 사울에게 고자질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당신의 집안이 몰살당한 것은 내게 책임이 있습니다. 그 죄책감으로 내가 괴롭습니다.

23 당신은 이제 나와 함께 지내면서 조금도 두려워하지 말기 바랍니다. 사울이 당신과 나를 죽이려고 하겠지만 나를 의지하고 안심하십시오!'

23

1 [그일라 주민을 구출하는 다윗] 어떤 사람이 다윗에게 와서 `블레셋 족속이 아둘람 남쪽에 있는 요새 그일라를 치고 타작한 곡식을 약탈해 가고 있습니다.' 하고 전해 주었다.

2 그래서 다윗은 여호와께 출전 여부를 여쭈었다. `제가 나가서 블레셋 족속을 치면 그들을 쫓아 버릴 수 있겠습니까?' 여호와께서는 다윗의 출전을 허락해 주셨다. `어서 나가 싸워라! 가서 블레셋 족속을 쳐서 몰아내고, 그일라 주민들을 구해 주어라.'

3 그런데 이번에는 다윗의 부하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우리는 이미 여기 유다 땅에 사는 것만으로도 위험 천만한 일입니다. 이런 처지에서 우리가 어떻게 저 국경선에 있는 그일라에까지 나가 블레셋 족속과 싸울 수가 있겠습니까?'

4 그래서 다윗이 여호와께 다시 여쭈었다. 그러나 여호와의 대답은 여전히 같았다.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어서 그일라로 나가 싸워라! 내가 블레셋 족속을 네 손에 넘겨 주겠다'

5 그래서 다윗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그일라로 나가 블레셋 족속을 공격하였다. 그는 우선 모든 타작마당에서 곡식을 싣고 가는 블레셋 족속의 가축들부터 전리품으로 끌고 온 다음에 그들을 쳐서 크게 무찔렀다. 다윗은 이렇게 외적을 무찔러 백성을 보호하는 왕처럼 그일라 주민들을 구해 주었다. 그러나 이때도 사울은 왕의 의무를 외면한 채, 오히려 백성의 구원자인 다윗을 죽이려고 쫓아다니던 중이었다.

6 [그일라까지 추격하려던 사울] 아히멜렉의 아들인 제사장 아비아달은 사울에게서 도망칠 때에 여호와의 뜻을 묻는 에봇을 가지고 왔는데, 그는 다윗과 함께 그일라로 출전하면서 그 에봇을 가지고 나왔다.

7 그런데 다윗이 그일라로 가서 블레셋 족속과 싸운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사울은 `이제야 하나님께서 그를 내 손에 넘겨 주시는구나! 그는 성벽과 성문으로 둘러싸인 그일라 성읍 안에 스스로 들어가 갇혀 있으니 이제 올무에 걸린 짐승이나 마찬가지로다!' 하고 쾌재를 부르며 좋아하였다.

8 그래서 사울은 온 백성을 다 동원해서 다윗과 그의 부하들을 잡기 위하여 그일라를 포위하려고 하였다.

9 사울이 다윗을 죽이려고 이렇게 엄청난 전쟁을 준비하자, 다윗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윗은 다시 하나님의 가르침을 알기 위하여 제사장 아비아달에게 에봇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10 다윗이 여호와께 여쭈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사울이 이 성으로 내려와서 주민들을 모조리 죽일 작정이라고 합니다. 이 모두가 저 한 사람 때문입니다.

11 그렇게 되면 그일라 사람들이 저를 사울에게 넘겨 주겠지요? 사울이 정말로 이 성을 치러 오겠습니까?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가르쳐 주십시오!' 여호와께서 다윗에게 이렇게 응답해 주셨다. `사울이 내려올 것이다.'

12 다윗이 또 물었다. `그러면 그일라 사람들이 저와 제 부하들을 사울에게 넘겨 주겠습니까?' 대답도 여전하였다. `그들이 너희를 넘겨 줄 것이다.'

13 다윗은 죽음을 무릅쓰고 그일라 사람들을 구해 주었으나 그들은 오히려 자신을 사울에게 넘겨 줌으로써 자기들만 살길을 찾게 될 것이 확실해지자, 다윗은 600명 되는 부하들을 거느리고 거기서 떠나 유다의 이곳저곳으로 숨어 다니게 되었다. 다윗이 이렇게 그일라에서 빠져 나갔다는 소문이 사울에게 전해지자, 그는 즉시 출전 명령을 취소하였다.

14 [항상 쫓기지만 미리 아는 다윗] 다윗은 유다 땅 남쪽에 있는 광야를 헤매다가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산지로 숨어 들었다. 그는 주로 십 광야에 있는 산골에서 살았다. 사울은 그동안에도 쉬지 않고 다윗을 찾아다녔지만 하나님께서 다윗을 보호해 주셨기 때문에 그를 잡아 죽일 수는 없었다.

15 사울이 다윗의 목숨을 노리고 출동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미리 알려 주셔서 언제나 도망칠 수 있게 하셨다.

16 [다윗을 찾아온 요나단] 다윗이 십 광야의 호르샤에 있을 때에, 사울의 아들 요나단이 광야의 산중으로 다윗을 찾아왔다. 그는 다윗에게 하나님의 도우심에 의지하라고 격려하면서

17 이렇게 말하였다. `조금도 두려워하지 말게! 나의 부친이 자네에게 해를 입히지는 못할것이네. 자네는 장차 이스라엘의 왕이 될 사람이고, 나는 자네 다음가는 사람이 될 것이네. 이는 나의 부친께서도 잘 알고 있는 일일세!'

18 두 사람은 여기서도 우정의 계약을 맺고. 여호와를 그 증인으로 세웠다. 그런 다음 요나단은 왕궁으로 돌아가고, 다윗은 계속 호르샤에 머물렀다.

19 [주민의 밀고로 죽을뻔한 다윗] 십 광야에 사는 몇몇 사람이 기브아로 사울을 찾아가서 이같이 밀고하였다. `다윗은 지금 우리가 사는 광야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유다 남쪽 광야에 있는 하길라 산지에 사는데, 다윗은 거기에서도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호르샤 산성에 숨어 있습니다.

20 임금님께서 지금 당장 같이 가시기만 하면 저희가 그를 잡아서 넘겨 드리겠습니다.'

21 사울이 대답하였다. `너희가 나를 위하여 이토록 수고하였으니, 여호와께서 그 수고에 보답해 주시기 바란다.

22 우선 너희가 먼저 내려가서 더 자세하게 알아보되 그가 숨은 곳이 어딘지, 누가 그를 보았는지 잘 알아내어라. 나는 그가 아주 교묘한 놈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23 그가 숨어 있을 만한데를 모조리 알아본 후에, 그가 숨은 곳이 확실하게 밝혀지면 나를 다시 찾아오너라! 그러면 내가 너희와 함께 내려가겠다. 그가 아직도 이 나라안에 숨어 있기만 하다면, 내가 유다 땅을 다 뒤져서라도 그를 잡아내고야 말겠다'

24 이리하여 그들은 십 광야로 돌아갔으며 사울도 그들을 뒤쫓아 따라갔다. 이때에 다윗과 그의 부하들은 마온 광야에 있었는데, 그곳은 유다 남쪽에 있는 외딴 계곡이어서 추격당하기에 아주 위태로운 지역이었다.

25 사울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바싹 뒤쫓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다윗은 남쪽으로 더 내려가 마온 광야에 있는 바위틈에 숨었다. 그러나 사울은 거기까지 추격해 왔다.

26 이제 사울과 다윗 사이에는 산이 하나 가로막혀 있을 따름이었다. 사울은 산의 이편 능선을 따라 추격하고, 다윗은 저편 능선을 따라 도주하였다. 다윗은 추격해 오는 사울과 그의 부하들로부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사울의 군대를 당해 내지 못하여 거의 붙잡힌 것이나 다름없는 위기에 부딪혔다.

27 바로 그 순간에 갑자기 전령 한사람이 나타나서 사울에게 급한 소식을 전하였다. `어서 돌아오셔서 우리를 구해 주십시오! 블레셋 족속이 쳐들어와서 모두 약탈해 가고 있습니다.'

28 사울은 다윗을 추격하다 말고 돌아서서 블레셋 족속과 싸우러 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산의 이름을 셀라하마느곳이라고 지었는데, 이것은 `갈림 바위'라는 뜻이다.

29 다윗은 거기서 올라가 엔게디 산성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곳은 사해 서안의 중앙에 있는 험악한 산지로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24

1 [굴속의 사울을 살려 준 다윗] 사울은 그 사이에 블레셋 족속을 몰아 내고 왕궁으로 돌아왔는데, 다윗이 이제는 엔게디 산속에 숨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2 사울은 즉시 온 이스라엘에서 특공대원 3천 명을 뽑아 거느리고 다윗을 찾아나섰다. 다윗은 이때 마침 자기의 부하들과 함께 들염소 바위 쪽으로 가서

3 양 우리가 많은 곳에 있는 굴 속으로 숨었다. 그런데 사울이 그곳으로 지나가다가 공교롭게도 볼일을 보게 되어 혼자 그 굴속으로 들어가 뒤를 보았다. 다윗은 몇 안되는 부하들과 함께 그 굴의 가장 깊은 곳에 숨어 있었다.

4 다윗의 부하들이 이렇게 속삭였다. `이제 절호의 기회가 왔습니다! 여호와께서 약속하시기를 `내가 너의 원수를 네 손에 넘겨줄 터이니, 그때에는 네가 마음대로 원수 갚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당장 가서 사울을 쳐죽이십시오.' 그러나 다윗은 살금살금 사울의 뒤로 가서 겉옷 자락만을 살짝 베어 왔다.

5 그 후 다윗은 비록 겉옷 자락일지라도 사울의 옷을 자른 것에 대해서 후회를 하였다.

6 그래서 그가 자기의 부하들에게 말하였다. `여호와께서 기름 부어 세우신 임금님에게 내가 감히 손을 들어 칠 수 있겠느냐? 그런 일만은 여호와께서 직접 막아 주시기 바란다. 그분은 어쨌든 여호와께서 기름부어 세우신 임금이시기 때문이다.'

7 다윗은 이렇게 자기의 부하들을 꾸짖음으로써 그들이 사울에게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사울은 멋모르고 들어간 굴속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

8 (7절과 같음)

9 [사울을 부끄럽게 하는 다윗] 굴속에서 나온 사울이 제 길로 가자 뒤쫓아 뛰어나온 다윗이 그의 뒤에다 대고 `나의 주 임금님!' 하고 외쳤다. 사울이 뒤를 돌아다보았다. 다윗은 즉시 그의 앞에 엎드려 얼굴이 땅에 닿도록 절을 하였다.

10 그리고 사울에게 날카로운 항의를 하였다. `어째서 임금님은 `다윗이 왕을 죽이려 한다'고 주장하는 신하들의 거짓말을 믿으십니까?

11 이제 임금님께서는 과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십시오. 여호와께서는 방금 저 굴속에서 임금님을 제 손에 넘겨 주셨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제가 당연히 임금님을 죽여야 옳다고 부하들까지도 졸라댔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여호와께서 기름부어 세우신 내 주 임금님을 해치지 않았습니다.

12 정말 저는 임금님을 아버지처럼 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 제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똑똑히 보십시오. 저는 굴속에서 임금님을 충분히 죽일 수 있었지만 이 겉옷 자락만을 잘라 냈습니다. 이것을 보시면 제가 반역자가 아니되 임금님을 해치려고 흉계를 꾸미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아실 것입니다. 제가 이제까지 잘못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런데도 임금님께서는 저를 죽이려고 이렇게 끊임없이 쫓아다니고 계시니 어찌된 일입니까?

13 이제는 여호와께서 재판관이 되셔서 누가 옳은가를 판가름해 주실 것입니다. 임금님께서 제게 행하시는 이 모든 죄악을 여호와께서 직접 보시고 그 형벌을 내려 주실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절대로 손을 들어 임금님을 치지 않겠습니다.

14 `악인만이 악을 행한다'는 옛 속담을 임금님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저는 악인이 아니므로 임금님께 함부로 손대어 죄짓지 않겠습니다.

15 제가 이런 사람인데, 이스라엘의 임금님께서는 도대체 누구를 잡아죽이려고 이렇게 쫓아다니고 계십니까? 죽은 개 한 마리 잡으려고 사냥 나오셨습니까? 벼룩 한 마리 잡으려고 사냥을 나오셨습니까?

16 이제 저는 우리 두 사람 가운데서 누가 옳은 편에 서 있는가를 여호와께서 판결해 주시기만 바랄뿐입니다. 여호와께서 억울한 이 사람을 위해 직접 싸워 주시고, 제가 옳다는 것을 판결해 주시기 바랄뿐입니다.'

17 [자신의 죄악을 인정한 사울] 다윗이 말을 끝마치자 사울은 `내 아들 다윗아! 이것이 정말 네 목소리냐?' 하고 묻더니 큰소리로 울기 시작하였다.

18 그러고나서 그는 다윗에게 이와 같이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였다. `네 말을 듣고 나니 정말 부끄럽구나. 나는 네게 그토록 많은 잘못을 저질렀으나 너는 언제나 내게 잘 대해 주었다.

19 너는 내게 언제나 좋은 일을 하였고, 특히 오늘은 그것을 내게 직접 보여주었다. 여호와께서 나를 네 손에 넘겨 주셨으나 네가 나를 살려 주었기 때문이다.

20 도대체 어느 누가 자기 원수를 손아귀에 넣고서 다시 살려 보내겠느냐? 세상에 그러한 일을 어느 곳에서 다시 볼 수 있겠느냐? 그런데도 너는 오늘 나를 죽이지 않았으니 그 상을 여호와께서 네게 내려 주실 것이다.

21 나는 이제야 네가 왕이 되어 이스라엘 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러니 너는 이제 여호와의 이름으로 내게 맹세를 하여라. 네가 왕이 되면 나의 후손들을 죽이지 않겠거니와 이스라엘 역사에서 내 이름을 지워 버리지도 않겠다고 맹세하여라!'

22 다윗이 그대로 맹세하자 사울은 조용히 왕궁으로 돌아갔고 다윗은 자기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엔게디 산성의 도피처로 다시 올라갔다.

25

1 [사무엘 죽음] 이즈음에 사무엘이 죽었다. 그러자 온 이스라엘 백성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그를 라마에 있는 집에 장사하였다. 이렇게 사무엘도 죽어서 다윗의 위치가 더욱 불리하게 되자, 다윗은 아예 안전한 시내 반도로 들어가 바란 광야에 자리를 잡았다.

2 [유격 대장이 된 다윗] 당시 유다 광야의 마온 지역에는 아주 부유한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마온에서 북쪽으로 이웃해 있는 갈멜에 거대한 목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3천 마리의 양 떼와 1천 마리의 염소 떼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다윗이 광야의 도둑 떼로부터 그들의 양과 염소들을 오랫동안 보호해 주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이 갈멜에 와서 양털을 깎게 되었고, 다윗도 그 소식을 전해 들었다.

3 그 부자의 이름은 나발이요, 그 아내의 이름은 아비가일이었다. 아비가일은 슬기롭고 용모도 아름다웠으나, 그녀의 남편은 미련한데다가 욕심이 많았다. 그는 개처럼 천한 갈멜 족속의 전형적인 후손이라 늘 악한 행실과 둔한 생각뿐이었다.

4 그의 가축을 오랫동안 잘 보호해 주었던 다윗은 목자들의 대축제인 양털 깎는 절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마침내 나발이 큰 잔치를 벌이며 양털을 깍는다는 소식을 광야에서 들었다.

5 다윗은 큰 기대를 갖고 자기의 부하들 중에서 젊은이 열 사람을 뽑아 갈멜로 보내며 이렇게 지시하였다. `너희는 나발을 찾아가서 내 이름으로 그에게 안부를 묻고

6 이같이 내 말을 전하여라. `당신과 당신의 집안에 신년 인사를 드리며, 당신의 가축도 번창하기를 빕니다.

7 당신이 지금 일꾼들을 데리고 양털 깍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즐거운 축제를 기하여 당신에게 알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당신의 목자들이 양 떼를 몰고 다닐 때에, 내가 언제나 부하들을 시켜서 그들을 보호해 주었습니다. 그들이 갈멜 지역에서 양떼를 지키는 동안에 우리는 그들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산적 떼들을 막아 주어 그들이 양 한 마리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와주었습니다.

8 이러한 사실은 당신의 일꾼들에게 물어 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큰 잔치를 벌이는 이 축제기간에 당신을 방문하였으니, 내가 보낸 젊은이들을 기쁘게 맞아 주시고, 당신의 종과 같은 이 다윗을 위하여 무엇이든 음식을 좀 보내 주셨으면 합니다.'

9 다윗의 심부름꾼들은 이 모든 말을 그대로 전한 후에 조용히 나발의 대접을 기다렸다.

10 그런데 나발은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다윗이 누구냐? 이새의 아들이 누구냐? 생전 들어 보지도 못한 이름이다. 요즈음은 주인에게서 도망한 종들이 많다던데

11 내가 그런 놈들까지 먹여 살려야 되겠느냐? 여기 마련한 떡과 포도주와 짐승의 고기들은 모두 내 양털 깎는 일꾼들을 위한 것이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그런 거지 떼에게 줄 것이 아니다!'

12 빈손으로 쫓겨난 다윗의 부하들이 돌아와서 당한 그대로 보고하였다.

13 그러자 다윗은 부하들에게 즉각 이렇게 명령하였다. `너희는 모두 허리에 칼을 차라!' 그러고 나서 자신도 허리에 칼을 찼다. 그는 즉시 400명을 거느리고 갈멜을 향하여 출전하였다. 나머지 200명은 바란 광야에서 진지를 지키고 있었다.

14 [미련한 남편의 슬기로운 아내] 그런데 나발의 종들 중에서 한 사람이 어느새 아비가일에게로 달려가서 이렇게 알려주었다. `방금 다윗이 보낸 부하들이 다녀갔습니다. 다윗은 우리의 주인께 친절한 인사를 전하였으나 우리 주인은 그들에게 호통만 치고 빈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15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들녘에서 양 떼를 지킬 때 언제나 우리를 도와주었지, 괴롭힌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마치 밤이나 낮이나 우리를 보호해 주는 성벽과 같아서 우리가 그들 곁에서 양 떼를 먹이는 동안에는 양새끼 하나도 잃은 적이 없었습니다!

16 (15절과 같음)

17 그러므로 여주인께서 지금이라도 얼른 손을 써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주인 어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몰살당합니다! 사태가 이렇게 위급한데도 바깥 주인은 고집만 세울 뿐, 어느 누구의 말에도 귀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이리로 달려왔습니다.'

18 아비가일은 즉시 나귀들을 끌어다가 음식을 싣도록 하였는데, 무려 떡 200덩이, 두 가죽부대에 가득 찬 포도주, 요리해 놓은 양 다섯 마리, 볶은 곡식이 ㄱ) 일곱 말쯤 담긴 자루 하나, 건포도떡 100덩이, 무화과떡 200덩이나 되었다. (ㄱ. 다섯 세아는 65.5리터)

19 아비가일은 일꾼들에게 `나는 뒤따라가겠으니, 너희가 앞서 이 나귀들을 몰고 가라'고 지시한 후 남편 나발에게는 이 일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

20 아비가일은 나귀를 타고 종들을 뒤따라갔다. 아비가일은 어떤 산모퉁이를 돌아 내려가고 있었기 때문에 부하들을 거느린 다윗이 벌써 가까운 거리에까지 접근하였으나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이제 곧 그들이 서로 마주치게 될 순간이었다.

21 다윗은 점점 더 화가나서 속으로 벼르며 언덕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 비열한 놈을 어디 내가 그냥두는가 보아라! 나는 저 들녘에서 그의 가축이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잘지 켜 주어 양새끼 한 마리도 잃어버리지 않게 하고, 그에게 손해를 끼친 일이란 하나도 없는데, 그것이 이제는 모두 헛일이 되었다! 그는 나의 선을 악으로 갚는구나.

22 내가 내일 아침까지 그녀석의 패거리 중에 단 한 사내라도 살려 둔다면 내가 마땅히 하나님께 어떤 형벌이라도 달게 받겠다'

23 그런데 아비가일과 다윗이 산모퉁이를 돌면서 갑자기 서로 마주치자, 아비가일이 즉시 나귀에서 내려 다윗에게 절하였다.

24 그리고 다윗의 발 앞에 엎드려 이렇게 애원하였다. `내 주여, 이번 일은 모두 저의 불찰로 일어났습니다. 그러니 우선 이 여종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십시오!

25 내 주께서는 나의 어리석은 남편 나발에게 어떤 억울한 일을 당하셨더라도 개의치 마십시오! 그는 ㄴ) 나발이란 이름 그대로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입니다! 불행하게도 내 주의 부하들이 왔을 때에 이 여종이 그곳에 없어서 만나 뵙지를 못하였습니다. (ㄴ. `미련한, 눈치 없는, 무식한, 천한'이라는 뜻이다)

26 그러나 이렇게 늦게라도 이 여종이 내 주께 나아와 만나게 된 것을 여호와의 도우심으로 여겨 주십시오! 내 주께서 오늘 원수를 갚느라고 피 흘리지 못하게 막아주신 분은 분명히 여호와이시기 때문입니다. 나발은 이제 중한 죄를 벗지 못하여 곧 죽을 것이고, 내 주를 해치려고 하는 모든 원수도 나발과 같이 되기를 바랍니다.

27 이제 비오니, 이 여종이 내 주께 가져온 선물을 받으시고, 내 주를 따르는 부하들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28 제가 감히 이렇게 내 주의 길을 막고 서서 간청을 드리니, 부디 내 주께 순종하는 이 전심을 보시고 그 허물을 용서하십시오! 여호와께서 전쟁하실 때에는 언제나 내 주를 들어 쓰셨습니다. 이제 주께서는 틀림없이 왕이 되셔서 영구한 왕가를 이루실 것이며, 어느 누구도 내 주께 불의나 죄악이 있다고 평생토록 비난하지 못할 것입니다.

29 어느 누가 내 주를 죽이려고 쫓아다니더라도, 내 주께서는 아무 해도 입지 않으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호와께서 보석을 주머니에 잘 보관하는 슬기로운 부자처럼 내 주의 생명을 그토록 귀중하게 보관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 주를 죽이려고 쫓아다니는 원수들의 생명을 여호와께서 물매주머니에 담아 팽개쳐 버리듯이 던지실 것입니다.

30 이리하여 여호와께서 약속하신 대로 내 주께서 이스라엘을 다스릴 왕이 되시면,

31 공연히 피흘리거나 손수 원수 갚으신 일로 후회하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실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내 주를 그토록 좋은 자리로 인도해 주실 때에 부디, 이 여종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32 [아비가일의 선물을 받는 다윗] 다윗은 이미 노기가 풀려 아비가일에게 이와 같이 말하였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토록 위급한 때에 그대를 보내주셨으니 그분께 찬양을 드립니다!

33 그리고 이토록 슬기롭고 신중하게 행동하여 나의 큰 허물을 미리 막아준 그대의 슬기에 찬양하며,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내가 직접 원수를 갚느라고 수많은 사람을 죽일 뻔하였습니다. 그랬더라면 내가 얼마나 무서운 죄를 지었겠습니까!

34 그대에게 아무 해도 입히지 못하도록 나를 미리 막아주신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걸고 확실히 말하지만, 그대가 이렇게 급히 와서 나를 맞이하지 않았더라면, 나발의 집안에서는 내일 아침이 밝을 때까지 살아 남을 자가 하나도 없었을 것입니다.'

35 또한 다윗은 아비가일의 선물을 받고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가 내게 요청한 것은 내가 모두 들어주었으니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가시오!'

36 [나발의 죽음] 아비가일이 집에 돌아와보니, 나발이 자기의 일꾼들과 술잔치를 벌이고 앉아 있었는데, 그는 자신이 마치 왕이라도 된 것처럼 호화로운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그는 기분이 무척 좋아보였으나 너무 취해서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비가일은 날이 밝을 때까지 나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7 다음날 아침이 되어 나발이 술에서 깨어나자, 아비가일이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그에게 이야기하였다. 나발은 그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실신하여 더 이상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돌처럼 굳어졌다.

38 열흘이 지났을 때 주께서 그를 치자 그는 죽고 말았다.

39 [다윗의 아내가 되는 아비가일] 나발이 죽었다는 소문이 다윗에게 들려 오자 다윗은 이렇게 말하였다. `감사와 찬양을 받으실 분은 언제나 여호와이십니다! 내가 터무니없이 나발에게 수치를 당하였으나 여호와께서 그 억울함을 당장 풀어 주시고 그 원수도 갚아 주셨습니다. 내가 분을 참지 못하고 서슴없이 죄를 범하는 일도 여호와께서 미리 막아 주셨습니다. 나발의 악한 행실을 그 자신에게로 되돌리신 분도 여호와이십니다.' 그리고 다윗은 곧 아비가일에게 사람을 보내어 자기의 아내가 되어 달라고 청혼하였다.

40 다윗의 종들이 갈멜에 있는 아비가일에게 찾아가 이같이 말하였다. `다윗 어른께서 댁을 모셔다가 아내로 삼으시려고 저희를 보냈습니다.'

41 그러자 아비가일이 일어나 땅에 엎드려 절을 한 다음에 이렇게 말하였다. `이 몸은 내 주의 여종이니 내 주를 섬기는 종들의 발이라도 기꺼이 씻어주겠습니다.'

42 아비가일이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하고 나귀를 타자 그녀의 몸종 다섯이 뒤따랐다. 아비가일은 이렇게 다윗의 종들을 따라가서 그의 아내가 되었다.

43 다윗은 이미 이스르엘 여인 아히노암을 아내로 삼고 있어서 이제는 그의 아내가 둘이 되었다.

44 본래 다윗의 아내는 사울의 딸 미갈이었으나 사울이 그녀를 갈림 사람 라이스의 아들 발디에게 다시 주었기 때문이다.

26

1 [사울을 다시 살려 주는 다윗] 십 광야에 사는 몇몇 사람이 기브아에 있는 사울을 찾아와서 다윗이 숨어 있는 곳을 밀고하였다. `다윗은 유다 광야의 남쪽에 있는 하길라산 속에 숨어 있습니다.'

2 그러자 사울은 즉각 이스라엘에서 특공대원 3천 명을 골라 다윗을 잡아죽이려고 십 광야를 향하여 출전하였다.

3 사울은 하길라산 위에 올라가 그곳의 길가에 진을 쳤다. 이때에 다윗은 바로 그 광야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사울이 출전한 것을 곧 알게 되었다.

4 그래서 다윗은 정찰대를 보내 사울의 진영을 확인하였다.

5 그러고는 자신도 직접 나서서 사울의 진영을 둘러보았다. 사울의 부하들은 거대한 원형 꼴로 진을 쳤으며, 그 한가운데서 사울이 자기의 군사령관 아브넬과 함께 누워서 쉬고 있었다.

6 다윗은 헷 사람 아히멜렉과 스루야의 아들이며 요압의 아우인 아비새에게 이같이 물었다. `여기까지는 너희 두 사람이 나를 따라왔으나, 이제는 한 사람만 나와 함께 저 진지로 잠입해 들어가자! 누가 따라가겠느냐?' 아비새가 나서서 `제가 내려가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7 그들은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산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한밤중이 되자 사울의 진영으로 잠입하였는데 아브넬과 사울은 물론이요, 그의 부하들까지도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잠자는 사울의 머리맡에는 창이 땅바닥에 꽂혀 있었다.

8 아비새가 다윗에게 이같이 속삭였다. `여호와께서 오늘 이 원수를 장군님의 손에 넘겨 주셨습니다! 제가 원수의 창으로 그를 찔러 땅바닥에 박아놓겠습니다. 한번만 내려꽂으면 그만입니다!'

9 그러나 다윗이 말렸다. `그에게 함부로 손대지 말아라! 그는 여호와께서 기름 부어 세우신 왕이기 때문에, 네가 그를 죽이는 날에는 벌을 받게 된다'

10 결국 다윗은 아비새가 그를 해치지 못하도록 일부러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살아 계신 여호와를 두고 내가 확실히 단언하지만 그는 우리가 손대어 죽일 사람이 아니다. 그에게 형벌을 내리실 분은 오직 여호와뿐이시다. 여호와께서는 그를 나발처럼 쳐죽이시거나 죽을 날이 되어서 죽게 하시거나 전쟁터에 나가서 잡혀 죽게 하실 것이다.

11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기름부어 세우신 왕에게 내가 손을 들어 쳐죽이는 일은 그분이 직접 막아 주시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그의 머리맡에 있는 창과 물병만 가지고 어서 빠져 나가자!'

12 그리고 다윗은 그 두 가지 물건만 가지고 아비새와 함께 사울의 진영에서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러나 이것을 본 사람도 없고, 잠에서 깬 사람도 없었다. 여호와께서 그들에게 깊은 잠을 내리셔서, 그들은 모두 갈비뼈를 빼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13 다윗은 골짜기를 건너서 맞은편에 있는 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사울의 진지에서 안전할 정도로 멀리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14 다윗은 골짜기 건너편 산 위에 있는 사울의 진지를 향하여 크게 외쳤다. `아브넬아 네가 거기 있느냐? 너는 대답도 못하느냐?' 아브넬이 대답을 하였다. `임금님께서 주무시는데, 어느 놈이 감히 소리를 지르느냐?'

15 다윗이 아브넬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하였다. `너는 그래도 용사가 아니더냐? 도대체 이스라엘에서 너처럼 용감한 사람이 또 있더냐? 그런 네가 어째서 네 주 왕을 똑바로 지키지 못하였더냐? 방금 네 왕을 죽이려고 그 진지에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이 있다.

16 너는 아주 수치스러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여호와께서 기름 부어 왕으로 세우신 너희의 주를 똑바로 지키지 못하였으니, 이제 너는 죽어 마땅한 자이다. 왕의 머리맡에 있던 창과 물병이 없어졌을 것이니 어서 찾아보아라!'

17 사울이 다윗의 목소리를 알아 듣고 `내 아들 다윗아, 이것이 정말로 네 목소리냐?' 하고 외쳤다. 다윗이 `정말로 그렇습니다! 내 주 임금님!' 하고 대답하였다.

18 다윗은 사울을 향하여 날카로운 항의를 해댔다. `임금님께서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를 사냥하듯이 계속 쫓고 계십니까? 도대체 제가 임금님께 무슨 잘못을 저질렀습니까? 제 손으로 지은 죄가 무엇입니까?

19 임금님이시여, 이제 이 종의 말에 귀기울여 주십시오. 만일 여호와께서 임금님의 마음을 충동해서 저를 원수로 여기고 쫓아다니게 하신다면, 저는 기꺼이 여호와께 바치는 향기로운 제물이 되어 죽겠습니다. 그러나 만일 사람들이 임금님의 마음을 자극시켜서 죄도 없는 저를 잡아 죽이게 한다면, 여호와께서 그들을 벌하실 것입니다. 그들은 여호와께서 유업으로 주신 이 땅에서 나를 내쫓아 하나님의 백성 가운데서 쫓겨나게 하고, 저 낯선 세상에서 헛된 신들이나 섬기도록 나를 몰아붙이는 자들이기 때문에, 여호와께서 오히려 그들에게 저주를 내리실 것입니다.

20 그러므로 임금님, 제가 여호와 곁에서 멀리 떠난 이 타향에서 죽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십시오. 한 나라의 임금님께서 무엇 때문에 꿩 한 마리를 잡으려고 온 산을 헤매는 사냥꾼처럼 행동하십니까? 이러다가는 이스라엘의 임금님께서 벼룩 한 마리를 잡기 위해서도 출동하시는 날이 오겠습니다!'

21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는 사울] 사울이 대답하였다. `내가 잘못하였으니 내 아들 다윗아, 이제 내게로 돌아오너라. 네가 오늘 내 생명을 귀중하게 여기고 아껴주었으니, 나도 네게 더 이상 해를 입히지 않겠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하였는지 이제는 분명히 깨달았다. 내가 네게 아주 큰 죄를 지었구나!'

22 다윗이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것을 보십시오! 이것이 임금님의 창입니다. 군인 한 사람을 보내어 가져가게 하십시오.

23 여호와께서는 모든 사람의 의롭고 진실한 행동에 따라서 그대로 갚아주시기 때문에, 비록 여호와께서 오늘 임금님을 제 손에 넘겨주셨어도 저는 그분께서 기름 부어 세우신 임금님을 함부로 손대어 죽이지 않았습니다.

24 그러므로 오늘 제가 의롭고 진실한 행동을 존중하여 임금님의 생명을 아껴 준 것같이, 여호와께서도 제게 의롭고 진실한 상급을 주셔서 저의 생명을 아껴 주시고, 어떠한 궁지에서도 건져내 주실 것임을 똑똑히 알아두십시오!'

25 사울이 말하였다. `내 아들 다윗아, 하나님께서 네 편에 서 계시니 무엇을 하든지 너는 성공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서로 헤어졌다. 다윗은 부하들과 함께 다시 자기 갈 길로 가고 사울은 왕궁으로 돌아갔다.

27

1 [블레셋 족속에게 망명한 다윗] 다윗은 이제 사울의 의도를 명백히 알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러다가는 내가 어느 날에든 결국 사울의 손에 붙잡혀 죽고 말 것인데, 이제는 블레셋 족속에게로 망명하는 것이 상책이겠다. 내가 이스라엘 땅에 머물러 있는 한 사울은 계속 나를 찾아다니겠지만 적어도 내가 블레셋 땅으로 몸을 피하면 결국 나를 포기하겠지.'

2 그래서 다윗은 부하 600명을 거느리고 국경선을 넘어 가드 왕 아기스에게로 갔다. 그는 마옥의 아들이었다.

3 아기스는 그들에게 가드의 성안에 있는 집들을 내주면서 살게 하였는데, 다윗과 그의 부하들은 모두 가족을 거느리고 거기서 살았다. 다윗은 이때에 두 아내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하나는 이스르엘 여인 아히노암이고, 또 하나는 나발의 아내였던 갈멜 여인 아비가일이었다.

4 다윗이 가드로 도망갔다는 사실이 사울에게 전해지자 사울은 이때부터 다윗을 찾아다니는 일을 중단하였다.

5 [블레셋의 영주 다윗] 얼마 지나서 다윗은 아기스에게 이같이 간청하였다. `임금님께서 저를 신임하시고 제게 은혜를 베풀어 주시려면, 제게 이 나라의 지방 성읍 중에서 하나를 따로 떼어 주셔서 제가 부하들과 함께 그곳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제가 어떻게 감히 임금님과 함께 이 왕의 도성에서 살 수 있겠습니까?'

6 그러자 아기스는 오래 생각해 볼 것도 없이 그날에 유다의 최남단에 있는 성읍 시글락을 다윗의 소유로 내주었다. 그래서 시글락은 오늘날까지 유다 왕실의 영지가 되었다.

7 그러나 다윗이 블레셋 족속의 땅에 거주한 기간은 모두 1년 4개월에 불과하였다.

8 [다윗의 이중 술책] 다윗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시글락으로 올라가서는 블레셋 족속과 친근한 소수 민족들을 은밀히 정벌하였다. 그들은 주로 유다 남쪽에 사는 이웃 민족들로서, 들라임에서부터 술 광야와 애굽 국경선에 이르는 전지역에 거주하는 그술 족속과 기르스 족속과 아말렉 족속이었다. 다윗은 그들을 정벌하기 위하여 시글락에서 끊임없이 출전하였다.

9 다윗은 어느 곳으로 정벌을 나가든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전부 몰살시켰다. 그러나 양이나 소나 나귀나 낙타 같은 짐승과 의복은 전부 약탈해서 아기스에게 전리품으로 가져다 주었다.

10 그럴 때마다 아기스는 항상 다윗에게 이같이 물었다. `너희가 오늘은 또 어디로 가서 약탈을 하였느냐?' 그러면 다윗이 언제나 모호하게 대답하기를 `유다 남쪽으로 들어갔습니다!' 또는 `여라무엘 족속의 남쪽으로 들어갔습니다!' 또는 `겐 족속의 남쪽으로 들어갔습니다!' 하고 얼버무렸다.

11 그 당시 가드에는 노예 시장이 있었으나 다윗은 사람을 포로로 잡아오거나 살려둔 일이 없었다. 혹시 그들이 가드에 오면, 다윗이 실제로 행한 일을 아기스왕에게 알려줄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윗은 블레셋 족속의 지역에 거주하는 동안 언제나 그와 같이 정벌한 지역의 사람은 모조리 죽이고 짐승과 물건만 약탈해 가지고 돌아왔다.

12 아기스는 이런 줄도 모르고 다윗이야말로 신임할 만한 사람이라고 속단하였다. 그는 이렇게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다윗이 그토록 자기 동족을 약탈하여 미움받게 되었으니, 그는 영영 내 종이 될 수밖에 없다.'

28

1 그 즈음에 블레셋 족속이 또다시 모든 군대를 모아 이스라엘을 공격하려고 하였다. 아기스는 다윗에게도 공격에 가담할 것을 명하였다. `그대가 이번에 부하들을 거느리고 나와 함께 출전하여, 우리 편에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2 다윗이 서슴없이 대답하였다. `물론입니다! 제가 임금님을 얼마나 충성스럽게 섬기는가를 이제야 비로소 보시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아기스는 `내가 그대를 이번 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내 머리를 지키는 자로 삼겠소.' 하고 다윗을 그 자리에서 자신의 경호대장으로 임명하였다.

3 [무녀에게 도움을 구하는 사울] 사무엘이 죽어 그의 고향 라마에 장사된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그때에 온 이스라엘 백성은 `이제는 예언자도 없다.'고 탄식하면서 그의 죽음을 슬퍼하였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는 사울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이스라엘에 있는 모든 무당을 죽여 없애 버렸기 때문이다.

4 바로 이런 때 블레셋 족속이 전군을 모아 가지고 이스르엘 골짜기까지 올라와 수넴 성읍을 점령하고 그곳에 진을 쳤다. 사울도 즉각 이스라엘의 전군을 집결시켜 길보아산에 진을 쳤다.

5 그런데 북서쪽을 가로막으며 진을 친 블레셋 군대를 건너다본 사울은 너무 놀라서 싸울 힘을 잃고 말았다.

6 그래서 사울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여호와께 여쭈어 보았다. 그러나 여호와께서는 꿈으로도 예언자를 통해서도 그에게 대답하지 않으셨다. 사울이 놉의 제사장들을 전멸시킬 때에 제사장 아비아달이 하나님의 뜻을 알아내는 에봇을 다윗에게로 가져갔기 때문에 사울에게는 그 우림이라는 제비도 없었다.

7 사울은 결국 신하들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다. `너희는 나를 위하여 죽은 사람을 불러 올릴 수 있는 무녀를 한 사람 찾아보아라. 그런 여자가 나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내가 가서 물어 보겠다' 신하들이 즉석에서 사울에게 대답하였다. `엔돌에 그런 무녀가 한사람 있습니다!' 사울이 그토록 철저하게 귀신 부르는 자들을 제거하였어도 엔돌의 무녀는 왕궁 사람들에게 알려진 채 버젓이 행세하고 있었다.

8 사울이 즉각 다른 옷으로 변장하여 남들이 알아볼 수 없게 꾸민 다음 신하 둘을 데리고 진영을 나섰다. 그들은 이미 점령된 지역의 북쪽에 위치한 엔돌에 이르기 위하여 깜깜한 밤에 산속을 걸었다. 사울은 그 밤에 엔돌의 무녀를 만나 이렇게 간청하였다. `그대는 죽은 사람의 망령을 불러 올릴 수 있으니, 부디 내 앞날을 점쳐 주시오! 그대가 누구를 불러 올려야 할지는 내가 곧 알려 주겠소.'

9 그러나 그 무녀는 이렇게 거절하였다. `그런 일은 이미 왕명으로 금지되어 있는 것을 당신이 더 잘 알 것이오. 망령을 불러 올리거나 미래를 점쳐 주던 무당과 박수들은 사울왕이 이미 이 나라에서 죄다 죽여 버리지 않았소. 지금 당신은 그저 내 신세를 망쳐 놓으려고 내 목에 올가미를 씌우고 있소'

10 무녀의 말에 더욱 애가 탄 사울은 서슴없이 여호와의 이름을 걸고 이렇게 맹세하였다. `여호와께서 확실히 살아 계시는 한 이 일로는 그대에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겠소.'

11 무녀는 그제야 안심하고 물었다. `내가 당신에게 누구를 불러 올릴까요?' 사울이 대답하였다. `사무엘을 불러 주시오!'

12 그 무녀는 사무엘이라는 이름을 듣자 사무엘과 사울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즉각 사울을 알아보고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어째서 임금님께서 나를 속이셨습니까? 나는 이제 죽었습니다!'

13 그러나 사울은 그녀를 진정시키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아무 걱정도 하지 말고, 네게 보이는 것만을 내게 알려 주어라!' 무녀가 보이는 대로 말하였다. `땅속에서 올라오는 유령이 보입니다.'

14 그러나 사울의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물었다. `그 유령이 누구의 모습으로 보이느냐?' 그녀가 유령의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였다. `그는 아주 늙은 남자인데, 예언자의 겉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러자 사울은 사무엘의 유령이 올라와 있음을 알아 차리고, 무녀가 바라보는 쪽을 향하여 얼굴이 땅에 닿도록 엎드려 절을 하였다.

15 [지하에서 올라온 사무엘] 사무엘이 사정없이 책망하였다. `네가 왜 나를 불러 올려 쉬지도 못하게 괴롭히느냐? 네가 내게서 무엇을 바라느냐?' 사울이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무서워서 죽을 지경입니다. 블레셋 족속이 저를 치려고 북쪽에까지 밀고 올라와 있는데, 여호와께서는 제게서 아주 떠나 버리셨습니다. 여호와께서 이제는 예언자의 말씀으로도, 꿈으로도 제게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십니다. 제가 이렇게 궁지에 몰려 있어서 어쩔 수없이 당신을 모셔 올리게 되었습니다. 부디, 제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가르쳐 주십시오!'

16 사무엘이 무섭게 책망하였다. `여호와께서 이미 너를 떠나 네 원수가 된 줄을 잘 알면서 네가 무엇을 더 얻으려고 나까지 찾아와서 물어 보느냐?

17 여호와께서는 이미 내가 세상에 있을 때에 전하였던 예언의 말씀을 이제 그대로 실현하셨다. 여호와께서 이제 이 나라의 왕위를 네 손에서 빼앗아 친구인 다윗에게 주셨다.

18 여호와께서는 일찍이 아말렉 족속을 전멸시켜 버리라고 네게 명령하셨으나 너는 그 말씀에 순종하지 않았다. 너는 그들을 전멸시키지도 않았고, 그들이 기르는 가축을 모조리 죽여 없애지도 않았다.

19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이제 너를 이스라엘 군대와 함께 블레셋 족속의 손에 붙여 버릴 것이다. 내일이면 너와 네 아들들이 지하로 내려와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

20 사울은 이런 말씀을 듣자, 충격이 너무나 커서 통나무가 넘어지듯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렇잖아도 그는 온종일 아무 것도 먹지 않아서 기진맥진해 있던 참이었다.

21 그 무녀가 사울에게 가까이 가보니, 그는 완전히 기력을 잃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울을 위하여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아뢰기를 `임금님! 저는 임금님의 청을 다 들어드렸을 뿐만 아니라 제 생명의 위험까지도 무릅썼습니다.

22 그러니 이 여종이 드리는 간청도 뿌리치지 말아주십시오. 비록 귀한 것은 없지만 제가 임금님께 음식을 대접할 터이니 가실 길을 생각하시어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23 그러나 사울이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다고 거절하자 이번에는 사울의 두 신하들까지 그 무녀와 합세하여 간청하였다. 사울은 그들의 권유에 못이겨 마침내 땅바닥에서 일어나 평상에 앉았다.

24 무녀의 집에서는 송아지를 한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 아주 살쪄 있었으므로 그녀는 서둘러 그것을 잡고 밀가루를 반죽해서 누룩을 넣어 부풀릴 사이도 없이 둥글납작한 떡을 구웠다.

25 무녀가 이렇게 급히 음식을 장만하여 사울과 그의 신하들 앞에 차려 놓자 그들은 고기와 떡을 먹은 후에 그날로 돌아갔다.

29

1 [블레셋 왕들에게 의심받는 다윗] 블레셋 족속이 아직도 욥바에서 가까운 해안 평원에 있는 아벡에 전군대를 집결시키고 있을 때였다. 이스라엘 백성도 길보아산에서 가까운 이스르엘의 샘 곁에 진을 치고 있었다.

2 그리고 블레셋 족속의 다섯 왕들은 거기서 각 부대의 사열을 받았는데, 수백 명, 수천 명씩 열을 지어 선 블레셋 군인들이 그들 앞으로 행진을 하였다. 가드 왕 아기스의 군대와 다윗의 군인들은 그 행렬의 맨 끝에서 행진하였다. 그런데 사열받던 지휘관들이 다윗과 그의 부하들을 보고

3 아기스에게 항의하였다. `도대체 저 히브리 사람들이 여기 와서 할 일이 무엇입니까?' 아기스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저 사람 다윗이 전에는 이스라엘 왕 사울을 섬겼지만 지금은 여러 해 전부터 나를 섬기고 있소! 게다가 내게로 망명해 온 날부터 오늘까지 아무 흠없이 나를 받들 뿐만 아니라 나 또한 그에게서 아무 허물도 찾지 못하였소!' 하고 해명하였다.

4 그러나 블레셋 족속의 지휘관들은 다윗에 대하여 화를 내면서 아기스에게 이같이 주장하였다. `그 사람을 당장 돌려보내시오! 당신이 그에게 거주지로 정해 준 곳이 있으니, 당장 그리 보내시오! 그는 절대로 우리와 함께 싸움터에 나갈 수 없는 사람입니다. 만일 그가 우리와 함께 나가 싸운다면 그가 한창 싸움이 치열할 때에 적진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그가 우리 군인들의 머리를 잘라다가 자기 왕의 발 앞에 바치는 것보다 더 좋은 기회를 어디서 얻어 섬기던 왕과 화해할 수 있겠습니까? 이 사람이 누구입니까!

5 이미 `사울은 수천을 죽였지만 다윗은 수만을 죽였다네!' 라고 이스라엘 백성들로부터 찬양받던 자가 아닙니까?'

6 [다윗을 돌려보내는 아기스] 아기스는 다윗을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여호와께서 확실히 살아 계심을 걸고 맹세하지만, 그대는 참 믿을 만한 사람이오! 그래서 이번에도 그대와 함께 출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었소! 그대가 내게로 와있는 동안에 나는 한 번도 그대에게서 무슨 허물이나 거짓을 본 일이 없기 때문이오. 그런데 다른 왕들이 그대를 믿어 주지 않는구료.

7 그러니 이제 다시 돌아가서 조용히 지내시오. 다른 왕들이 싫어할 일은 하지 마시오'

8 그러나 다윗은 반대하였다. `제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하십니까? 제가 임금님을 섬기기 시작한 날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언제 어디서 무슨 허물이 있었습니까? 도대체 제가 이번에 함께 출전하여 내 주 임금님의 원수들을 쳐부수지 못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9 아기스가 다시 설득시켰다. `나야 그 점을 잘 알고 있소. 내가 보기에도 그대에게는 아무 허물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천사처럼 충성스럽게 여겨질 정도요, 다만 블레셋 족속의 지휘관들이 `그는 절대로 우리와 함께 싸움터에 나갈 수 없는 사람이오'하고 결정을 내려 버렸소.

10 그러니 그대는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사울을 섬기던 그대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날이 밝는 대로 떠나시오!'

11 이리하여 다음날 아침 동틀 무렵에 다윗은 부하들과 함께 그곳을 출발하여 블레셋 족속의 땅으로 돌아왔다. 이때에 블레셋 족속들은 이스르엘 평원으로 진군해 올라갔다.

30

1 [아말렉 족속에게 유린당한 시글락] 다윗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아벡에서 시글락까지의 100킬로미터를 사흘 동안 걸어서 돌아와보니, 시글락의 온 성읍은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아말렉 족속이 유다의 남부 지역으로 쳐들어와 약탈하다가 시글락에도 손을 뻗친 것이다.

2 그들이 비록 시글락에서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여자와 어린아이까지 남김없이 포로로 사로잡아 끌고 갔다.

3 다윗과 그의 부하들이 돌아와서 그런 광경을 보고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 지르며 울었는데, 지쳐서 기진맥진할 때까지 울고 또 울었다.

4 (3절과 같음)

5 다윗의 두 아내, 곧 이스르엘 여인 아히노암과 갈멜 사람 나발의 미망인 아비가일도 포로로 잡혀갔다.

6 그런데 이러한 사태는 미묘하게도 다윗에게 아주 불리하게 발전되었다. 왜냐하면 처자식을 잃고 흥분한 군중들이 다윗을 돌로 쳐죽이자고 덤벼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다윗은 자기의 하나님 여호와를 더욱 의지하였다.

7 [아말렉 군대에게 보복하는 다윗] 하나님께로부터 백 배 용기를 얻은 다윗이 제사장 아비아달에게 하나님의 뜻을 묻는 에봇을 가져오도록 명령하였다. 아비아달이 제비가 든 에봇을 가져오자

8 다윗이 여호와께 여쭈었다. `제가 앞서 떠난 저 약탈자들을 추격해야 되겠습니까? 제가 그들을 쫓아가면 따라잡을 수 있겠습니까?' 그가 이런 응답을 받았다. `네가 그들을 쫓으면 틀림없이 따라잡을 수 있거니와 잡혀간 사람들도 구할 수 있다.'

9 다윗은 즉시 부하 600명을 거느리고 출동하였다. 군대가 브솔 시내쯤에 이르렀을 때 그중 200명은 이미 지쳐서 더 이상 험악한 브솔 골짜기를 건널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200명은 그곳에 남아 있고, 400명만이 다윗을 따라 그 시내를 건너 계속 추격하였다.

10 (9절과 같음)

11 그들은 도중에서 어떤 젊은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는데, 어찌나 많이 굶었는지 거의 다 죽어 가고 있었다. 군인들은 그를 업고 다윗에게로 와서 떡과 물을 주고,

12 또 맛있는 무화과 떡과 건포도 두사람 분을 내주었다. 그가 그것을 다 먹고 마시자 조금씩 기력을 되찾았다.

13 그러자 다윗이 그에게 물었다. `네 주인이 누구냐? 너는 어디서 살다가 이렇게 혼자 들녘에서 죽어 가게 되었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저는 본래 애굽 사람인데, 아말렉 사람의 노예로 살았습니다. 이번에 주인을 따라 나섰다가 제가 병이 들어 더 이상 걷지 못하자, 주인이 저를 사흘 전에 이 들녘에 버리고 갔습니다.

14 우리는 남쪽에서 블레셋 족속의 땅을 약탈하고, 유다의 갈멜 족속이 사는 지역을 털었으며, 시글락에도 불을 놓았습니다.'

15 다윗이 또 물었다. `네가 나의 길잡이가 되어 그 약탈자들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겠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저를 죽이지도 않고, 제 주인에게 넘겨 주지도 않겠다고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해 주시면 그 약탈자들이 있는 곳으로 모시고 가겠습니다.'

16 이리하여 다윗이 그의 안내를 받아 내려가보니, 아말렉 족속은 넓은 들에 흩어져서 약탈해 온 물건들을 벌여 놓고 정신없이 먹고 마시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17 다윗은 그들을 다음날 새벽 동틀 때에 기습하여 이튿날 해질 때까지 모두 쳐죽였는데, 오직 낙타를 타고 도주한 젊은이 400명만을 죽이지 못하였다.

18 [다윗의 위대한 전리품 처리] 다윗은 이렇게 아말렉 족속에게 약탈당하였던 물건과 짐승과 사람을 모두 되찾았고, 그의 두 아내도 되찾았다.

19 다윗의 부하들도 잃어버린 것 하나없이 모두 되찾았다. 여자와 어린아이들도 모두 건강하게 되돌아오고, 약탈당하였던 물건도 모두 되찾았다.

20 다윗의 부하들은 아말렉 군대의 양 떼와 소 떼까지도 빼앗아 몰고 오면서 `이것이 다윗의 전리품이다.' 하고 외쳤다.

21 그들이 이렇게 개가를 부르며 브솔 시내 가까이에 이르자, 전에 지쳐서 그곳에 처져 있던 사람들 200명이 나와서 즐거이 맞아주었다. 다윗은 그러한 그들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22 그런데 다윗과 함께 출전하였던 사람들 가운데는 더러 야비하고 악의적인 건달패들도 있어서 다윗에게 이같이 주장하고 나섰다. `그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나가서 싸우지 않았으니 전리품을 나누어 주지 맙시다. 우리가 그들에게 처자식만 되찾아 준 것도 과분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식구들을 데려가는 것만으로도 크게 기뻐하면서 돌아가게 합시다!'

23 그러나 다윗의 생각은 그들과 전혀 달랐다. `나의 형제들이여,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어떻게 해주셨는가를 생각해 보십시오. 여호와께서는 우리를 보호해 주셨을뿐만 아니라, 우리를 약탈한 강도 떼들을 오히려 우리의 손에 넘겨주시어 그들을 약탈하게 하셨습니다.

24 그러므로 여러분의 주장에 좋다고 따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옛 어른들의 말씀대로 `나가서 싸우는 사람도 있고, 뒤에서 남아 지키는 사람도 있는 법이어서, 전리품은 누구에게나 공평히 분배되어야 한다'고 누구나 말할 것입니다.'

25 그리하여 그때부터 이런 규정이 이스라엘에서 법칙으로 통용되었다. 다윗이 처음으로 적용하였던 이 법칙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

26 [유다 남부의 친구들을 얻는 다윗] 시글락으로 돌아온 다윗은 전리품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 유다 지파의 장로들에게 선물로 보내면서 이렇게 인사말을 전하였다. `다윗은 조국의 어른들께 문안드리면서 여호와의 원수들에게서 빼앗은 전리품을 여러 어른들께 선물로 드립니다.'

27 다윗이 선물을 보낸 성읍은 모두 헤브론 남쪽에 위치해 있었는데, ㄱ) 브두엘, 남방의 라못, 얏딜, (ㄱ. 원문에는 `벧엘'로 되어 있다. 그러나 벧엘은 유다에 있지 않기 때문에 `브두엘'로 판독한다)

28 아로엘, 십못, 에스드모아,

29 라갈, 여라므엘 족속과 겐 족속이 사는 성읍들,

30 홀마, 고라산, 아닥과 헤브론, 그리고 다윗이 전에 부하들과 함께 숨어 다니던 곳들이다.

31

1 [사울의 최후] 그 사이에 블레셋 군대는 이스라엘을 공격하여 길보아산으로 올라갔고, 이스라엘 군인들은 대부분 도망하다가 그 산에서 전사하였다.

2 이제 블레셋 군대는 마지막 여세를 몰아 사울과 그의 세 아들을 추격하였는데, 요나단과 아비나답과 말기수아가 그 자리에서 죽었다.

3 그리고 사울마저 그를 쫓는 자들의 화살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4 다급해진 사울은 무기를 들고 다니는 경호원에게 자기를 죽여 달라고 명령하였다. `네 칼을 뽑아 어서 나를 죽여 다오! 어찌 내가 저 할례받지 못한 자들에게 잡혀 조롱당할 수 있겠느냐?' 그런데도 그 경호원은 여호와께서 기름 부어 세우신 왕을 감히 칼을 들어 치지 못하였다. 그러자 사울은 경호원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 사울이 이렇게 자결하자, 경호원도 따라서 똑같이 자결하였다.

6 이리하여 사울과 그의 세 아들과 경호원과 부하들이 모두 한날에 죽고 말았다.

7 이스라엘 군대가 도망하면서 전멸당하고 사울과 그의 아들들마저 모두 전사하자, 이스르엘 평원과 요단 강가에 있는 주민들이 이 소식을 듣고는 자기들도 성읍을 버리고 도주하였다. 그래서 블레셋 군인들이 텅 빈 성읍으로 들어와 살았다.

8 그 다음날 전사자들의 옷을 벗기러 온 블레셋 군인들이 길보아산에서 사울왕과 그의 세 아들의 시체를 발견하였다.

9 그들은 쓰러져 있는 왕의 머리를 자르고, 그의 갑옷과 장비를 수거하였다. 그들은 이 승전의 기쁨을 자기들의 신과 온 백성에게 알리기 위하여 약탈한 물건들을 전령에게 주어 블레셋 전국으로 돌아다니며 보이게 하였다.

10 그러고 나서 사울의 갑옷을 아스다롯의 신전에 보관하고, 사울과 그 아들들의 시체는 벧산 성벽에 못박아 달아두었다.

11 길르앗야베스 주민들은 비참하게 죽어 간 사울의 소식을 듣고, 전에 사울이 암몬 족속의 손에서 구해 준 은혜에 보답하고자

12 자진해서 일어섰다. 그들은 야음을 틈타 밤새도록 벧산으로가서 성벽에 매달린 시체들을 내려가지고 야베스로 돌아와서 화장하였다.

13 그리고 그 유골만 거두어다가 야베스에 있는 위성류나무 아래에 묻고, 사울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7일 동안 단식하였다.